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중앙일보] 신재생에너지 가격현황, 재생에너지
FERRIMAN
2019. 7. 26. 16:19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하로…기업 185곳 ‘윈·윈·윈’ 동참
입력 2019-07-20 00:20:04
재생에너지 전도사

샘 키민스 RE100 대표. 전민규 기자
글로벌 기업들, 유럽서 950억 달러 투자
이 캠페인이 실제로 각 나라의 정책이나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나. "많은 기업, 특히 투자여력이 큰 기업들이 뭉치다보니 힘이 있다. 우리는 유럽연합(EU)에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생산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개선 등 유용한 정책들을 제안했고, 실제로 이를 반영한 정책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책만이 아니다. 기업들은 유럽에서 전력전환을 위해 9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네덜란드, 영국,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 쪽에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면서 기업들이 이들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스페인도 투자유치를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늘리고, 폴란드도 풍력 투자를 늘리는 등 국가마다 재생에너지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비싸고, 초기 투자비용도 들 텐데 기업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우리는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시작했지만 기업들은 순전히 비즈니스적으로 선택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들지만 지금은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 이제 유럽에선 재생에너지가 더 싼 지역이 많아졌다. 우리 회원사들이 쓰는 에너지 총량은 200TWh(테라와트시) 정도다. 태국의 연간 전력수요량보다 많다. 이런 대규모 소비자들이 있으니 정부는 에너지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에너지 생산자들은 저렴한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구매기업-생산기업-정부’ 3자가 위너가 되는 게임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윈-윈-윈(win-win-win) 캠페인이라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이미 37개 기업(2018년 말, 회원사 155개 기준)이 사용에너지의 95%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우려도 없지 않다. 참여기업들 대부분 세계 산업에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은 부품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개도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되지 않을까. "이건 개도국·선진국의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201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에너지에 비해 7배나 비쌌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싸졌다. 현재 회원사 48개 기업이 현지에서 활동하고, 인도 기업 5개가 가입하면서 정치인들의 인식이 바뀌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인도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며 투자를 늘렸다. 기업들도 이에 고무돼, 특히 IT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전력문제는 정치 아닌 비즈니스의 영역
한국이 이례적이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 최고 품질의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등의 장비를 수출하는 나라다. 영국처럼 햇빛이 좋지 않은 나라도 한국산 장비로 KWh당 3~4센트에 공급한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장비를 보유한 한국은 재생에너지 접근이 힘들다. 우리 회원사 20여 개가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그들은 다른 나라에선 모두 에너지 전환을 달성했는데 한국에서만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기업들 중엔 가입한 기업이 아직 하나도 없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미국·유럽보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가. "모든 국가들이 에너지 전환 시기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었다. 일본도 재생에너지 구매가 쉽지 않아 RE100 참여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복사기 업체 리코가 18개월 전 가입한 후 지금까지 모두 19개 업체가 가입했다. 그러자 최근 일본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를 원래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우리는 정책입안자들에게 100%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기업이 먼저 움직이면 정부도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산업계 인사들도 만났을 텐데 RE100에 참가를 원하는 기업이 있었나. "기업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 문제는 모두 CEO가 결심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먼저 결심하는 CEO가 있는 기업이 나서게 될 걸로 기대한다. IKEA가 문을 열었고, 일본에선 리코가 영웅처럼 등장했듯이 한국에서도 누군가 영웅처럼 나서면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문제는 정치적 문제 등과 얽혀 쉽지 않은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선 여러 가지 어려움과 장애물이 있다는 말을 했다. 특히 정치적 문제를 많이 거론했는데,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전력 문제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문제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소극적인 정부에 요구함으로써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똑같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도 한국의 문제는 더 복잡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에너지체계의 전환이 투자유치와 비용절감 등 더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는 걸 한국기업들이 경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RE100 회원사들은 이 캠페인을 하면서 다른 업체들과 ‘공동체 의식’이 생겼다는 말을 많이 한다. 라이벌을 넘어 동일 미션을 수행했다는 동지애 같은 거다. 이 캠페인은 기업들이 먼저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해 끌고 가는 것이다. 개별기업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모였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sunny@joongang.co.kr
샘 키민스(Sam Kimmins)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에서 RE100 캠페인을 이끄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년 이상 지속발전가능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전문가다. RE100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래 지속가능한 해운 이니셔티브 포럼(Future ’s Sustainable Shipping Initiative)‘을 주도해 가디언 지속가능경영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