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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꿈의 전기자동차 상용화 눈앞

FERRIMAN 2008. 6. 3. 10:58
기사 입력시간 : 2008-06-03 오전 1:26:50
[Save Earth Save Us] 5시간 충전해 60㎞ 씽씽 꿈의 전기차 상용화 눈앞
미국 ‘친환경 에너지’ 현장 르포 ② 아르곤 국립연구소
가정용 콘센트 충전 가능
열효율 높아 에너지 절감
미국 최초의 국립연구소인 아르곤 연구소 연구팀이 개발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진=남정호 특파원]
미국 시카고 인근의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아르곤 국립연구소를 찾아간 지난달 30일. 한 화공학 연구실에서 5~6명의 연구원이 독특한 형태의 빨간색 승용차를 놓고 씨름하고 있었다. 차량 뒤편에 실린 큼직한 배터리와 굵직한 전기 케이블들이 외부 장치에 연결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수년 내 최첨단 자동차로 각광 받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였다.

미 최초의 국립연구소인 이곳에서는 수퍼컴퓨터에서 에이즈 치료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수백여 건의 연구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홍보 담당 데이브 바우락은 “유가 폭등 때문인지 요즘 가장 각광 받는 분야는 대체에너지 쪽이며, 특히 차세대 자동차 프로젝트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실용화를 눈앞에 둔 PHEV 프로젝트는 이 연구소의 대표적인 역점 사업이다.

2세대 전기자동차로 주목받는 PHEV의 특징은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한다는 점. 집에서 5시간 정도 충전하면 60㎞를 전기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판 중인 도요타 프리우스 등 기존 하이브리드차와는 다르다. 이들은 기존 엔진으로 달리면서 발생하는 전기를 모았다가 필요할 때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방식을 이용한다. 기름으로 움직이는 엔진이 주 동력이고, 전기 모터는 보조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PHEV는 반대다. 기본적으로 전기 모터로 달리다가 전기가 완전히 소모됐거나 언덕 등 큰 힘이 필요할 때만 엔진을 켠다. 모터가 기본이고 엔진이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연료물질 연구팀의 매트 스미스 박사는 “내연기관 엔진의 경우 열로 낭비되는 게 많아 에너지 활용률이 40%에 그치지만, 전기 모터는 90%를 넘는다”며 “PHEV가 실용화되면 배기가스 감축은 물론 에너지도 훨씬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PHEV가 실용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었다. 충분한 힘으로 자동차를 60㎞ 정도 달리게 하려면 오래 가는 고성능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 하이브리드차에 사용하는 니켈-메탈전지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아르곤 연구팀은 성능은 매우 뛰어나면서도 안전성 면에서 부족한 리튬-이온 전지를 대폭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의 수명은 니켈-메탈보다 두 배나 길다.

아르곤 연구소의 또 다른 역점 프로젝트는 공해가 전혀 없는 수소차 개발이다. 이 차는 액화수소를 ‘연료전지(Fuel Cell)’로 처리하면서 얻은 전기로 달린다. 액화수소(H2)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산소(O2)와 결합시키면 물(H2O)과 함께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화공학 연구팀 디지아 류 박사는 “매일 전기를 충전할 필요 없이 휘발유 넣듯이 액화수소를 주입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물질이 엄청난 고가의 플래티늄이라는 점. 이 때문에 연료전지를 이용한 액화수소차가 널리 보급되려면 적지 않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듀

페이지(시카고)=남정호 특파원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600만㎡의 부지에 자리 잡은 미국 최초의 국립연구소.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중 최대 규모로 에너지 기술개발 및 연구가 주 업무다. 연간 예산 5억 달러. 인근 시카고대에서 처음으로 핵분열 연쇄반응 제어 실험에 성공한 노벨상 수상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박사가 1942년 설립했다. 아르곤이란 이름은 이 일대 숲의 명칭에서 비롯됐다.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곳에서 일했으며 현재 박사 700여 명 등 28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원자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