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경영의 목표

FERRIMAN 2008. 6. 17. 10:46
기사 입력시간 : 2008-06-17 오전 12:25:32
[JERIReport] 중소기업도 ‘사회 책임 경영’ 서둘러야
“글로벌 스탠더드 될 것” … 2년 뒤 수출·투자 가이드 역할
“어렵다” 말고 봉사·장학금 기부 등 작은 것부터 실천을




#지금으로부터 2년 후인 2010년 6월. 국내 중소기업인 A사는 신제품 수출로 대박을 기대하고 있었다. 외국 바이어와 수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그러나 며칠 후 이 바이어가 갑자기 계약 포기를 통보해왔다. 언론에 보도된 이 회사의 노사갈등 기사를 보고서였다. 연초에 발효된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인 ISO 26000에 따라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은 수출이 힘들어지고, 그럴 경우 제때 납기일을 맞춰 물건을 공급하기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는 2010년에 ISO 26000이 발효될 경우 일어날 법한 가상 시나리오다. 실제로 ISO 26000에는 ‘사회적 책임(CSR)경영’이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되면 환경과 노사문제·사회공헌 등 일정한 규범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은 해외 납품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수출계약에 앞서 사회적 책임 경영을 했는지 여부를 점검할 것이기 때문이다. CSR이 2년 후 글로벌 경영시장의 핵심 룰로 부상한다는 얘기다. CSR은 이제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거나,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영전략이 아니다. 하지 않을 경우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고, 따라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경영전략으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이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나마 대기업은 좀 낫다. 중소기업은 완전히 무방비·무대책이다.

◇CSR 경영 서둘러라=지난 5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주관으로 ‘CSR 경영 포럼’이 열렸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 현실에 비춰볼 때 사회적 책임 경영은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국내 기업의 CSR은 메세나·이웃돕기 등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라임글로브 최혁준 대표는 “CSR은 불시에 닥칠 위험에 대비하는 기업의 안전벨트와 같다”며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과거에는 주주와 고객뿐이었지만 이제는 환경·에너지·지역사회 발전으로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홍석우 중기청장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 경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CSR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기업이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만들 경우 그 비용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익성 박사는 “CSR 회계반영, 세제혜택 등을 줘서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 경영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안윤기 수석연구위원은 “CSR은 기업이 신뢰성 평가 기준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엔·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은 CSR 관련 표준 실천가이드 라인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유럽 등에서는 CSR을 수출·무역 장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환경보호와 역내 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화학물질 관리제도를 통한 환경규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준비하나=CSR 경영은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 지역주민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이나 공장 앞 쓰레기 줍기도 해당된다. 국내에 이를 실천하는 중소기업들도 많다. 제약회사인 휴온스(사장 윤성태) 임직원 364명은 매달 급여에서 1000원 미만의 성금을 자발적으로 걷는다. 이 돈으로 자매결연한 금천구 결손가정을 돕는다. 3년 전부터는 경기도 시흥시에 소재한 송암동산 보육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봉사활동과 장학금 전달도 하고 있다. 윤 사장은 “우리 기업 규모에 맞춰서 하고 있다”며 “우리가 만드는 의약품 기부는 큰돈 안 들이고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방용 양식기를 생산하는 크레베스 문영기 사장은 “해외투자 때 대부분 국가들이 사회공헌을 요구한다”며 “해외 진출 기업은 사회공헌을 투자전략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998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 회사는 베트남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국내에 초청해 무료로 수술해 주고 있다. 또 병원과 태권도 체육관도 지어줬다. 문 사장은 “사회공헌 활동은 결국 사업에서 우선권을 받는 등 도움이 된다”며 “현지 직원들도 애착을 갖고 일한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힘든 중소기업=중소기업이 CSR을 준비하려면 교육도 받고 컨설팅도 받아야 한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 때 중소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산업인증원 정병현 원장은 “중소기업이 세금 잘 내고 월급 잘 주는 게 사회적 책임 경영”이라며 “또 새로운 교육·인증에 돈을 들여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원 김익성 박사는 “CSR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며 “이를 따라가지 않으면 수출도 어렵고 성장도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지금까지는 이익금의 일부로 사회적 공헌을 했지만 이제부터는 투자단계부터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송재희 중기청 차장은 “어려운 기업에는 컨설팅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기업이 환경 등을 감안한 투자를 할 경우 정책자금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CSR 경영에 대한 지식이나 관리경험이 없는 기업을 위해 경영자 체크리스트, 성과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또 CSR 경영 전문컨설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봉석 기자

◇ISO 26000이란=기업 외에 정부·서비스부문·노동계·비정부기구(NGO)·소비자 등 6대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책임 영역을 표준화해 상호 협력을 강조하는 국제규범이다. 기업의 경우 ISO 26000 표준안이 제정되면 계약의 중요한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경영=좋은 상품 만들기, 수익금 일부 기부, 환경 정화 및 봉사활동, 정당한 세금 납부, 투명한 재무 공개, 근로자 권익 향상, 공정거래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경영기법이다.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기업이 지속되고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