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활동

[중앙일보] 규슈 올레

FERRIMAN 2013. 3. 28. 16:09

입력 2013.03.08 04:00

[커버스토리] week&이 다녀온 규슈 올레 ‘시즌 2’

걸었다 … 보였다 … 내 모습이

10m도 훌쩍 넘는 삼나무숲을 나오자 길은 논둑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낯설면서도 편안한 풍경. 규슈 올레를 걸으면서 받은 인상이다. 기리시마·묘켄 올레에서.


일본 규슈(九州)에 올레길이 또 열렸다. 지난해 2월 1차 규슈 올레 4개 코스가 개장했고 지난달 18∼22일 2차로 4개 코스가 더 열리면서 규슈에는 한국의 제주 올레를 본뜬 트레일이 모두 8개가 됐다. 길이만 106.4㎞에 이른다.

규슈 올레는 말하자면 (사)제주 올레가 수출한 트레일이다. 제주 올레는 올해도 코스 개발 등에 도움을 주고 업무 제휴비 명목으로 일본 규슈관광추진기구로부터 100만 엔(약 1200만원)을 받았다. ‘올레’라는 이름부터 제주 올레가 고안한 리본·화살표·이정표도 지난해에 이어 그대로 사용한다.

제주 올레에서 사용하는 화살표가 규슈 올레에도 그대로 사용된다.
규슈 올레 추가 개장은 일본에 제주 올레를 닮은 길 네 개가 더 늘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의를 지닌다. 일본에서 규슈 올레가 지속성을 띤 정규사업이 됐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은 “제주 올레가 해외 유명 트레일 여러 곳과 협약을 맺고 있지만 2년 연속 공동사업을 벌이는 건 규슈 올레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규슈관광추진기구 후지키 히데노리(


木秀則) 부본부장은 “내년 이후에도 규슈 올레를 계속 열어 한국의 제주올레처럼 26개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규슈 올레에 기울이는 관심은 각별하다. 지난해 제주도까지 찾아와 ‘올레 연수’를 마친 규슈 지역 공무원만 60명이 넘는다. 올해 개장 행사에도 20개가 넘는 일본 언론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일본정부관광국서울사무소 정연범 소장은 “제주 올레의 일본 진출은 2011년 대지진 이후 침체해 있던 일본 관광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3∼11월 규슈 올레 1차 코스를 체험한 인원은 8000명이 넘는다(한국인 4877명, 일본인 3230명). 여기서 한국인 숫자는 한국 여행사 실적을 추산한 것으로, 개별 여행자까지 포함하면 1만 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여행사는 입을 모은다. 지난해 규슈를 방문한 한국인은 60만 명이 넘는다.

이번에 개장한 4개 코스는 치열한 선발 과정을 통해 선정됐다. 지난해 이후 규슈 지자체로부터 규슈 올레 관련 문의가 쇄도하자, 규슈관광추진기구는 현(縣)마다 코스를 3개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규슈에 속한 7개 현은 각자 예선을 치렀고, 규슈 전역에서 20개 코스가 신청을 했다. 이어 규슈관광추진기구와 제주 올레 탐사팀이 한 달 가까이 규슈 전역을 돌며 현장실사를 벌였고, 마침내 4개 코스가 추려졌다. 최종 선정된 코스에도 조건이 붙었다. 안내판이 부족한 길에는 안내판 추가 설치를 주문했고, 포장도로가 많은 길에는 코스 조정 등을 지시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소 규슈 올레 2차 코스가 개장했다.

week&은 지난해에 이어 규슈 올레 개장 행사를 다녀왔다. 일본에서 올레길을 걷는 건 역시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10m가 넘는 대숲 아래를 걷다가 ‘올레길이 우리나라의 것만이 아닐 수 있구나’ 문득 생각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