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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도요타와 멘토의 법칙, 실용주의 | ||||||||||
도요타는 종업원들에게 문제점에 대한 개선작업을 오랜 기간 반복하게 해 그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어떤 일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많이 진척되고 있던 일이라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원인을 진단하게 되면 생산라인에서의 개선 여지는 수없이 나타나게 되며 결국 그것이 혁신과 연결된다고 본다. 즉 도요타생산방식(TPS)이 갖는 최대 강점은 종업원 개개인이 자신의 일과 관련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TPS 아래에서는 작업표준과 생산공정이 매우 엄밀하게 결정된다. 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작업에 관한 표준이 대전제가 되며 또 생산에 있어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도요타의 철학에 입각한 것이다. 작업표준이란 상황에 따라 종업원들이 이동 배치돼도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성된 매뉴얼로서 도요타 품질 경쟁력의 미시적 기초다. 도요타의 작업표준은 숙련도가 낮은 신입사원들을 단 사흘 만에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만든다. 이는 2차대전 당시 징병된 숙련공들 대신 아무런 경험도 없던 부녀자들을 현장에 투입하면서부터다. 또 작업표준은 생산과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지식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즉 표준 작업방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선돼야 할 점들이 쉽게 눈에 띄게 된다. 상사에게서 지시받은 내용을 수동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들은 항상 표준작업을 기준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한다. 도요타는 미국에 공장을 세웠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으며, 또 자영업적인 성격이 강한 농업 종사자의 자율적인 사고방식을 중시해 일부러 농촌 지역에 공장을 세웠다. 이렇듯 생산에 있어서 '자율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TPS의 본질인 것이다. 도요타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율적인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종업원이 납득할 수 있는 작업 매뉴얼이다. 도요타는 실제 작업을 표준으로 설정해 다시 작업한 뒤 이 표준작업의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다시 고친다. 이 과정이 종업원 전원이 참여해 반복됨으로써 최종 표준작업이 결정된다. 따라서 이 과정은 오랜 경험에 입각해 영위하는 생산작업을 암묵지(暗默知)에서 형식지(形式知)로 전환하는 장임과 동시에 작업 개선을 시행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장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생산과정을 '이익을 내는 장'으로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생산과정은 '지식창조'의 장이며 또 한 개인으로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점을 종업원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연대'의 장이다. 생산과정에 대한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종업원들의 고용에 대한 믿음이다. 언제 잘릴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율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자신의 작업장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개혁에 동참할 의욕이 솟아날 리 없다. 생산성 향상에 의해 잉여 인원이 발생하더라도 외주 부품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고용을 유지하는 곳이 바로 도요타다. 규제 완화만이 기업 경쟁력을 살려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지금, 고용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생산성은 물론 제품 질을 높이는 세계 최강 기업 도요타의 법칙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추상적인 이념보다 눈에 보이는 '멘토의 법칙'을 소중하게 여기는 실용주의가 우리 기업에 절실한 국면이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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