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중앙일보] 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인왕산 길
FERRIMAN
2011. 3. 18. 08:43
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22·끝) 서울 인왕산길
‘기차바위’ 오르니 발 아래로 서울 최고의 조망
도심 트레킹 마지막 회를 맞아 도보여행 전문가 윤문기씨에게 서울에서 가장 좋은 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윤씨는 “서울 제일의 길은 도읍의 우백호인 인왕산(仁王山)에 있다”고 말했다.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인왕산은 바위가 빚어내는 모습 자체가 절경이고, 능선 위에서 도심 빌딩 숲을 조망하면서 산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 풍경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는 “기차바위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 연봉이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장막을 드리우는데 그 광경이 물결치듯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긋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말했듯이 걷기의 강도와 조망의 수준은 비례한다. 인왕산은 해발 338m, 이제껏 걸었던 서울의 여느 산길보다 조금 벅차다. 등산이라기에는 약하고, 트레킹보다는 힘든 편. 다녀온 뒤 감히 말하자면, 서울 시내 40여 개 산, 200여 개 봉우리 중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저 그린 게 아니었다.
서울 제일의 조망, 인왕산 기차바위. 북쪽으로 북한산이 장막을 펼치고 발 아래 세상은 현실이 아닌 듯 아득하다. [김성룡 기자]
이항복이 풍류 즐긴 백사실 계곡은 디저트
이번 코스는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거쳐 백사실 계곡으로 내려온다. 메인이 인왕산이라면 산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정겨운 개미마을이 애피타이저, 백사 이항복 선생이 별서까지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는 백사실 계곡이 디저트다. 서울 최고의 길을 풀코스로 즐기는 것이다.
초반에는 길 찾기가 조금 까다로우니 설명을 바짝 좇아야 한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나온 방향 그대로 30m쯤 가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약 70m 뒤 갈림길에서 서대문세무서를 끼고 좌회전한다. 그대로 500m를 간 뒤 오른쪽 편의점을 끼고 오르막을 오른다. 표지판에 ‘문화촌길’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100m쯤 오르면 문화촌 현대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아파트 101동 왼쪽 외곽에 난 길을 걷는다. 300m쯤 걸으면 아파트 104동이 나오고 바로 왼쪽에 돌계단이 있다. 개방 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다. 계단을 다 오른 뒤 쪽문으로 나선다. 오른쪽 공원이 아닌 왼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개미마을로 가는 길이다. 130m쯤 직진하면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오른쪽으로 10m를 더 간 뒤 바로 왼쪽 샛길로 들어간다.
약 50m를 더 가면 정면에 인왕중학교가 보이고 오른쪽 오르막을 오르면 곧 개미마을이 시작된다. 개미마을은 건국대·상명대 등의 미대 학생들이 삭막한 회색 벽에 알록달록한 벽화를 그려놓은 산아래 마을이다. 벽화를 감상하며, 가파른 마을 길을 200m쯤 오르면 왼쪽에 노란색 철제 난간이 있다. 난간 쪽으로 올라 100m쯤 가면 나무계단과 함께 ‘기차바위 능선 300m’라는 표지판이 있다. 왼쪽 기차바위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흙길을 오른다.
100m쯤 되는 산길을 다 오르면 ‘기차바위 능선 200m’라는 철제 표지판과 ‘기차바위 능선 650m’라는 나무 표지판이 함께 있다. 방향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지만 거리가 제각각이어서 당혹스러운데, 기차바위가 속한 능선까지는 200m이고 기차바위 바로 위까지는 650m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 심어놓은 길을 화강암 부스러기와 마른 솔잎을 밟으며 오른다. 200m쯤 되는 산자락을 다 오르면 기차바위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타게 된다. 능선은 높이나 조망의 규모 면에서 다른 곳과 비할 바가 아니다. 서울의 도심을 깨끗이 조망할 수 있는 편평한 바위가 하나 있으니 잠깐 휴식을 취하고 능선에서 정상 방향인 오른쪽으로 걷는다. 소나무 사이로 깨끗한 바람이 와닿고, 저 너머로 남산 아래 빌딩 숲과 홍제동 마을 풍경이 언뜻 보인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하나 둘 나오면 기차바위 바로 위까지는 한달음이다. 기차바위는 인왕산 아래에서도 눈에 확 띄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다. 안전을 위해 말뚝을 박고 로프를 걸어놓았다.
사방이 트인 기차바위의 조망은 말로 다하기 힘들다. 북한산·남산·안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강 이남의 풍경까지 내다보인다. 서울의 생김새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그래서인지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다. 삿갓을 엎어 놓은 듯한 정상석 위에 올라서면 서울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서울 성곽 사소문중 유일하게 온전한 창의문
정상에서 내려와 성곽 길을 따라 걷는다. 처음에는 성곽을 왼쪽에 두고 따라 내려간다. 부분적으로 성곽의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있지만, 성곽만 따라 내려가면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1㎞ 채 못 가 성곽 길이 막히면 표지판이 ‘인왕산길 0.07㎞’ ‘청운어린이집 0.23㎞’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간다.
차도(인왕산길)가 나오면 길을 건너 왼쪽으로 걷는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넘어 차도로 내려선 뒤 오른쪽으로 100m쯤 앞에서 길을 건넌다. 바로 왼쪽 계단을 오르면 창의문이 있다. 창의문은 서울 성곽의 사소문(四小門) 중 온전히 남아 있는 유일한 문이다. 문을 통과하면 바로 부암동이다.
창의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다 ‘동양방아간’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700m쯤 걷는다.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촬영지인 산모퉁이 카페를 지나 오른쪽으로 200m를 더 직진하면 백사실 계곡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내리막 300m를 더 가면 계곡이 있다. 아직 계곡 길은 봄기운이 채 못 닿은 듯 여기저기 얼어 있었다. 백사 이항복 선생이 감탄해 마지 않았던 숲길을 다 걸으면 끄트머리에 현통사라는 절이 있다. 여기서 300m를 더 내려가면 ‘세검정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이정봉 기자● week& ‘도심 트레킹’에 많은 도움을 준 도보여행 전문가 윤문기씨가 걷기 코스 가이드북 『서울의 걷기 좋은 숲길』(우리미디어)을 펴냈다. 걷기 매니어 1000여 명이 함께 검증한 서울 구석구석의 산책로 37곳을 담았다. week&에서 소개된 길의 코스 지도도 자세히 실려 있다. 책에 수록된 모든 코스에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볼 수 있는 QR코드가 기재돼 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그는 “기차바위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 연봉이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장막을 드리우는데 그 광경이 물결치듯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긋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말했듯이 걷기의 강도와 조망의 수준은 비례한다. 인왕산은 해발 338m, 이제껏 걸었던 서울의 여느 산길보다 조금 벅차다. 등산이라기에는 약하고, 트레킹보다는 힘든 편. 다녀온 뒤 감히 말하자면, 서울 시내 40여 개 산, 200여 개 봉우리 중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저 그린 게 아니었다.
이항복이 풍류 즐긴 백사실 계곡은 디저트
이번 코스는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시작해 인왕산을 거쳐 백사실 계곡으로 내려온다. 메인이 인왕산이라면 산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정겨운 개미마을이 애피타이저, 백사 이항복 선생이 별서까지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는 백사실 계곡이 디저트다. 서울 최고의 길을 풀코스로 즐기는 것이다.
초반에는 길 찾기가 조금 까다로우니 설명을 바짝 좇아야 한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나온 방향 그대로 30m쯤 가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약 70m 뒤 갈림길에서 서대문세무서를 끼고 좌회전한다. 그대로 500m를 간 뒤 오른쪽 편의점을 끼고 오르막을 오른다. 표지판에 ‘문화촌길’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100m쯤 오르면 문화촌 현대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아파트 101동 왼쪽 외곽에 난 길을 걷는다. 300m쯤 걸으면 아파트 104동이 나오고 바로 왼쪽에 돌계단이 있다. 개방 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다. 계단을 다 오른 뒤 쪽문으로 나선다. 오른쪽 공원이 아닌 왼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개미마을로 가는 길이다. 130m쯤 직진하면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오른쪽으로 10m를 더 간 뒤 바로 왼쪽 샛길로 들어간다.
약 50m를 더 가면 정면에 인왕중학교가 보이고 오른쪽 오르막을 오르면 곧 개미마을이 시작된다. 개미마을은 건국대·상명대 등의 미대 학생들이 삭막한 회색 벽에 알록달록한 벽화를 그려놓은 산아래 마을이다. 벽화를 감상하며, 가파른 마을 길을 200m쯤 오르면 왼쪽에 노란색 철제 난간이 있다. 난간 쪽으로 올라 100m쯤 가면 나무계단과 함께 ‘기차바위 능선 300m’라는 표지판이 있다. 왼쪽 기차바위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흙길을 오른다.
100m쯤 되는 산길을 다 오르면 ‘기차바위 능선 200m’라는 철제 표지판과 ‘기차바위 능선 650m’라는 나무 표지판이 함께 있다. 방향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지만 거리가 제각각이어서 당혹스러운데, 기차바위가 속한 능선까지는 200m이고 기차바위 바로 위까지는 650m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 심어놓은 길을 화강암 부스러기와 마른 솔잎을 밟으며 오른다. 200m쯤 되는 산자락을 다 오르면 기차바위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타게 된다. 능선은 높이나 조망의 규모 면에서 다른 곳과 비할 바가 아니다. 서울의 도심을 깨끗이 조망할 수 있는 편평한 바위가 하나 있으니 잠깐 휴식을 취하고 능선에서 정상 방향인 오른쪽으로 걷는다. 소나무 사이로 깨끗한 바람이 와닿고, 저 너머로 남산 아래 빌딩 숲과 홍제동 마을 풍경이 언뜻 보인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하나 둘 나오면 기차바위 바로 위까지는 한달음이다. 기차바위는 인왕산 아래에서도 눈에 확 띄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다. 안전을 위해 말뚝을 박고 로프를 걸어놓았다.
사방이 트인 기차바위의 조망은 말로 다하기 힘들다. 북한산·남산·안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한강 이남의 풍경까지 내다보인다. 서울의 생김새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그래서인지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분 거리다. 삿갓을 엎어 놓은 듯한 정상석 위에 올라서면 서울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정상에서 내려와 성곽 길을 따라 걷는다. 처음에는 성곽을 왼쪽에 두고 따라 내려간다. 부분적으로 성곽의 왼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있지만, 성곽만 따라 내려가면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1㎞ 채 못 가 성곽 길이 막히면 표지판이 ‘인왕산길 0.07㎞’ ‘청운어린이집 0.23㎞’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간다.
차도(인왕산길)가 나오면 길을 건너 왼쪽으로 걷는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넘어 차도로 내려선 뒤 오른쪽으로 100m쯤 앞에서 길을 건넌다. 바로 왼쪽 계단을 오르면 창의문이 있다. 창의문은 서울 성곽의 사소문(四小門) 중 온전히 남아 있는 유일한 문이다. 문을 통과하면 바로 부암동이다.
창의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다 ‘동양방아간’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700m쯤 걷는다.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촬영지인 산모퉁이 카페를 지나 오른쪽으로 200m를 더 직진하면 백사실 계곡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내리막 300m를 더 가면 계곡이 있다. 아직 계곡 길은 봄기운이 채 못 닿은 듯 여기저기 얼어 있었다. 백사 이항복 선생이 감탄해 마지 않았던 숲길을 다 걸으면 끄트머리에 현통사라는 절이 있다. 여기서 300m를 더 내려가면 ‘세검정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