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중앙일보]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
FERRIMAN
2014. 7. 14. 13:16
[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부르카 전쟁 인권과 종교의 자유



당연히 이에 항의해 무슬림은 EU 법원에 이 법을 철폐하라고 고소했지만 EU 법원은 올해 7월 초 프랑스 법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근거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이 나오자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심지어는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까지 반 부르카법을 만들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이슬람 부호들의 관광과 쇼핑 비중이 크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불과 100여 명에 불과한 부르카 착용 여성들 때문에 이런 법을 만든다면 관광수입에 큰 영향이 있다는 반론과,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찬성론이 크게 충돌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과 얘기할 때는 적어도 복면이 아니라 얼굴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점점 반 외국인, 반 이슬람의 바람이 거세어져 가는 데 있다. 유럽의 진보인사들은 이러한 반 부르카 법이 몇 명 안 되는 부르카 착용 여성을 규제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계속되는 중동 분쟁과 이슬람 과격단체의 연이은 테러, 시리아·이라크 내전 등 이슬람 세계의 불안정이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유럽의 전반적인 우경화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인권을 이야기하는 기독교의 유럽, 종교탄압을 주장하는 이슬람 세계, 아직도 가까워지기 어려운 두 세계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