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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남 남해 금산 등산

FERRIMAN 2008. 4. 12. 11:19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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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경남 남해 금산, 천년전설 품고 다도해를 발 아래

사진제공=남해군청
따사로운 봄 햇살과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의 향연을 만끽하며 경상남도 끝자락의 남해 금산(錦山ㆍ681m)으로 달려간다.

신라 신문왕 3년(683년) 원효대사가 수도하면서 보광산으로 불렸지만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한 후 나라를 일으켰다며 산을 비단으로 덮어주는 대신 '금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영험 있는 산.

눈부시도록 새하얀 벚꽃길이 펼쳐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산비탈 층층이 이어진 수만 평 다랑이 논에 노란 유채꽃 물결이 넘실거린다.

노란 별천지다. 산비탈 계곡부터 펼쳐진 황금 물결은 푸른 남해바다까지 펼쳐져 노랑ㆍ파랑ㆍ녹색의 원색들로 어우러진다.

금산 등산로는 상주해수욕장 바로 위쪽에서 시작된다. 화사한 봄빛 등산복을 입은 등반객들 재잘거림이 산을 깨운다. 저마다 금산의 전설들을 하나씩 풀어놓고 '숙제'를 하러가는 양 바쁜 걸음을 산 속으로 옮긴다.

눈을 들어 바라본 금산의 왼쪽으로 가장 크고 웅장한 상사바위가 아련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그 옆으로 촉대봉, 향로봉, 좌선대, 재석봉, 일월봉, 화엄봉, 대장봉 등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보리암을 둘러싼 채 남해바다를 향해 늘어져 있다.

이 모든 봉우리와 바위 하나하나마다 전설과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여유 있게 찾아보라는 말일 게다.

높거나 험하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금산 38경'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즐거움을 주기에 금산 산행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

산들머리인 금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남짓.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올라도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무작정 앞만 보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면 금산 맛을 느끼지 못하리라.

가장 먼저 봄을 맞는 남쪽 끝 금산은 이미 단풍나무,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철쭉 등이 파란 싹을 틔우고 온산을 싱그러운 초록으로 새단장하고 있다.

이마에서 조금씩 땀이 배어나올 때쯤 등산로 한 귀퉁이에 커다란 '장수 거북'이 약수를 토해내고 있다.

가슴 속 시원한 약수 한 모금에 내 몸도 싱그럽게 봄 물이 오르 듯 깨어난다.

거칠게 널려 있는 돌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길 30여 분. 금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쌍흥문이 등반객들을 맞는다. 절벽에 뚫린 두 개 구멍이 여인의 눈동자 같기도 하고 커다란 해골 같기도 하지만 원래 굴이 둥근 모양이어서 '한 쌍의 무지개'라는 뜻이다.

같은 사물을 바라봐도 사람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기자가 보기에는 금산의 콧구멍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쌍흥문에서부터 시원한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크게 심호흡 한 번하고 쌍흥문 안쪽으로 발을 옮기니 3m 높이에 구멍이 세 개 뚫려 있다.

이곳에 돌을 던져 모두 성공시키면 큰 행운이 온다고 하니 등반객들이 너도나도 돌을 하나씩 집고 던지기에 몰입한다. 하나밖에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금산 보물 찾기'에 나선다.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진 너덜지대를 다시 오르면 거대한 바위가 눈 앞에 솟아 있다. 입구에서 바라봤던 바로 그 상사바위다.

가장 웅장한 높이 80m 상사암은 양반집 규수를 짝사랑하던 머슴의 전설이 얽혀 있는데 함께 길을 오르던 한 아주머니가 "총각 이 바위에 올라 기도하면 사랑을 이룰 수 있대. 어서 가봐"라며 등을 떠민다.

사랑에 대한 기원보다도 한달음에 달려 올라간 상사바위에서 펼쳐진 절경에 숨이 막혀온다.

깎아지른 듯한 천길 절벽 너머로 시원한 남해바다의 새하얀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쪽빛 남해는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있다.

벅찬 감동에 온 몸에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한걸음에 보리암으로 향한다.

금산의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봄기운에 온 몸이 재충전됐는지 발걸음이 나는 듯 가볍다.

보리암은 금산 정상 아래에 위치한 암자로,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홍련암과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처로 꼽힌다.

대한 불교 조계종 13교구에 속하는 이 절은 신라 신문왕 3년(683)에 원효대사가 세우고 보광사라 했던 것을 1660년 조선 현종이 왕실 원당으로 삼으면서 보리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깨끗하게 단장된 보리암에 들어서 1977년에 세워진 해수관음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짧은 탄식이 새어나온다.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봄바람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남해의 물결, 그리고 꽃내음, 새싹 내음.

찌든 도심 속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봄'과 '마음의 여유'다. 금산은 그저 산을 찾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한 아름 안겨준다.



■ 남해 금산 가는 길

대중교통 : 남해공용여객터미널~상주ㆍ금산 방면(금산입구ㆍ군내버스)

자가용 : 남해고속도로 진교IC→1002번 지방도(10.7㎞)→노량교차로(0.1㎞)→남해대교→19번 국도(15.6㎞)→남해읍→19번국도(12㎞)→금평(12㎞)→상주해수욕장(금산입구)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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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08:08: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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