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조선일보] 삼화콘덴서 MLCC

FERRIMAN 2011. 5. 4. 23:17

2011년 05월 04일 (수) 03:33  조선비즈

'전자산업의 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국내 최고(最古)의 콘덴서 전문 기업 삼화콘덴서. 방진복을 갈아입고 축구장 넓이만한 크린룸(clean room)에 들어서자 어른 어깨 높이에 가로가 긴 캐비닛 모양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인쇄·적층기 수십 대가 '위잉' 하는 기계음을 내며 A4 용지만한 크기의 바(bar)를 찍어내고 있었다.

↑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전기부품 소재기업인 삼화콘덴서 본사 생산라인에서 방진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콘덴서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MLCC는 모든 전기제품에 들어가는 콘덴서의 일종. MLCC 인쇄·적층공정은 15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세라믹과 금속막에 회로(回路)를 그리고, 이를 번갈아 겹겹이 쌓아올리는 핵심 공정이다. 빌딩처럼 더 많은 층수를 쌓아 올릴수록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MLCC의 효율도 높아진다.

적층기가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세라믹막과 금속막을 한 층 쌓아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윤중락 연구소장은 "현재 1000층까지 적층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조만간 1200층 제품도 양산할 계획"이라며 "기술력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를 12일 동안 24개 공정을 거친 뒤 좁쌀만한 크기로 잘라내면 MLCC 완제품이 나온다. 도자기처럼 일종의 대형 가마에 넣고 굽는 과정도 거친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가 새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스마트TV 등 얇은 디자인의 스마트기기가 붐을 일으키면서 필수 부품인 MLCC 수요량도 크게 늘고 있다. IT기기의 성능은 갈수록 복잡해지지만 거꾸로 두께는 더 얇아지기 때문에 부품 간의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MLCC는 더 많이 들어간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세계 시장의 70%가량을 장악했던 일본의 무라타·TDK·다이요유덴·교세라 등이 조업 차질을 빚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는 호기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세계 4위 TDK의 경우 이와타현 공장 등 세 곳이 대지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전력난 등으로 여전히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1·2위 기업인 무라타와 다이요유덴도 전력 사정과 물류망 때문에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세계 IT 완제품 기업들이 일본 외 기업으로 수입선을 돌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일본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의 생산업체인 삼성전기와 삼화콘덴서는 투자를 대폭 늘리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계 2위인 삼성전기는 작년 2800억원을 선제(先制) 투자해 생산능력을 30%가량 확대한 데 이어 올해도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일본 무라타를 본격적으로 추격하겠다는 뜻이다. 삼화콘덴서 역시 201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황호진 사장은 "세계의 모든 전자기기에 우리의 콘덴서 제품을 공급하는 게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모든 전기제품에 들어가는 콘덴서로 전자제품의 내부에서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방해 전자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을 뜯어보면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MLC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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