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우리나라의 조선산업 경쟁력
FERRIMAN
2011. 7. 19. 15:56
기사 입력 2011.07.18 00:23 / 수정 2011.07.18 11:19
892만CGT … 전체 발주량 53% 차지
지난 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 드릴십 제작이 한창이다. 드릴십은 자력항해가 가능한 석유시추선으로 한 척에 5000억원씩 한다. [중앙포토]
경남 창원에 있는 STX조선해양의 진해조선소에선 1주일씩 휴가 갈 엄두를 못 낸다. 징검다리 연휴를 붙여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3년치 도크(선박 건조시설) 사용 일정이 꽉 찰 정도로 일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 일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끊기는 듯하더니 요즘 다시 몰려들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대형 조선업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평상시 수주량이 회복됐고, 올해는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대 조선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STX조선해양) 중 다른 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목표를 115억 달러로 잡았는데 7월 초에 이미 142억 달러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조선 산업이 침체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수주량 부문에서 중국에 뺏긴 ‘세계 1등’ 자리도 2년 만에 되찾을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조선사들의 올 상반기 신규 선박 수주량이 892만 CGT(수정환산총t수)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1677만 CGT의 53.2%를 수주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1위였던 중국 조선소들은 517만 CGT를 수주해 2위로 밀렸다. CGT는 배 종류에 따라 난이도나 자재 투입량이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한 환산계수를 총 t수에 곱한 수치로 조선소 간, 국가 간 수주량 비교에 쓰이는 지표다.

한국 조선산업은 2000년 처음으로 수주량과 수주잔량에서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자리에 군림해 왔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로 발주량이 확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자체 발주량이 많아 타격을 덜 받았던 중국은 2009년 수주량·수주잔량·건조량 등 3대 분야에서 모두 한국을 따라잡았다. 이게 2년 만에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선전은 주로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같은 비싼 배를 싹쓸이한 결과다. 석유시추선의 일종인 드릴십의 경우 브라질 정부가 자국 조선사에 발주한 7척을 제외한 전 세계 발주량 21척을 한국의 5대 조선사가 모두 가져왔다. 올 들어 원유가격이 크게 올라 수요가 많아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2분기에 발주된 19척을 모두 수주하는 등 상반기에 21척을 수주했다. 두 척씩 발주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도 모두 국내 조선사가 따냈다. 컨테이너선도 한국 조선사들이 휩쓸었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500만 재화중량t(DWT·컨테이너선의 용량단위로 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중량)으로 이 중 65%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그러나 중소형 조선사들이 집중하는 벌크선(곡물이나 광물처럼 포장되지 않은 상품을 운송하는 배)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올 상반기 벌크선(1만 DWT 이상 크기) 발주량은 1520만 DWT로 지난해 전체 발주량(8100만 DWT)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중국이 이 중 70% 이상을 쓸어갔다. 원유수송선 수주의 중국 쏠림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지경부는 내다봤다. 세계의 자원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의 중소형사와 대형사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최현철·채승기 기자
“일손 달려 여름휴가 꿈 못 꿔” … 조선 수주량 중국 다시 눌러
892만CGT … 전체 발주량 53% 차지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싹쓸이
2년 만에 ‘세계 1위’ 재등극 가능성
경남 창원에 있는 STX조선해양의 진해조선소에선 1주일씩 휴가 갈 엄두를 못 낸다. 징검다리 연휴를 붙여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3년치 도크(선박 건조시설) 사용 일정이 꽉 찰 정도로 일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 일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끊기는 듯하더니 요즘 다시 몰려들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대형 조선업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평상시 수주량이 회복됐고, 올해는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대 조선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STX조선해양) 중 다른 곳의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목표를 115억 달러로 잡았는데 7월 초에 이미 142억 달러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조선 산업이 침체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수주량 부문에서 중국에 뺏긴 ‘세계 1등’ 자리도 2년 만에 되찾을 전망이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조선사들의 올 상반기 신규 선박 수주량이 892만 CGT(수정환산총t수)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1677만 CGT의 53.2%를 수주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1위였던 중국 조선소들은 517만 CGT를 수주해 2위로 밀렸다. CGT는 배 종류에 따라 난이도나 자재 투입량이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한 환산계수를 총 t수에 곱한 수치로 조선소 간, 국가 간 수주량 비교에 쓰이는 지표다.
한국 조선산업은 2000년 처음으로 수주량과 수주잔량에서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자리에 군림해 왔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로 발주량이 확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자체 발주량이 많아 타격을 덜 받았던 중국은 2009년 수주량·수주잔량·건조량 등 3대 분야에서 모두 한국을 따라잡았다. 이게 2년 만에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선전은 주로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해양플랜트 같은 비싼 배를 싹쓸이한 결과다. 석유시추선의 일종인 드릴십의 경우 브라질 정부가 자국 조선사에 발주한 7척을 제외한 전 세계 발주량 21척을 한국의 5대 조선사가 모두 가져왔다. 올 들어 원유가격이 크게 올라 수요가 많아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2분기에 발주된 19척을 모두 수주하는 등 상반기에 21척을 수주했다. 두 척씩 발주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도 모두 국내 조선사가 따냈다. 컨테이너선도 한국 조선사들이 휩쓸었다. 올 상반기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1500만 재화중량t(DWT·컨테이너선의 용량단위로 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중량)으로 이 중 65%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그러나 중소형 조선사들이 집중하는 벌크선(곡물이나 광물처럼 포장되지 않은 상품을 운송하는 배)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올 상반기 벌크선(1만 DWT 이상 크기) 발주량은 1520만 DWT로 지난해 전체 발주량(8100만 DWT)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중국이 이 중 70% 이상을 쓸어갔다. 원유수송선 수주의 중국 쏠림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지경부는 내다봤다. 세계의 자원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의 중소형사와 대형사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최현철·채승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