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FOCUS 최근 개최된 굵직한 국제회의마다 녹색성장이 주요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21세기는 새로운 녹색 대체에너지 시대가 될 거라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지구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물이 공멸하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다른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유념해야만 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왕복하고 있으며, 이미 수차례의 석유파동을 통해 자원 빈국의 서러움을 체험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2차전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로 항상 언급되는 것이 태양광, 풍력, 조력, 원자력 발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를 차량과 같은 운송수단에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에너지 생산량이 고르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 저장 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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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치형 리튬 2차전지 |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방안으로 연료전지, 수소저장합금과 같은 기술이 언급되고 있으나, 현재의 기술적 완성도 및 경제성을 고려해 볼 때 2차전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즉,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내연기관을 2차전지가 대체할 거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2차전지는 휴대용 전자기기, 노트북과 같은 소형 IT 기기에 사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EV)의 차세대 동력원 및 신재생에너지의 저장 수단으로 녹색성장의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통칭하는 단어이며, 납축전지, Ni-Cd(니켈 카드뮴 배터리), Ni-MH(니켈 수소 배터리), 리튬 배터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중 납축전지는 주로 자동차의 시동을 위한 전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중량이 매우 무겁고 대량의 전기를 저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Ni-Cd 전지는 전동공구 및 휴대용 기기의 전원으로 이용됐으나, 중금속인 카드뮴의 환경오염 문제로 최근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Ni-MH 전지는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2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리튬 배터리’의 등장으로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리튬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Lithium Ion Battery, LIB), 리튬 폴리머 배터리(Lithium Polymer Battery), 리튬 에어 배터리(Lithium Air Battery) 등이 있으나, 최근 리튬 배터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십중팔구 LIB일 것이다. 그 이유는 LIB만이 기술개발 단계 및 생산단가에서 Ni-MH와 대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LIB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하지 않을 때 방전이 적게 발생하며, 전압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Ni-MH 전지를 제치고 가까운 시일 내에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차전지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은 대부분 산요, 소니와 같은 일본의 대기업이었으나, 최근 우리나라의 삼성 SDI와 LG화학이 시장 점유율을 앞서고 있다. LIB의 주요 원천 기술은 일본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으나, 삼성, LG, SK와 같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술력도 점차 일본을 따라잡고 있는 양상이다.
2차전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휴대용 IT 기기 시장을 넘어 전기자동차 시장을 정복하려 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자꾸 언급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IT 기기용 소형 LIB와 전기자동차용 대형 LIB는 용량 자체가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의 경우 기존 휴대폰 배터리의 100배 정도의 용량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자동차 시대를 이끌어 갈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의 용량은 휴대폰 배터리 대비 수천 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이 2차전지 시장의 동인으로 전기자동차를 손꼽는 것이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2020년 시장 규모를 500억 달러 내외로 예측했으나 최근 발행된 보고서에서는 무려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튬 자원 확보의 중요성
그러나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LIB를 생산하려면 관련 제조 기술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인 리튬 자원에 대한 확보 방안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리튬은 리튬 배터리를 비롯해 유리, 합금, 세라믹, 윤활유, 제약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자원인 동시에 향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가 되는 매우 유용한 미래 자원이다. 그러나 리튬은 석유와 마찬가지로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중남미에 위치한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현재는 미개발 상태임)를 비롯해 호주, 미국, 중국 등에 분포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리튬 자원이 전무하다.
리튬의 육상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 일본 등 경쟁 국가들은 리튬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하는 리튬을 티벳자치구에서 발견했지만, 주요 광물자원 선점 전략에 따라 볼리비아 등과 채광 및 개발협정을 체결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일본은 리튬을 주로 칠레에서 수입했으나, 중국의 자원독점에 대비해 수입루트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광물자원공사를 주축으로 볼리비아에 진출해 개발 협정을 체결했지만,미국의 주요 언론(Forbes, NY Times, Time 등)에서 언급한 바와 이 볼리비아는 서방국가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으며, 우리나라 에도 중국 등과 동시에 개발협정을 체결하고 있어 독점적인 리튬 공급원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매장지역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외에도 리튬의 원활한 공급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육상에서 채취하는 리튬은 염호(鹽湖, brine)를 증발한 후 정제하여 생산(생산 기간 1~2년)하거나, 리튬이 포함된 리티아 휘석(spodumene), 페탈라이트(petalite), 비늘 운모(lepidolite) 등의 광석을 채광한 뒤 선광·제련 과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수요량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대응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로 인한 급격한 리튬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이후부터 수요량 대비 생산량이 열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전기자동차가 대량으로 양산되는 2020년경에는 리튬 수요량 11만 톤 대비 생산량은 7만 톤에 불과해 리튬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 또한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업용 차량도 전기자동차로 전환될 경우 수십만톤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현재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2차전지와 전기자동차로 전환될 것이며, 이미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리튬의 안정적인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핵융합 발전에 관한 연구인 K-Star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도 리튬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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