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여러 주변 상황들을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인식하고 1980년대부터 리튬을 바다에서 추출하는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 이유는 바다에 녹아있는 리튬은 0.17mg/L로 농도가 매우 낮지만 지구 전체의 해수를 감안하면 무려 2,300억 톤이라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리튬이 거대한 평형계인 해양에서 자원순환 형태로 존재하므로 고갈의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리튬을 바다에서 추출하기 위해서는 해수에 녹아있는 다양한 원소 중에 리튬만 선택적으로 골라낼 수 있는 고성능 흡착제 제조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현재 개발된 흡착제는 매우 미세한 분말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 해수에 적용시킬 수 없으므로 흡착제를 조립(造粒)하여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고성능의 흡착제 제조 및 플랜트 운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흡착제를 조립하는 기술에서 진보를 이루지 못해 상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일본은 흡착제 조립 기술로써 PVC를 바인더로 하는 액중경화 피복법 방식을 개발했지만 제조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 Dimethylformanide)라는 유해 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며, PVC 피복 때문에 흡착 성능이 30% 이상 저하되는 동시에 수십 회를 사용한 후에는 흡착제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과 20년이라는 연구기간의 간극이 존재했지만 10여년의 연구 끝에 2009년 ‘해양 용존 리튬 추출’의 주요 핵심기술들을 개발함으로써 상용화 기술 개발의 기반을 구축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기술은 고성능 리튬 흡착제 제조 기술, 분리막 레저버 시스템, 흡착제 재생 기술, 관류(once-through) 방식의 일체형 리튬 흡·탈착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사 기술 대비 30% 이상의 채산성 향상 효과와 친환경적인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분리막 레저버 시스템이란 녹차의 티백처럼 미세한 공극이 있는 고분자 또는 합성물질로 이뤄진 주머니 안에 흡착제를 담아 해수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이용하면 흡착제의 성능 저하를 낮출 수 있으며, 흡착제를 쉽게 레저버에 넣고 꺼낼 수 있어 반복적으로 재생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레저버 상태로 운반이 가능해 리튬 생산 공정을 일관 공정으로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 시 채산성을 매우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4년 전후, 대형 플랜트 가동될 듯
이 기술을 이용해 리튬을 생산하려면 몇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흡·탈착 공정으로, 개발된 신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분리막 레저버에 리튬 흡착제를 담아 해수에 일정 기간(10~30일 내외)을 적용해 해수 속에 녹아 있는 리튬 이온을 흡착시킨 뒤 묽은 산(acid)으로 처리하여 리튬 이온을 탈착해 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탈착된 리튬 이온은 산성 용액 상태이며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중화 및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친 후 농축하게 된다. 이 후 리튬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리튬화합물로 제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결정화 단계를 거쳐 2차전지, 합금, 제약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탄산리튬의 형태로 제품이 생산된다. 현재 개발된 기술은 연구실 규모의 실증만을 거친 상태이므로 이를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R&BD가 요구된다. R&BD는 실제 대량생산을 위한 노하우가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현장경험이 풍부한 산업계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고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세종기술거래소라는 민간 전문가들을 활용해 참여 기업을 물색했고, 6개월 이상의 철저한 심사와 협상 절차를 거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포스코를 연구 동반자로 선정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2일 정부부처(국토해양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포스코가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 협정식을 갖고 리튬 추출 기술을 체계적으로 완성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리튬 추출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귀중한 첫걸음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리튬 추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2014년 전후로 많은 양의 리튬을 바다에서 추출하는 대형 플랜트를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는 시범 플랜트 부지 선정, 연구동 건설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2012년까지 대량생산을 위한 주요 핵심공정 개발을 완료한 뒤, 2014년까지 실제 플랜트 건설 및 일관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 예정된 계획대로 연구가 완료되면 시장 환경에 따라 약 2~20만 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해상 플랜트의 건설이 이뤄져 자원수출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지켜보는 감동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 필요
리튬 추출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기 때문에 개발 주체뿐만 아니라 각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원천 기술 발명자로서 각종 처리공정 및 효율성 향상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포스코는 플랜트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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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 협정식(자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정부에서는 리튬 생산에 필요한 각종 법적 규제 등 정책 정비와 투자기업에 대한 자금과 세제 지원, 기존 리튬 생산국 및 유사 기술 개발국과의 외교, 무역 및 기술 분쟁에 대한 조율 등을 지원해야 하며,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리튬을 전략자원으로서 보다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21세기는 운송수단의 동력원일 뿐만 아니라 각종 에너지의 저장 수단으로서 2차전지가 주도하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리튬이 될 것이며, 결국 리튬의 안정적인 확보는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차세대 주력산업이며 녹색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2차전지의 근간산업으로서 ‘해양 용존 리튬 추출 기술’은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원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며, 이 때문에 리튬 추출 기술의 상용화는 정부, 연구기관, 기업 등 국민 모두가 뜻을 모아 이뤄야 할 국가적 차원의 미션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