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 2층 옥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대안기술센터 이동근 소장이 바람 부는 방향을 살피고 있다. [거창=이정봉 기자]
2일 오후 7시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샛별초등학교. 어둠이 내리는 학교 2층 옥상에서는 대안기술센터 이동근(40) 소장, 김대규(32) 간사 등 한 무리의 사람이 바람개비가 얹힌 장대를 일으켜 세웠다. 지름 2.4m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면 1㎾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다.
이날 작업은 대안기술센터가 녹색연합과 손잡고 전국 5개 학교에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는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프로젝트의 일부다. 학교마다 350만원을 들여 풍력발전기와 자전거발전기·태양광발전기 한 대씩을 설치한다. 발전기가 설치되는 학교는 모두 ‘대안학교’다. 일반 학교에 설치하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샛별초등학교 주중식(56) 교장은 “재생에너지 발전기는 순환하는 자연을 알리는 가장 좋은 학습 교재”라며 “발전기로 만들어 낸 전기의 용도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김정심(32) 교사는 “학부모들도 벌써 소식을 듣고 풍력발전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며 웃었다.
이 소장은 “아이들에게 환경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발전기를 설치하게 됐다”며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기술을 보급하면 에너지 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5월 대안기술센터를 세운 이 소장의 꿈은 선교사였지만 1992년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꿈이 바뀌었다.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본 뒤 그는 기술을 익히고 농부가 되기로 했다. 이 소장은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발전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주민들은 그를 ‘에너지 농부’라 부른다.
-대안기술센터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92년 민들레공동체의 단기 선교 프로그램에 참가해 케냐에 갔다. 처음으로 굶어 죽는 사람을 봤고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중간 기술’을 알게 됐고 2002년 영국 중간기술개발그룹의 소개를 받아 영국대안기술센터에서 공부를 했다.”
-대안기술센터에서 하는 일은.
“국내에서 대안기술과 재생에너지 보급 운동을 한다. 에너지와 식량을 자립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대안기술이란 뭔가.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해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원리도 간단하다. 벽에 볏짚을 채워 넣은 뒤 황토를 바르고 지붕엔 잔디를 심은 ‘볏짚주택’이 대표적이다. 소똥을 썩혀 만드는 ‘메탄가스발생설비’와 나무판자에 알루미늄 포일을 붙여 만든 태양열 조리기도 있다.”
-풍력발전기는 어떻게 만들었나.
“8월 3일부터 7일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었다. 자석과 구리 코일을 넣은 플라스틱 수지를 원판 모양으로 굳히면 발전기가 완성된다. 나무를 깎아 날개도 만든다.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는 75만원 정도다. 돌면서 전기를 일으키는 발전기의 원리를 응용해 자전거발전기도 만들었다. 대안기술은 원리만 알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경제성은 있나.
“경제 논리로 따지면 대안기술은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다. 재생에너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정부에서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태양열발전기를 설치하면 정부가 50%를 보조해 준다고 하지만 집이 자기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만 그렇다. 또 우리나라 문화가 급하고 빠른 것을 좋아한다. 태양광 오븐이나 풍력발전은 느려서 불편한 것으로 인식된다.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