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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인류의 진화- 제2의 네안데르탈인이 있을까?

FERRIMAN 2010. 4. 2. 09:04

제2의 네안데르탈인이 있을까? 현생 인류와 공존한 새 인류종 발견 2010년 04월 02일(금)

사타 라운지 2003년 10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리앙부아 지역의 한 석회암동굴 바닥에서 매우 특이한 유골들이 발견됐다. 1m 정도의 신장을 지닌 이 유골들의 뇌는 그 크기가 인간의 1/3에도 채 미치지 않아 피그미족 어린이보다 작았다.

하지만 이들은 도구를 만들어 썼고 사냥 및 도축 솜씨가 뛰어난 호미니드(인간과의 동물로서, 현생 인류 및 모든 원시 인류를 함께 일컬음)였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이들의 발 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생 인류와 닮아 있었다.

▲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두개골 (왼쪽)과 호모사피엔스의 두개골 (오른쪽) 
이 유골들은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2004년 10대 과학적 발견’에 포함되었으며, 지난 150년 동안 발견된 인류 유골 중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되었다. 발견된 지명을 따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고 명명된 이들에게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난쟁이족인 ‘호빗’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두뇌를 갖고 있는데, 같은 영장류라 해도 그 차이는 매우 심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뇌를 가진 영장류인 회색쥐여우원숭이는 뇌의 무게가 겨우 1,8g밖에 되지 않는 반면 인간은 1,330g이나 되는 무거운 뇌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큰 뇌 사이즈는 현생 인류의 기원 및 성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현생 인류의 두뇌 크기 확대는 진화 초기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어떻게 그처럼 작은 뇌를 가지고 현생 인류와 함께인 1만3천년 전까지 공존하고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네안데르탈인처럼 현생 인류와 공존하다 멸망한 새로운 인류 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너무도 작은 뇌의 크기를 문제 삼아 이들이 갑상선 결함 등의 질병으로 인해 작은 두뇌를 가지는 소두증에 걸린 환자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으로는 호모 에렉투스의 자손인 원시 인류가 수천년 동안 섬에 고립되어 살면서 격리 왜소화를 일으켜 난장이화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좀 더 많은 화석 증가가 나와야 결론이 날 것 같다.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뼈

그런데 최근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팀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 인류와는 다른 새로운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스반테 파보 박사는 2006년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으로부터 DNA를 추출, 현생 인류와 비교해 둘 간에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밝혀낸 장본인이다. 또 인간의 FOXP2 유전자가 침팬지나 고릴라 등과 달리 중요한 변이가 일어난 사실을 밝혀내 이것이 언어유전자일지 모른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 분자진화학의 대가이다.

▲ 데니소바인의 상상도 
스반테 파보 박사팀이 새로운 인류 화석이라고 밝힌 것은 시베리아의 오지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화된 인간의 손가락 뼈였다. 지난 2008년 여름 이 뼈를 처음 발견한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를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생각했다. 이 손가락 화석은 4만8000년~3만년 전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됐으며, 5~7세 어린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것이 정말 새로운 인류 종이라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보다 더 특별할 것이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 외에는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데니소바인의 경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모두 활약했던 시베리아라는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에 공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스반테 파보 박사가 밝혀낸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차이는 0.5%였다. 즉, 0.5%의 차이가 현생 인류는 진화에서 살아남게 했고, 네안데르탈인은 멸망하게 한 것이다.

이번에 데니소바인의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특이했다. 네안데르탈인의 mtDNA 유전체는 현생 인류와 보통 뉴클레오티드 202번에서 차이가 나지만, 데니소바 동굴의 인류는 385번에서 차이가 났다는 것.

현생 인류의 DNA를 역추적한 결과 우리 인간은 극소수의 작은 집단에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데니소바인의 발견이 현생 인류의 그 어떤 특성이 인간답게 만들고 진화에서 살아남게 했는지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만약 데니소바인의 전체적인 유전체 염기서열 및 추가조사 결과 제3의 인류종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면 말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04.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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