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기술 현장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는 영국왕립학회가 발간해온 오랜 전통의 저명한 국제 학술저널지다. 이 저널 인터넷 판 2월호에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한국인의 연구 논문이 실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박지웅 교수와 김명숙 박사과정 학생 연구팀이 일상 온도에서 특별한 물질을 첨가하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는 고체(복합소재)를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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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고체. 광주과학기술원이 개발했다. | 고체 상태에서 수분이나 다른 첨가물 없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염을 형성하는 새로운 수산화아미딘 유도체를 개발했는데, 이 화합물은 그 질량 대비 최고 27%까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으며, 섭씨 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를 다시 기체로 방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고체 상태서 이산화탄소 흡수...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사용하던 알칸올아민 수용액의 단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알칸올아민 수용액은 흡수제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의 비열로 인해 높은 재생 에너지가 필요한데다 부식성, 흡수제 손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재생 공정 중에 반응의 부산물이나 용매가 불순물로 나와 이산화탄소를 순수하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이 별도로 필요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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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소재를 활용한 에저니 절감 사례 | 때문에 흡수제를 직접 이산화탄소 저장체로 사용하기 어렵고, 기체연료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공정에도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박 교수 팀이 개발한 고체, 수산화아미딘은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함으로써 실용화가 매우 용이해졌다.
박 교수는 이 고체를 잠수함이나 비행기, 우주선과 같은 밀폐된 공간, 혹은 이산화탄소를 재이용하는 합성공장 등에서 이산화탄소 공급원으로 활용할 경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이산화탄소 감축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는 세계 각국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시점에서 GIST의 연구결과는 복합소재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항공기 몸체 무게 절반으로 줄여...
복합소재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다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보잉 사는 차세대 항공기 ‘B787(드림라이너)' 몸체 약 50%에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소재가 결합된 복합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강철 소재를 이 복합소재로 대체함으로써 무게를 약 20%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시도가 성공을 거둔다면 세계 항공업계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여객기 제작 시에도 복합소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전 세계 100석 이상의 여객기에 이 복합소재를 50% 이상 적용하게 되면, 온실가스 연간 감축량을 노르웨이 전체 배출량보다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탄소섬유 복합소재가 적용되는 곳은 항공기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선박 등의 또 다른 운송수단,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풍력 발전 터빈날개 등 그 적용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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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의 'X-1'. 차의 무게를 X분의 1까지 줄인다는 의미다. | 도요타(Toyota) 자동차는 2007년부터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MI(Mass Innov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8년 시카고 모터쇼에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차체와 휠을 만들어 무게를 3분의 1로 줄인 컨셉트 카 ‘1/X’를 선보였다.
시장정보기관인 GIA(Global Industry Analysis)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의 전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0년 2억5천만 달러에서 2015년 33억4천만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매우 바빠졌다. 기술제휴, 혹은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탄소나노튜브 소재 업체인 미국 하이페리온(Hyperion)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 바스프(BASF), 에보닉(Evonik) 등 화학 소재 업체들과 협력해 자동차 부품 및 일부 차체용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스포츠 용품에도 이 소재를 적용한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독일 바이엘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아이스하키 스틱과 야구배트, 스키 등을 선보였다. 이미 이들 제품은 독일은 물이고 핀란드 등 유럽지역 스포츠 국가대표 팀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기술개발그룹(TEG)에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한 테니스 라켓 9만 개는 테니스 애호가들에게 순식간에 팔렸다. 나노소재를 적용한 골프채의 경우는 기존 소재보다 10배 이상의 강도를 가지며 비거리 또한 월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복합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도레이(Toray), 미쓰비시 레이온(Mitsubishi Rayon) 등 메이저 업체들도 생산시설을 대폭 증설하고 있다.
복합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철강업체
관심을 끄는 것은 철강업체들이다.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인해 철강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철강업체들은 지난 1994년 17개국 35개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한 ‘ULSAB(Ultra Light Steel Auto Body)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2천만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 철강 소재의 경량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비철소재를 개발했다. 이 비철소재들은 자동차에 적용돼 , 금속소재 비중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었다.
금속소재가 아닌 복합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경우도 있다. 최근 포스코는 철강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알루미늄, 티타늄, 마그네슘, 페로망간, 탄소섬유와 같은 아이템을 개발, 복합소재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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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복합소재 | 복합소재란 서로 다른 종류의 소재, 즉 모재(Matrix)와 강화재(Filler)를 합성해 만든 소재를 말한다. 콘크리트를 예로 들면, 시멘트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시멘트에 자갈을 섞는데, 이 때 시멘트가 모재이고, 자갈이 강화재다.
그러나 최근 나노기술(Nanotechnology)의 발전은 전통적인 복합소재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나노 수준에서 소재·공정·분석 등이 가능해지면서 단순히 섞어주는 복합 개념에서 벗어나, 아예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복합소재의 종류도 리튬이논전지 복합소재, 연료전지 복합소재, 전자종이용 복합소재 등 그 활용 분야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나노기술의 발전은 이 복합소재의 범위를 골프채에서 항공기까지 적용 대상을 넓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복합소재 개발은 매우 어렵다. LG경제연구원 문희성 선임연구원은 이 복합소재 개발이 융·복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재 개발을 위해 정부의 코디네이터 역할과 함께 산·학·연 협력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