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학교 사회

FERRIMAN 2010. 11. 1. 17:23

종전 정권의 장관을 지나셨던 분이 나와 덕담을 나눌 때, 

" 이 사회에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교육계의 개선이 절실한 것 같다."

는 말씀을 그저 막연히 공감했습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라면 근 50년 전 입니다만, 그때 수학여행할 때 생겼던 여러 

가지 모순(비리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지만)이 내 자식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도 답습되었고, 얼마 전에도 메스컴에 뉴스꺼리로 나왔으니,

많이 곪아 있을거라 여겼습니다.

 

지난 학기부터 지인의 간절한(?) 부탁으로 방과후 과학교실 강사를 하면서 

수십년 만에 학교 내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과학실이 따로 있었고, 그 과학실에는 냉난방 조절이 가능한

공조시설에, 천정에는 빔 프로젝터가 부착되어 있고,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어떤 곳은 별도로  모니터 겸용 대형TV도 설치 되어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잘 짜여진 실험대 마다 상하수 시설이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벽에 부착된 실험장에는 

과학교육에 필요한 것이라면 없는 것 없을 것 같은 각종 실험용 비품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아참!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군요.

학교마다 과학실 전담교사가 배치되어 잘 갖추어진 인프라를 관리하도록 해 두었더군요.

여기에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방과후 과학교실'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수년 전부터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어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때때로 한국의 교육제도를 칭찬할 만 하지요.

 

이 정도이면 

세계 어디 내 놓아도 손색 없을 듯 하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그동안 교육세 열심히 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

이 시대에 공부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제 역할을 할 시점이면

우리나라는 틀림없이 과학강국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잠시 잠시 눈으로 본 나에게는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뭐랄까?

교무실에 일렬로 배치된 3~4대의  대형복사기,

바로 근처의 교내 도서관에 비치된   대형 복사기,

또 각 교실에 비치된 소형 복사기,

어떤 곳은 한 교실에 PC가 2대...

사정이 있으니 그렇게 많이 설치했겠습니다만,

내부 사정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과잉 투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더욱이 실망스러운 점은 

생활과학 교실을 유치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의뢰한 학교 당국,

아니 담당과학교사를 보면,

시설인 하드 웨어에 비해서 소프트 웨어가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습니다.

 

뭘 딱 꼬집어서

바로 이 때문에 그렇게 느낀다고 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만

방과 후 과학교실을 열성스럽게 챙기는 교사가 안보인다는 의미이지요.

교사가 열의를 안보인다는 의미는

교사 자신의 자질 문제도 있겠고,

정부 측에서 과잉 투자하여 학교가 소화를 다 시킬 수 없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 시간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2째, 4째 놀토를 고려하면 전체 12회 실험을 한학기에 소화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 토요일에 수업시간을 잡는 것 하며,

학교 내 행사(개교기념일 등)로 휴강하는 날을 사전에 통보 안해 주어서

강사가 헛탕치도록 하는가 하며,

교실에서 한다, 과학실에서 한다, 과학실 담당 교사와 수업 담당 교사와의

언쟁 속에서 강사와 학생을 오락 가락하게 하는 거 하며,

한학기 수업 동안에 시작하는 첫날 외에는 담당 교사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더군요. 

 

얼마나 바쁘면 그럴까? 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 생각은 안들고,

기본적인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내 제수씨들은 

남을 비판하고 쉽게 평가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보다는

정말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도 이 세상의 잘못된 것을 보고

쉽게 열받고, 화내지 말고,

좀 더 참고 인내하는 

그런 사람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