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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FERRIMAN 2015. 7. 15. 11:48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 안도현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詩 )

흔들리잖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잖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서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서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반짝이는 삶들도
다 아픔 속에서 살았나니
아픔 속에서 삶의 꽃 따뜻하게 살렸나니
아픔 속에서 삶망울 착히착히 키웠나니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