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중앙일보] 강원도 태백에 가을이 피었습니다.
FERRIMAN
2008. 9. 28. 17:15
기사 입력시간 : 2008-09-25 오후 4:0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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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에덴의 동쪽’태백에 가을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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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새로운 명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해발 1303m 고랭지 밭 위에 우뚝 선 풍차가 쑥부쟁이와 함께 멋들어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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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다. 공기 중 산소(O2)가 가장 많다는 달이다. 나들이에 가장 적합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가을 들머리, week&은 강원도 태백을 다녀왔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태백은 해발 650m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서늘한 가을 공기와 고원도시 태백은 어딘지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야생화 군락지 금대봉 일대도 이맘때 마지막 봉오리를 터뜨린다. 다음달이면 그 화려한 때깔을 단풍에 물려주고 겨울나기에 들어간다.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TV 연속극 ‘에덴의 동쪽’도 태백행을 부추긴다. 드라마에 나오는 ‘황지’가 태백의 옛 이름이다. 하나 더. 태백시 명물로 자리매김할 O2리조트가 10월 2일 개장한다. 02리조트는 태백시가 지분의 51%를 투자한 리조트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최초의 리조트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O2가 등장한다. 9월, 태백을 다녀왔다. 태백=손민호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 Yesterday - 폐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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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탄좌 갱도 내 모습 |
|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던 때가 있었다. 사지만 멀쩡하면 아무라도 상관없었다. 배운 게 달려도 됐고, 기술이 없어도 됐다. 죄가 있어도 모르는 척 받아주었다. 30여 년 전. 태백은 방방곡곡에서 찾아 든 이들로 북적거렸다. 탄가루가 꽃가루 모양으로 해종일 날아다녔지만 개도 1000원짜리는 물지 않는다던 시절이었다. 하나 세상은 변했다. 1988년 12월 정부는 석탄산업법을 개정·공표했다. 채산성 떨어지는 탄광이 하나씩 문을 닫았다. 태백에서도 89년부터 95년까지 42개 탄광이 폐업했다. 이후 태백 경제는 추락했다. 한때 12만 명이 넘던 인구는 시방 5만 명을 겨우 넘어선다. 태백의 허다한 폐광 중에 함태탄광도 있었다. 왕년엔 직원 수 4000명이 넘었던 이곳도 93년 문을 닫았다. 그 터에 태백시가 130억원을 투자해 2006년 태백체험공원을 지었다. 광부가 집단 거주하던 사택지를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시대별로 복원했고, 갱도 내부를 탐방할 수 있게끔 공들여 꾸며놓았다. 광부 가족의 쪼들린 세간부터 광부들의 공동목욕탕까지 꼼꼼하고 생생하게 재현했고, 광부 차림으로 갱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어두컴컴한 갱도 안에서 목이 메었다. 먹고살 길을 찾아 강원도 오지 탄광에까지 들어온 우리의 아버지가 거기에 있었다. 세상은 ‘막장인생’이라며 업신여겼을지 몰라도, 아버지가 목숨과 맞바꾼 탄으로 당신의 자식은 밥을 먹었고, 학교를 마쳤다. 태백시 남쪽의 철암역. 한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운송하던 기차역이다. 역 바로 뒤가 철암 두선탄장. 아직도 탄을 캐는, 이젠 태백에 두 곳밖에 남지 않은 탄광이다. 철암역 주변은 시간이 멈춰 있었다. 주인 없는 집과 가게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철암역 담벼락에서 어느 광부의 낙서를 읽었다. ‘월급 나오면 톡톡 털어 술 먹고 빈털터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저 언덕 위, 반쯤 허물어진 판잣집 사이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Tips=당신이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태백 탄광 기행은 필수 여행지다. ①TV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열렬 시청자 ②이색 출사여행을 도모 중인 아마추어 사진작가 ③가슴 저린 한국 현대사를 목도하고 싶은 자. 태백 체험공원(033-550-2718) 입장권은 1인당 1000원. 매일 개장하고 주말엔 해설사가 동행한다. 주중에도 미리 신청하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 Today - 트레킹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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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발원지 검룡소 |
|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백 하면 오로지 태백산이었다. 민족의 영산이니 달리 도리가 없었다. 누구나 태백산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때나 들 수 있는 건 또 아니었다. 새해 첫날이 돼야 우리는 태백산에 올랐다. 그건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정상 정복 산행을 제치고 능선을 따라 걷는 트레킹이 대세를 이룬 최근 몇 년, 산행 코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근자에 단연 떠오른 명소가 금대봉(1428m) 일대다. 93년 환경부가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 지역은 식물도감에서나 구경할 법한 희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전국에서 정말 몇 안 되는 곳이다. 자료를 뒤져 보니 한국 특산식물 15종, 희귀 식물 16종, 다수의 천연기념물이 여기에 서식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 미기록종 곤충 13종도 살고 있단다. 탐방 코스는 형편에 따라 여럿으로 나뉜다. 우선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 즉 산행 직전 세워둔 차를 다시 타야 하는 경우. 가장 쉬운 코스로, 두문동재에 차를 두고 금대봉을 왕복할 수 있다. 2시간이면 족하고 능선을 따라 걸으므로 어렵지도 않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야생화가 몰살하지 않는 이상, 야생화는 물리도록 볼 수 있다. 다른 코스로 한강 발원지 검룡소 왕복 산행이 있다. 입구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 왕복 2. 4㎞ 구간이다. 계곡을 끼고 그늘진 오솔길을 걸으므로 역시 수월하다. ‘바람의 언덕’ 매봉산(1303m)에서도 승용차를 입구에 세워 놓고 3시간짜리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매봉산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곳. 천의봉으로도 불린다. 바로 이 산자락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다. 능선을 따라 세워진 거대한 풍차 8대가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줄기차게 돌아간다. 능선 아래로 펼쳐진 40만 평의 고랭지 채소밭은 차라리 장쾌하다. 매봉산 일대 채소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고랭지밭. 지금은 배추를 출하한 직후라 다소 지저분해 보인다. ▶Tips=금대봉 일대 트레킹의 백미는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로 이어지는 5시간 코스다. 하나 원점 회귀 코스가 아니어서 개별 산행은 곤란하다. 이럴 땐 안내 산행을 권한다. 금대봉 일대 트레킹을 개발한 승우여행사(02-720-8311)를 추천한다. 검룡소에 삼각대는 가져갈 수 없다. # Tomorrow - 태백에 의한, 태백을 위한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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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 리조트 전경 |
| 함백산 동쪽 기슭의 서학골. 십수 년 전만 해도 돼지우리가 즐비했던 골짜기다. 그러나 오늘, 서학골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1100m 고지에 우뚝 선 거대한 흰색 건물이 태백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O2리조트. 태백시가 51% 지분 투자를 해 세운 종합리조트다. O2리조트는 역사적이고 기록적인 리조트다. 아무튼 여러 모로 특이한 리조트다. 우선 역사적 의의. 2001년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출범시키며 석탄산업도시에서 고원 관광도시로 변신을 시도했다. 하나 쉽지 않았다. 관광도시를 꿈꿨지만 변변한 숙박 시설 하나 없었다.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지만 스키장도 없었고, 흔해 빠진 골프장도 없었다. 태백시가 시커먼 얼룩을 지우고 관광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종합리조트 건설뿐이었다. 그러니까 O2리조트는 태백시의 미래인 셈이다. O2리조트는 리조트에 관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선 해발 1100m 높이에 콘도 건물을 세웠다. 이로써 O2리조트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리조트가 됐다. 콘도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에어컨이 없다는 건 두 가지 사실을 가리킨다. 첫째, 창문만 열어도 냉방이 된다. 둘째, 창문을 열어도 모기가 없다. 골프장도 국내 최고 높이고, 스키장 슬로프는 국내에서 셋째로 높다. 다음으로 O2리조트는 이른바 국내 유일의 타운형 리조트다. 국내 리조트 대부분이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들어가 있지만, O2리조트는 태백 시내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 또한 태백시가 큰 주인이란 사실과 관계가 있다. 국내 리조트 대부분이 지역 경제와 직접적 연관을 맺지 못하는 한계를 애초부터 방비한 것이다. 리조트 손님이 곧 태백시 손님이란 발상이다. O2리조트 엄준섭 사장은 “O2리조트만의 성공은 의미가 없다. 태백시가 리조트 시티로 거듭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리조트 사장이라면 이렇게 말 못한다. ▶Tips=콘도(424실)와 골프장(28홀)이 다음달 2일 문을 연다. 11월엔 101실을 갖춘 유스호스텔이, 12월엔 스키장(16면)이 잇따라 문을 연다. 비회원의 경우 30평형 1박에 33만원. 5인 공동구매가 가능한 콘도회원권도 있다. 2일 저녁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축하공연이 열린다. 02리조트(www.O2resort.com) 02-541-84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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