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매일경제] 부부로 사는 연습

FERRIMAN 2008. 6. 3. 10:40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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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부부로 사는 연습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아가는 남자들은 생계를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며 산다. 나중에 은퇴하면 잘하리라는 결심을 담보로 한 채 아슬아슬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꽤 많다.

지금은 바빠서 가족과 함께 못하지만 나중엔 잘해야지, 그러나 아이들은 기다려 주질 않는다. 아버지가 주말여행을 제안할 때가 되면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서 아버지와 여행을 갈 이유가 없다. 지금은 바빠서 쇼핑도 함께 가지 못하지만 나중엔 꼭 함께 다녀야지, 그러나 두 부부만 남은 노후엔 살 것도 별로 없다. 지금은 바빠서 말도 별로 안 하고 살지만 나중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야지, 그러나 말은 매일 하는 사람과 할 이야기가 많은 법이다. 몇 년 만에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공통화제가 없어 한 시간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다.

이렇게 보류 혹은 미결로 남은 조각들은 노후에 외로움으로 남는다. 결국 밥도 따로 먹고, 잠도 따로 자고, 말도 별로 없이 푸석한 건빵처럼 살게 된다. 노부부가 한집에서 살면서도 밥도 따로 먹는 상황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일지도 모른다.

어제와 오늘의 연속선상에서 이어진 누적된 결과가 결혼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거늘 사람들은 자꾸만 묻는다. 나중에는 행복해질까요? 절대 아니다. 확실한 것은 오늘처럼 살게 될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오늘을 바꾸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아주 간단한 연습부터 하자. 일단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온가족이 합의한 밥을 먹자. 뭘 먹으러 갈지 의견을 모으는 과정부터가 행복의 1단계다. 재미있는 것은 집에서 싸우고 난 후 절대 얼굴도 안 보고 말도 안 하려던 사람들이 식당에 가면 혹여라도 가족을 떨어뜨릴까 필사적으로 한 테이블에 앉으려 한다. 이런 과정이 행복의 연습이다.

수저를 떨어뜨린 아내를 위해 내 수저를 건네면서 "여기 새 수저 하나 주세요"라는 작은 배려에 내 가족인 아내는 순간적으로 감동한다. 남녀관계와 부부관계에 다른 점이 있다면 사소한 몸짓 마음짓 하나에도 가족 같은 오랜 눅눅한 정이 묻어 있어 눈물이 왈칵 난다는 것이다. 오늘 아주 사소한 것을 연습하자, 오늘처럼 내일도 행복하기 위해서.

[김미경 W.insight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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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8:20: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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