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 공학, 그리고 기술의 진정한 이해
발명이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여 지구상에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발명 뒤에는 항상 과학과 기술이 거론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공학이란 대체 무엇인가. 너무 자주 듣다보니 그 의미를 진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러한 용어들이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닌 외국어를 번역한 것인데다, 독자적인 번역도 아니고 주로 일본의 번역을 답습하다보니 일반 대중은 그 본연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 오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 우리 과학기술계가 겪는 어려움 중에는 이같은 용어로 인한 대중과의 괴리감이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학’ 토대로 한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 활용하는 테크놀로지
과학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사이언스(science)이며 라틴어의 지식이라는 단어 ‘scientia’ 에서 유래했다.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지식을 개발하고 증가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과학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일반사회에서는 과학이라하면 자연과학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과학은 우리나라에서는 이학(理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자연현상을 연구하여 지식을 증가시키는 과정이다.
공학은 국내에서 영어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라 하며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여 얻어진 지식을 응용하는 과정이다. 엔지니어링(engineering)은 그 어원이 1325년에 생긴 엔진(engine)을 운전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엔지니어(engineer)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의 개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실생활에서 활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의미로 보면 엔지니어링(engineering)은 공학(工學)이 아니고 공정(工程)이다. 일본의 오역을 그대로 답습한 탓에 공학(工學)으로 일컫게 된 것이며, 실제로 중국에서는 공정(工程)으로 부르고 있다. 공학(工學)은 공정(工程)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선진국에서는 엔지니어링 사이언스(engineering science)라고 일컫고 있다.
기술이란 영어로 테크놀로지(technology)이며 사전적 의미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산물이나 과정이다. 기술은 인간이 과학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엔진니어링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실생활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란 이야기이다.
우리가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은 과학계 일부 인사들이 공학 분야가 인기 있을 때 시류에 편승하여 의도적으로 잘못 사용한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공학도 영어로 바이오 테크놀로지(biotechnology)이므로 생명공학이 아니고 생명기술이다.
이학 제외한 모든 응용과학은 ‘공학’
이렇게 과학인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용어부터 오도(誤導)를 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과학인들을 신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공학조차도 일본인들의 오역을 그대로 답습하는 실수를 범하였으니 그 내용을 일반 국민이 안다면 주체성마저 의심받게 생겼다. 결국 과학, 공학 그리고 기술의 의미는 분명히 다르며 그 기능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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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뮤얼 플러먼의 저서 ‘교양있는 엔지니어’ | 용어의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새뮤얼 플러먼 박사가 저서 ‘교양있는 엔지니어(Civilized engineer)’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엔지니어링이란 “실존적 즐거움”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과정에서 털끝만한 호기심이라도 있다면 과학이나 공학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실존적 의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사물에 대해 “왜 그럴까” 하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과학을,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에 대한 호기심이 큰 사람은 공학을 공부하게 된다.
우리가 우리의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일찍이 싹이 자라지 못하게 잘라버리고는 그들이 이공계 학문에 관심이 없음에 시류 탓을 하기에는 너무 뻔뻔스러운 것이 아닐까.
이학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응용과학분야는 과학에서 얻어진 지식을 이용하거나 엔지니어링을 이용하여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공학’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이나 약학, 보건학, 농생명과학, 생활과학 등의 응용학문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공학을 이용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떤 분야로 몰리던 간에 그들이 모두 공학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의 국가적으로 걱정하는 대학 진학 시의 이공계 기피라는 현실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지 못해 절망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어느 분야에 가서 공부를 하던 응용과학분야에서는 모두 공학을 공부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그들에게 살아가면서 “실존적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어린 시절에 호기심을 키워줄 올바른 교육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인류역사의 발전은 호기심과 필요에 의한 발명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luisamike@kf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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