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꾸’와 ‘모난 돌’, 그리고 창의력] |
옛날 중고생 시절, 교복을 입고 다닐 때 ‘호꾸’라는 걸 꼭 채우고 다녀야 했습니다. 일본식 교복의 잔재이리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때는 그걸 꼭 채우고 등교를 해야 했지요. 그러지 않으면 정문에서 규율부원들에게 얻어터지기 일쑤였습니다. 저야 고교시절 막강한(?) 규율부장이었기에 얻어터지진 않았지만 저도 채우고 다녔습니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맞는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튀는 놈은 시기하는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주저앉게 된다는 말입니다. 1997년 IMF가 터지자 벤처창업을 활성화하여 망가진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부흥운동이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가당치 않은 일을 어지럽게 벌렸고, 그로 인해 제대로 살렸어야 할 벤처 붐이 일찍 꺼지고 말아서 안타까운 일입니다. 벤처붐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을 때, 일본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을 보면 일본도 경제불황을 벤처살리기를 통해 모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는 미국과 비교하여 일본은 벤처창업의 부흥이 어려운 이유를 몇가지 들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그 책에 ‘호꾸’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목부분을 꽉 조이는 호꾸를 하는 일본식 교복복장으로는 창의력을 복돋을 수 없다는 겁니다. 뇌(腦)로 통하는 혈류를 약 5%정도 저해하여 창의적 사고가 덜하다는 겁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혈류를 저해하기도 하거니와 정장은 형식과 자세, 사고를 정형화한다는 면에서 매우 재미있는 발상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 서구에서는 공식적이고 의전이 정해진 회의가 아니면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 보통이지 않습니까. 이런 예에서 보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관례적으로 정장이 익숙해져 있어서 가장 정상적이고, 공식적이고, 틀에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소위 ‘모난돌’ 이론은 튀는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해내는 데도 이를 억누르면 기존 행동과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겁니다. 조직내에서 가끔 이런 돌출 행동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우리는 ‘또라이’로 몰아갑니다. 또 하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들었습니다. 기업이 부도나면 바로 범죄자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가계수표, 어음제도....이들이 기업인의 실패를 파렴치 범죄자로 몰고 있었습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기업인의 실패를 대부분 훌륭한 캐리어로 보고 스카웃할 때 크게 감안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오랫동안 철창행이었지 않습니까. 일본 소니는 사원을 모집할 때 "'튀어나온 말뚝'을 찾는다"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튀어나온 말뚝'이란 말은 일본어 속담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 즉 우리 속담의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소니는 컴퓨터사업을 시작할 때 각 부서에서 결근이 잦고 윗사람과 잘 다투며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사람들만으로 팀을 조직했다고 합니다. "자존심도 강하고 협조성이 없어 조직에서 소외당하지만 그럴 수록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지요. 4명으로 이뤄진 이 팀은 6개월도 안되어 새로운 소형컴퓨터 아이디어를 개발해 냈었습니다. 그런 모난돌중의 한사람이었던 구타라기 겐 사장이 만든 '플레이 스테이션'과 그 후의 PS제품은 소니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사회시스템이 ‘호꾸’와 ‘모난돌’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벤처가 창출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창의력과 독창성을 생명으로하는 신생벤처기업은 이런 환경에서라야 다산(多産)이 가능합니다. 실생활에서는 없어지긴 했지만 저마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호꾸’를 빼 버려야 합니다.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섬진강 참게처럼 뒷다리 잡지 말아야 합니다. ‘모난돌’이 재 역할을 해주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마음속 ‘호꾸’는 빼 버려야 하겠지만, ‘모난돌’이 넘쳐서는 곤란하겠지요. |
'내가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어서 조계사, 인사동 거쳐 황학동 벼룩시장까지 (0) | 2008.05.12 |
---|---|
[중앙일보] 건국60년.... 한국 대표 경제 인물과 사건 (0) | 2008.05.07 |
[중앙일보] 나폴레옹, 리콴유 그리고 박정희 (0) | 2008.05.05 |
일본 정통도예마을 온다(小鹿田)의 정경 (0) | 2008.05.02 |
일본 정통도예마을 카라츠(唐津)의 공방 정경 (0) | 2008.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