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타임즈] 보고서 작성 요령

FERRIMAN 2009. 8. 26. 19:57

보고서는 상대에게 맞춰라 [싸이컴 공동] 이공계, 표현의 날개를 달아라 (19) 2009년 08월 26일(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문자로 소통한다. 현대인들은 이제 대화나 통화 대신 핸드폰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이야기하고, 서류철을 직접 들고 가 결재를 받는 대신 전자 결재 시스템을 통해 보고한다.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는데,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전공자들의 경우, 글을 써 본 경험도 적고,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낮아 현대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이공계 전공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파악하고, 이들이 좀더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보고서를 또 쓰라고? 그것도 매주?”

전이공은 매주 연구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교수님의 지시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교수님은 학과 관련 업무 사항과 학생들의 연구 결과, 그리고 자신의 관련 연구 성과 등을 만들어 매주 보고서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주간 보고서’는 사실 이전부터 이야기는 나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전례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매번 학기 초,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교수님은 주간보고서를 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학생들은 눈치만 보면서 미적거리기 일쑤였고, 교수님 또한 의례적으로 몇 번 잔소리만 하셨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주간보고서를 통해 연구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본다는 목적은 저 멀리 사라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학기 초도 아닌데 무조건 다음주부터 시작하라는 것도 그렇고, 현재 연구실 내 가장 나이가 많은 전이공을 직접 물러 “책임지고 해봐라”라고 당부한 것도 그랬다.

‘실험하고 논문쓰기도 바쁜데 괜히 보고서가 어쩌구 잘난 척했다가 옴팡 뒤집어 쓰는 거 아냐? 회사 업무도 해야 하는데 말이지. 이거 내 발등 내가 찍은 거 같은 느낌이 드네.’

하지만 바로 오기가 생겼다. 교수님이 보고서를 왜 만들라고 했을지 그 이유는 이공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정착시킨다면 자신과 교수님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공 자신도 하기 때문이다.

이공은 귀차니즘으로 빠져들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자, 우선 주간보고서를 만들면 좋은 점부터 생각해 보았다.

주간보고서의 장점

일단 주간 보고서를 만들면 학과 관련 각종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일반 회사에서는 보고서가 일상이지만 학교에서는 보고서를 행정직 외에는 작성하지 않았다. 이는 연구만 하기에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로 인해 때로는 너무 비효율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일단은 서류화시켜 두면 ‘이중 지시’가 없어질 것 같기도 했다. 가끔 교수님들은 행정 업무와 관련돼 학과장과 정교수, 조교수가 이중, 삼중으로 조교들에게 지시를 한 적이 많았다. 또한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한다면 학과 돌아가는 업무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고 소외되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전달 메시지를 수신자가 알아듣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보고서도 보고서의 가치가 없다. 보고 받는 사람이 좋아해야 ‘좋은’ 보고서이다.(그림 : Rei)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실험 도중 내게 필요한 기구나 약품을 주문한 뒤, 주변 사람들이 이미 먼저 시켜서 이중구매된 적도 있었고, 선배가 이미 했던 실험을 모르고 후배가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로 인해 낭비된 물적, 시간적 자원이 알게 모르게 상당히 많았다. 주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서로 공개한다면 이런 낭비는 상당수 해결할 수 있을 듯했다.

무슨 일이든 한 번 체계를 잡으면 그 체계를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다. 비록 작성하는 과정이 귀찮고 때로는 힘든 업무이긴 하지만 업무의 논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다면 이공 자신이 없어도 후배들이 그것을 보고 매뉴얼 삼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년~5년이 지나더라도 자신이 기록한 보고서를 확인한다면 업무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누가 시작하고 먼저 하느냐의 문제이지 ‘주간 보고서’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터였다.

“오케이 ... 주간 보고서. 한 번 해 보자고!”

이공은 주간 보고서를 매주 금요일 오후에 작성하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승인을 받은 후 전체 메일로 주간보고서를 회람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처음 시작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공도 동의하고 있었다. 처음 보고서를 쓴다면 회사에서 업무상 보고서를 써본 경험이 있는 이공이 진두지휘하는 것이 맞을 테니까.

“그럼, 내가 못할 줄 아나. 회사에서 매일 같이 만들던 것이 보고서인데...”

이공계 출신이 ‘직업상’ 써야 할 ‘글쓰기’ 중 많은 부분이 바로 ‘보고서’ 작성이다. 과제를 마칠 때 쓰는 최종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과제 중간에 진도 보고서(Process report) 또는 중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일일보고서, 주간보고서, 월간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을 수시로 제출한다.

출장을 다녀오거나 국내외 컨퍼런스 행사에 참여한 후에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를 효과적으로 작성하는 능력은 전문가로서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다.

보고서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보고서의 형식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정확하고 간결하게’ 담아야 한다. 특히 연구보고서에서는 ‘목표 달성 여부’가 중요한 평가 요건이기 때문에 정확히 기술해야 한다. 만약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담아 보고를 받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 작성시 유의사항>
1. 보고서는 보고 대상을 알고 작성하는 것이므로 읽는 사람 입장에서 기술해야 한다.
2. 보고 대상이 원하는 항목을 가장 먼저 기술해야 한다.
3. 과제 보고서는 제안서의 목표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4. 보고서를 받는 기관이 양식을 제시한 경우 그 양식에 철저하게 맞춰야 한다.
5. 내부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나 결론이 먼저 눈에 띄도록 작성해야 한다.
6. 정기 보고서는 지난 보고서를 검토한 이후 연속성을 갖고 작성해야 한다. 직전 보고서에서 진행된 과정 등은 반드시 포함한다.
7. 내부 보고서의 작성은 주요 사항을 나열하는 정도로 약술, 보고서 작성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아니, 이게 뭐야. 이거 왜 만든 것인가?”

이공의 지휘 하에 투덜대며 주간보고서를 만들어 찾아간 고영민에게 교수님은 보자마자 잔소리를 시작했다. 교수님은 보고서는 물론 논문 등을 한 번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기에 어느 도 잔소리는 예상했지만 이번엔 다짜고자 ‘이게 뭐야’로 시작했다.

“영민 군, 자네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노력한 것은 충분히 이해하네만 이걸 누가 읽으라고 작성한 것인가?”

“전 교수님께서 개인의 연구성과와 학과 업무, 실적 등을 보고하라고 하셔서 작성한 것뿐입니다만..."

영민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시간 들여 열심히 만들었는데 보자마자 역정부터 내시니 말이다.

“영민 군, 물론 처음이라 아직 낯설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처음이니까 잔소리 좀 하겠네. 나중에 하는 것보다는 처음 작성할 때 잔소리를 하는게 좋다는 게 내 판단이네.”

“아, 네 ...”

영민은 주간보고서를 작성해놓고 스스로 너무나 뿌듯해 단숨에 교수님께 달려갔지만 돌아온 것은 지적뿐이었다. 단번에 칭찬을 받을 줄 알았던 자신이 너무 순진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공 선배한테 먼저 검토받은 뒤 오는 건데.’

“영민군, 먼저 보고서를 일곱 장이나 작성해 오면 어떻게 하나. 얼핏 보니 내용은 한 장이면 충분하구만. 이건 리포트가 아니잖나. 게다가 오탈자도 보이고. 이 보고서가 연구 성과 보고서인지, 학과 업무 보고서인지, 실적 보고서인지도 모르겠네. 보고서는 학과장이자 지도교수인 나를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렇게 복잡한 거 싫어한다는 걸 몰랐나? 미안하지만 다시 해오게.”

정성 들여 썼다는 느낌을 줘야

영민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못하고 교수실을 나왔다. 자신감에 넘쳐 우선 프린터에서 출력하자마자 바로 보여 드린 것이 화근이었다. 어깨가 축 처진 영민은 이공에게 찾아갔다.

영민의 보고서를 받아든 이공은 교수님이 왜 역정을 내셨는지 알 만했다. 물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서 학생들의 기를 꺾어놓을 것까지는 없지만, 그게 교수님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이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생각나는대로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 말이다.

영민의 보고서에서는 우선 오탈자가 눈에 띄었다.

“영민아 여기 봐. 이 부분, 틀린 글자가 보이지? 워드로 글을 쓸 때는 자신도 모르게 오탈자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오탈자는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자주 등장하면 보고서 전체의 신뢰도를 의심 받게 만들어. 게다가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고. 일단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이라면 먼저 정성 들여 썼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야 해.”

‘2년 전 보존료인 안식향산나트륨이 비타민 C와 결합해 외부의 빛 등을 바다 발암 의심물질인 벤젠ㅇ로 변한다는 게 밝혀져 비타민 관련 물품들이 리콜되는 소동이 잇었다’

“이거 봐. 이 짧은 문장에도 틀린 부분이 세 번이나 나오잖아. 이러면 보고서를 쓸 때 전혀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

영민은 부끄러웠다. 실제로 영민은 투덜거리며  보고서를 썼다. 시간도 없는데 괜한 짓을 시킨다고 말이다.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고, 오탈자를 신경쓰지도 않았던 것이다. 또한 영민은 한 장짜리 보고서는 왠지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아서 내용도 억지로 늘리고, 글자 포인트도 12포인트로 하고 자간과 장평을 넓혔는데 그것 역시 실수였다.

영민의 지도교수는 불필요한 것이나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직선적인 성격이었다. 교수님의 성격은 그가 영민의 보고서를 받고 보인 반응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교수님은 그야말로 간단명료한 상황 보고서를 원했는데, 영민은 이를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자, 이제 네 보고서의 문제가 뭔지 알겠지?”
“네, 선배, 이렇게 보니 잘 보이네요.”

“알았으면 가서 다시 써와! 그리고 이번에는 교수님께 가기 전에 꼭 나한테 검사 받고, 알았지?”
“힝, 이걸 또 써야 해요? 이번엔 그냥 넘어가고 다음부터 쓰면 안 될까요?”

“그런게 어디 있어? 빨리 가서 다시 써와!”

영민의 결정적 실수는 보고 받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름 열정도 있었지만 결국 보고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아 '나쁜' 보고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보고서 작성의 실제>

1. 보고 내용을 범주화한 후 작성하라
- 전달하고자 하는 정확한 이슈를 보고서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핵심 이슈를 정확하게 구체화한 후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받는 사람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내용을 처음에 배치한다. 전개할 내용을 범주(카테고리)화해 소제목을 적은 뒤 각 항목에 내용을 추가 작성하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2. 핵심만 담아라
- 보고서는 논문이 아니다. 핵심 위주로 작성되어야 하며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내용이 산만해서는 안된다. 보고서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지 말고 간결하면서도 목적이 확실한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다.
-이를 위해서는 보고서는 되도록 1장에 끝내야 하며 한 문장이 3줄을 넘어서는 안된다.
-보고서는 소설이 아니므로 미괄식 구성보다는 두괄식(결→기→승→전)으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반대 의견도 담아라.
-간결함이 생명인 보고서라도 다양한 시각(상대방의 입장이나 반대 의견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이미지를 줘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4. 결론을 분명히 하라
-보고서의 핵심은 ‘결론’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야 의사결정권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결론을 내기 어렵다면 보고를 받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1 결론, 제2 결론 등 다양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좋다.

5. 상사의 입장을 반영하라.
-보고 받는 사람은 대개 상사이다.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상사의 입장에서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 한다.
-상사가 보고서를 2번 읽어보거나 별도의 문의를 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결론에 대해 상사가 동의할 정도로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결론이 분명히 나와 있는지 인용한 통계 수치가 정확한지. 오타나 맞춤법, 구두점, 기호 등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글 싸이컴(손재권)

저작권자 2009.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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