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FOCUS 21세기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할 기술로 손꼽히는 기술 중 하나가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이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의 1,000분의 1크기) 수준에서 물체들을 만들고 조작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나노 물질은 화학적 조성뿐 아니라 입자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므로, 그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자산업의 소형화는 물론 DNA 서열 측정, 광정보 저장, 초고속 정보 통신, 고분자 복합재, 코팅, 촉매, 화장품, 의약 · 진단 및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따라서 나노기술은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나노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나노입자’가 꼭 필요하다. 나노입자는 나노전자소자, 테라비트급 저장매체,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태양전지, 바이오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기본재료로, 크기에 따라 전자기적 · 기계적 성질이 달라진다. 한 예로 나노입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형광체로도 쓰이는데, 나노입자를 투명한 판에 깔고 그곳에 빛을 쬐면 화면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그런데 입자의 크기가 다르면 같은 파장의 빛을 받아도 방출하는 색이 달라져 화면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따라서 나노입자를 똑같은 크기(1∼100나노미터)로 균일하게 제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단은 나노기술 상용화에 필수적인 ‘나노입자’를 똑같은 크기로 균일하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 비해 1천배 저렴한 가격으로 나노입자를 생산, 각종 나노기술 제품의 가격 하락은 물론 나노기술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2006년도에 과학논문인용지수를 관리하는 톰슨사에 의해 ‘뉴 핫페이퍼’로 선정됐으며, 2007년 12월에는 국내 기업에 기술이 이전되어 조만간 대량생산이 기대된다. |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크기의 나노입자에서 일정한 크기의 나노물질을 분리해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보니 많은 양을 생산하기 어려웠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또 유독한 화합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번에 1그램 정도로, 소량생산만 가능했다.
1천배 저렴한 가격으로 균일한 나노입자 생산
산화물질나노결정연구단(단장 현택환)은 2001년, 12나노미터의 균일한 자성체인 ‘산화철 나노입자(Fe3O4)’ 40그램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값싼 금속염(예를 들어 FeCl3)과 계면활성제를 합성해 얻은 ‘금속-계면활성제 화합물’을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가열한 후, 섭씨 300도 부근 고온에서 열분해함으로써 크기 분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5시간만에 만들었다.
원료로 사용된 금속염은 킬로그램당 7만 원, 계면활성제는 킬로그램당 2만 원으로 1그램의 나노입자를 만드는 데 불과 2,500원이 들었다. 만일 기존 방법을 사용했을 경우 1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로써 기존 원료를 이용해 생산한 불균일 자성체 산화철 나노입자나 자기공명 단층촬영(MRI) 조영제용 자성체 나노입자 등에 비해, 제조원가를 1천분의 1가격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나노입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독한 화합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이 같은 합성방법으로 자성체인 철, 마그네타이트, 망간페라이트, 니켈페라이트, 코발트페라이트와, 반도체 공정의 연마제로 사용되는 세리아, 자외선 반도체 레이저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산화아연 등 10가지 이상 물질의 균일한 나노입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각종 나노기술 제품의 가격 하락은 물론, 나노기술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 이 기술은 재료분야의 세계적 잡지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 2004년 12월호에 게재되었으며, 2006년도에 과학논문인용지수(SCI)를 관리하는 톰슨사에 의해 ‘뉴 핫페이퍼’로 선정되었다. 뉴 핫페이퍼는 최근 2년간 발행된 논문 중 각 분야에서 인용 횟수가 상위 0.1%에 드는 논문을 말하며, 우리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2007년 12월에 한화석유화학에 기술 이전되었고, 조만간 균일한 나노입자들을 대량생산하여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19일, 2008년도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이하 창의사업)’ 신규과제 25개가 선정됐다. 1997년부터 시작된 창의사업은 창의성과 탁월성을 겸비한 역량 있는 연구자를 발굴 ·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9년간 창의사업을 통해 80개 연구실에 2,777억 원을 지원해 807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 · 등록했다. 논문 발표실적도 4,113건을 기록했으며, 특히 2007년까지 네이처 · 사이언스 · 셀 등 세계 3대 과학학술지에 실린 우리나라 논문 중 창의사업을 통해 발표된 논문이 22.8%(26편)를 차지하는 등 국내 연구성과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본지에서는 수많은 연구성과 중 하나로, ‘균일한 나노입자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다가가고 있는 산화물질나노결정연구단의 성과를 소개한다. | 나노입자 활용에 연구 주력
연구단은 이 결과를 더욱 발전시켜 2007년에는 25나노미터 크기의 균일한 산화망간(MnO) 나노입자를 이용한 MRI 조영제를 개발했다. 이로써 뇌의 다양한 하부 구조를 마치 해부해서 보는 것처럼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했으며, 조영제를 이용해 뇌암 전이과정을 세계 최초로 촬영했다. 앞으로 치매, 파킨슨병같은 뇌신경계 질환의 조기진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2월에는 질병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속이 빈 나노캡슐, 일명 ‘암세포만 잡는 나노캡슐’을 개발해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캡슐은 산화수산화철(β-FeOOH)을 열처리해서 만든 것으로, 크기는 50나노미터(2만분의 1밀리미터)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유리의 원료인 실리카를 이용해 보호막을 만들어 열처리 한 후, 산화철 나노 캡슐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얻었다. 속이 빈 극초소형 캡슐을 인체에 투여해, 암 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또 그 안에 항암제를 넣으면 주변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환부에 정확하게 투약할 수 있으므로 암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의학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5년 나노소재 시장은 2천억 원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나노를 다룬 중요 논문의 70~80%가 지난 2~3년간 쏟아졌다. 나노의 산업적 가치와 가능성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그 선두에 우리 연구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