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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나노기술, 천사인가 악마인가

FERRIMAN 2009. 10. 14. 08:49

나노기술, 천사인가 악마인가 제2회 KIST-CEA 나노기술 국제합동워크샵 2009년 10월 14일(수)

12일과 13일 양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나노기술 연구자들이 모여 나노기술에 관한 제2회 국제합동워크샵을 개최했다.

13일에는 전날에 이어 네 번째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KIST와 프랑스 원자력청(CEA) 소속 과학자들이 ‘나노기술이 가지는 위험성과 과학윤리’에 대해 조명했다.

탄소나노튜브의 노출량 측정할 도구 필요

▲ KIST 환경기술연구단 배귀남 박사 
첫 번째로 KIST 환경기술연구단 배귀남 박사가 ‘탄소나노튜브(CNTs, carbon nanotubes)의 노출량 측정’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배 박사는 “대표적인 나노 가공물질인 탄소나노튜브의 제작 중 노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측정할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박사는 제작과정을 실험실과 제작현장의 둘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실험실 측면에서는 SMPS(scanning mobility particle sizer)와 APS(aerodynamic particle sizer)의 두 가지 입자측정기를 이용해서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WCNTs, multiwalled carbon nanotubes)의 크기 변화를 측정했고, 이어 제작현장에서는 연구시설의 다중벽 탄소나노튜브 노출량 모니터링 과정을 소개했다.

나노입자의 종류와 크기 따른 독성 측정 중

▲ CEA 산하 국립과학연구센터 마리 카리에르 연구원 
두 번째로 CEA 산하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마리 카리에르(Marie Carrière) 연구원은 ‘CEA의 나노독성학(nanotoxicology) 연구방식’을 발표했다. 카리에르 연구원은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물리·화학적으로 특성화시키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 후, 나노입자들의 독성에 대한 생체내(in vivo) 및 생체외(in vitro)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생체내 실험은 쥐, 토끼 등의 동물을 이용해서 생체반응을 직접 살펴보는 실험이며, 생체외 실험은 세포, 세포기관을 추출해서 진행하는 실험을 뜻한다.

나노입자와 탄소나노튜브가 생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특히 지난 5년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CEA에서는 2년 전부터 에너지산업이나 의료기기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여러 나노입자를 제작하여 독성 측정실험을 진행해왔다. 카리에르 연구원은 “나노입자들은 종류와 크기 등에 따라서 독성 유발 정도와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성급하게 일반화시켜 결론을 낼 수는 없다”면서도 “앞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나노독성학의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나노입자의 살균 메커니즘 밝혀

▲ KIST 환경기술연구단 상병인 박사 
세 번째로 KIST 환경기술연구단 상병인 박사는 ‘은나노입자의 나노독성학 연구’라는 제목으로, 살균물질로 널리 사용되는 은나노입자의 독성에 대해 설명했다. 상 박사는 고려대 생명과학부 구만복 교수팀과 함께 작년 5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은나노입자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소개한 바 있다.

상 박사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박테리아를 만들어 독성의 강도에 따른 생존여부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산화에 의한 손상, DNA 손상, 세포막 손상, 단백질 손상, 성장저해 등 손상 원인에 따라 다른 빛을 내게 했다. 상 박사는 여기에 은나노액을 살포하면 은나노입자의 살균 매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 박사의 연구는 최근 활발히 토론되고 있는 은나노입자 독성 평가 분야 기술선점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나노기술은 천사나 악마 같은 매개지식

▲ CEA 산하 물질과학연구소 알렉세이 그린바움 연구원 
네 번째로 발표한 CEA 산하 물질과학연구소(Larsim) 알렉세이 그린바움(Alexei Grinbaum) 연구원의 강연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나노기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여타의 강연자들과는 달리, 과학기술에 대한 과학자와 사회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린바움 연구원은 ‘나노기술의 발전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7세기의 학자인 다마스커스의 사제 요한(St. John of Damascus)이 ‘천사나 악마는 육체가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신이 특정 형상을 부여했다’고 말한 사실을 인용했다. 

이어서 “나노과학 분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을 과학자들이 임의로 채색해서 대중에게 발표하는 매개지식(mediated knowledge)의 성격이 강하다”며,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나노기술은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KIST 나노소자연구센터 이정일 박사 
아울러 “시각장애인의 망막을 되살리기 위해 나노입자를 활용한다면 선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적외선 송신 기술을 덧붙인다면 스파이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며, 인체와 기계의 결합 등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의 등장에 따른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KIST 나노소자연구센터 이정일 박사가 ‘동서양 고전을 통해 살펴본 나노기술의 숙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동서양 고전문헌 속 명언과 더불어 한국 등 OECD 국가들에서 실시된 설문자료를 인용하며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해 언급했다.

과학기술이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에 관해 논의

이날 세션 후에는 송상용 한림대 교수, 조숙경 한국과학창의재단 홍보협력사업실장,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 정윤선 전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기술표준원 오경희 연구원 등 국내 과학문화 및 과학윤리 관련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린바움 연구원의 발표를 소재로 ‘과학기술이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 그린바움 박사와 진행된 과학윤리 토론 및 간담회 

그린바움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은 과학자 행동강령(Scientist's Code of Conduct)을 통해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해 과학자 개인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과학과 윤리를 함께 생각하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자리잡히고 있음을 언급했다.

아울러 과학자들의 윤리적 사고를 촉구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디펜(DEEPEN) 프로젝트’가 지난 4년 간 진행되어 오는 12월에 마무리된다며, 유럽에서처럼 한국도 과학기술 관련학교에서 윤리학 수업을 병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나노기술은 과학자의 작업이 일반대중들의 인식을 좌우하는 분야이므로, 미래를 생각하는 진지한 자세와 더불어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동욱 기자 |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09.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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