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안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현재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요원 130∼150명과 이들을 경비할 특전사 요원 270∼280명 선이 아프간에 파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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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파견부대에 지급될 K-11 복합소총의 위용 | 우리 군의 아프간 파병은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아프간 지방정부에 대한 행정지원과 재건사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주목적.
그러나 아직도 탈레반과 알카에다 잔당들이 활동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역이며, 혹시나 모를 불가피한 전투에 대비한 준비는 필수불가결한 파병 원칙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파병에는 우리 군의 정예부대인 특전사 요원들의 파병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부대에 지급될 장비 중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최신예 군장비들이 포함돼있어 파병 못지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차기 복합형 소총 K-11’이다.
진짜 매운 맛은 위에 있다
지난해 7월 28일 ‘차기 복합형 소총 K-11’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총 185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 지난 2000년 4월 착수해 8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한 이 소총은 ADD의 주관아래 S&T대우, 이오시스템, 풍산금속, 한화 등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참여한 순수 국산 기술의 결정체다.
K-11 복합소총은 지난해 염수검사, 모래 및 진흙검사 등 모든 검사를 마치고,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았다. 이미 양산에 들어가 우리 군에 실전 배치되고 있으며, 중동 및 남미 국가들과의 수출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2009’에 참석한 미 국방부 관계자들도 이 K-11 소총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이 소총의 위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K-11 복합형 소총의 제원은 구경 5.56㎜, 중량 6.1㎏, 길이 860㎜이며 유효사거리는 460∼500m. 단지 이런 외형상의 조건은 구경 5.56㎜, 길이 97㎝, 무게 3.26㎏, 유효사거리 460∼500m의 제원을 갖고 있는 한국군 주력소총인 K-2 소총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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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수가 손쉽게 탄환을 선택할 수 있다. | 아울러 길쭉하고, 날렵한 외형 일색이던 기존의 소총들과 달리 이 소총은 두껍고, 둔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외형상 무거워 보이고, 들고 다니기에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도 기존의 소총보다 1.5배 정도 무거운 중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어디까지나 외형만 갖고 판단한 선입견일 뿐이다. 이 소총의 위력은 바로 그 두터운 외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K-11 소총은 기존의 K-1, K-2 소총에 한 가지 능력이 더 추가된다.
그것은 바로 구경 20㎜ 공중폭발탄으로 하나의 방아쇠로 5.56㎜탄과 20㎜ 폭발탄을 선택해 사격할 수 있는 ‘이중총열 구조’다. 이런 장비가 추가된 이유는 전장 상황이 예측 불허하기 때문이다. 적들은 그런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적이 숨어있는 장소가 바위나 울퉁불퉁한 지형, 또는 건물 안일 때, 기존의 소총으로는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 K-11 소총을 가진 병사는 신속하게 방아쇠를 20mm 공중폭발탄으로 전환, 20mm탄을 발사하면, 이 탄환은 적의 머리 위로 날아가서 마치 십자폭탄처럼 수백 개의 파편을 밑으로 쏟아낸다.
사격방식은 충격폭발식과 지연폭발식 등의 두 가지가 채택된다. 충격폭발식의 경우, 표적에 맞으면 바로 폭발하게 되고, 목표물에 직접적으로 파편들이 부딪힌다. 또 하나 지연폭발의 경우, 신관의 기능을 이용, 목표물 상공에 조준하고, 사격하면 20mm 탄환은 500m 전방에 있는 적의 목표물 위에서 폭발, 밑에 있는 적들에 파편 세례를 쏟아 붓게 되는 것.
그러나 K-11 소총이 차기 소총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것은 백발백중의 필승 사격술을 제공하는 디지털 첨단 장비들 때문이다.
K-11, 보는 눈이 다르다
현대전에 사용되는 개인화기들은 이미 그 살상능력이 입증된 무기들이다. 문제는 어떻게 적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K-11 복합소총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K-11에 부착된 사격통제장치가 열상, 거리측정, 탄도계산, 조준점 유도 등으로 주·야간 사격의 정밀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첨단 과학기술이 바로 적외선과 레이저.
먼저, 주간에 병사가 적을 발견하고, 사격을 하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적과의 거리계산이다. 이 때, K-11에 장착된 전자식 광학 조준경에는 주간 4배율 도트에 야간투시경 및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사거리 입력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존의 소총과 다른 한 차원 높은 사격능력을 제공한다.
먼저, 사수는 적을 발견하고, 총을 겨눈 다음,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거리를 측정한다. 이 원리는 약 5-20ns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표적을 향해 발사한 후, 발사신호가 되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과 빛의 속도를 곱해 표적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 측정거리는 보통 10-20km이고, 측정오차는 대략 10m로서 매우 정확한 편이다.
소총 안에 내장된 소형 칩에 의해 거리가 계산되면, 이 디지털 정보들이 전자식 회로에 의해 자동으로 조준점을 사수에게 알려준다. 또 20mm 탄이 필요한 경우, 이 정보들은 유탄의 신관에 자동으로 전송, 입력됨으로써 사거리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것.
앞이 안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속의 야간전투는 1·2차 대전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등을 거치면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 야간에는 적외선이 활용된다. K-11 소총에는 적외선 열상감지장비가 달려 있어 달그림자 조차 없는 어두운 밤에도 사수는 조준경의 화면을 보고 적의 모습과 위치 그리고 주변 환경까지 관측하면서 사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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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과학이 응용된 사격통제장치로 주야간 정밀사격이 가능하다. |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빛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적외선의 보이지 않는 능력을 무기에 활용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 장비가 바로 열상감지장비다. 절대온도 제로(0 °K; -273℃) 이상인 모든 물체는 열을 방사하는 적외선의 원리를 이용한 이 장비는 모든 물체 심지어 얼음(미량의 적외선 방사)까지도 적외선을 감지한다.
아무리 추운 겨울날이라도 상관이 없다. 물체가 방출하는 적외선 영역의 에너지 차이 즉 온도차를 영상화하는 전자 광학장치로 표적과 배경과의 발산온도차를 이용, 표적의 식별이 가능하다.
적외선 광학계가 표적과 배경이 발하는 적외선 영역의 에너지를 검출기 표면상에 집적시키고, 이를 주사장치(scanner)에 의해 일정 시야 내의 부분 영상 에너지를 순차적으로 적외선 검출기 면에 나열시켜 화면을 구성한다.
이 때, 검출기는 입사된 적외선 에너지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켜 신호처리기에 전달하고, 신호처리기는 적외선 검출기에서 나오는 전기적 영상정보를 영상재현장치로 보내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화면으로 재구성한다. 사수는 이 화면에 따라서 사격을 하면 된다.
K-11 복합소총은 탈레반들처럼 현지 지형에 익숙하고, 야간 기습을 주로 노리는 테러세력에겐 매우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이 소총은 미래전의 승패가 전략 전술에서 앞으론 첨단 과학기술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실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