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사이언스타임즈] 전기자동차

FERRIMAN 2010. 11. 9. 17:22

전기자동차의 세 번째 도전 때를 잘못 만난 에코기술의 두 번째 실패 2010년 11월 09일(화)
사이언스타임즈는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과에서 제공하는‘S&T FOCUS’를 게재한다. S&T FOCUS는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정책 및 연구개발 동향 분석결과를 제공하고, 다양한 과학담론을 이끌어 내어 과학문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매월 발행되고 있다. [편집자 註]

S&T FOCUS 2011년부터 전기자동차를 양산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발맞춰, 현대자동차는 국산 1호, 소형 전기자동차 블루온(BlueOn)을 시범 출시했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한 블루온은 최대 130km/h까지 속력을 낼 수 있고 한번 충전으로 140km를 주행할 수 있다. 더욱이 380V 급속충전을 이용할 경우 25분이면 배터리 용량의 80% 정도까지 충전 가능해 실제 주행차량으로서 실용성은 두루 갖춘 셈이다.

국산 전기자동차 실용화를 눈앞에 두면서 한국도 전세계적인 전기자동차 개발 붐에 합류했다. 몇 해 전부터 세계 각국의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은 심각한 공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전기자동차를 지목하고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일본 미츠비시가 최대 시속 130km/h, 1회 충전 당 주행거리 130km에 이르는 소형차, 아이미브(i-MiEV)를 개발해, 이미 양산·판매에 들어갔고, 닛산은 최대 시속140km/h, 1회 충전 당 주행거리 160km의 사양을 자랑하는 중형차, 리프(LEAF)를 올해 말 시장에 내놓는다. 또한 미국의 GM은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탑재해 주행거리의 한계를 극복한 신세대 하이브리드자동차, 시보레 볼트(VOLT)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들의 조상, 전기자동차의 첫 번째 등장과 쇠퇴

이렇듯 최근 몇 년 사이 휘발유 자동차가 심화시킨 현대 환경위기를 극복할 근미래 대안기술로 전기자동차를 크게 주목하고 있지만, 전기자동차가 이미 100여년도 훨씬 전에 태어난 오랜 과거의 기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실, 전기자동차는 그 어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도 먼저 세상에 등장한 자동차들의 조상이었다.

1830년대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앤더슨이 전기모터와 1차 전지를 이용해 전기자동차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기마차(electric carriage)를 발명했고, 이후 많은 발명가들이 이 진기한 발명품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1859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랑테가 축전지를 발명하면서 전기자동차가 발전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축전기를 채용한 전기자동차들은 이전보다 더 큰 전압으로 오랫동안 운행이 가능했으며, 축전지의 전압과 용량을 개선할수록 전기자동차의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 1899년 벨기에인 카밀레 제나치(Camillie Jenatzy)가 만든 로켓 형태의 1인용 전기자동차는 105.88km/h라는 경이로운 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자동차의 시대는 20세기와 함께 시작됐다. 1900년대부터 내연기관을 탑재한 휘발유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전기자동차는 그 어떤 자동차보다 인기가 있었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쉼 없이 윙윙거리는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진동과 소음이 적었고, 승객의 코를 찌르던 휘발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또한 전기자동차는 구조가 단순한 만큼 가격도 쌌다. 물론 축전지의 성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고 1회 충전 당 주행거리도 짧은데다 충전시간이 매우 길었지만 당시 사람들의 자동차 이용 습관에 비춰보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자동차는 주로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교외의 도로 사정이 자동차가 달릴 만큼 좋지 않은데다 원거리 여행은 시설 좋고 빠른 철도를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전기자동차의 생산대수는 1912년 최대치를 기록한 뒤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먼저 포드사가 대량생산체계를 갖추면서 자사의 휘발유 자동차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췄고, 때마침 텍사스에서 원유가 발견돼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의 전환은 자동차의 용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에서 시작되었다. 도로망과 교통신호체계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빈번하게 자동차를 이용했고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 또한 넓어졌다. 결국 전기자동차의 고질적인 한계인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비싼 배터리 비용이 치명적인 문제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전기자동차는 1920년대 말 도로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공기오염을 막을 희망, 전기자동차의 재등장과 몰락

▲ 시보레에서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볼트’. 2세대 전기자동차인 EV1의 후손 격이다. 
이미 사라진 전기자동차를 다시금 세상으로 불러낸 것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의 제로 배출 자동차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대기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회사들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를 1998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 이상 양산·판매해야 했으며 점차 그 양을 늘려 2001년에는 5%, 2003년에는 10%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정책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자동차회사는 GM이었다. GM은 1996년부터 전기자동차 EV1을 양산해 임대 형태로 시민들에게 보급했다. EV1은 출발 후 10초 안에 최고 속력인 130km/h에 도달했고, 1회 충전 당 120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는 이후 배터리 개선으로 160km까지 늘어났다. EV1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꽤 호의적이어서 당시 수요조사에 따르면 고객의 70%가 EV1의 성능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객의 반응과는 반대로 자동차회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자동차회사들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이 제시한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 판매비율, 2%가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자동차의 시장 수요를 아무리 높게 잡더라도 도저히 2%를 채울 수 없었던 것이다.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가격은 배 이상 비싼데도 속도는 느리고, 주행거리는 짧고, 한 번 운행하려면 긴 시간을 충전해야 하는 불편덩어리를 구매할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엔진 생산·유지·보수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해온 자동차회사들에게 엔진 없이 단순한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구성된 전기자동차는 별 매력이 없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자동차산업이 청정에너지차로 전환돼야 한다면 그 대안은 전기자동차가 아닌 수소자동차가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공기오염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로 시작된 제로 배출 자동차 프로그램은 자동차업계에 거센 반발과 더불어, 석유업계의 로비, 연방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변화 등이 가세되면서 모두 철회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GM이 1999년 EV1의 조립라인을 폐쇄하는 한편, 그간 생산된 EV1을 모두 압착·폐기하면서 전기자동차는 두 번째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불운을 겪었다.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연대, 전기자동차의 세 번째 기지개

전기자동차의 화려한 세 번째 복귀전이 이미 시작됐지만, 사실 이들 전기자동차의 기술은 한차례 사장된 바 있는 10년 전 기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전기자동차를 둘러싼 환경들이다. 환경 위기가 더욱 심화되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의무 이행책임을 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했고, 전기자동차도 그 중 하나의 대안기술로 지목됐다.

각국 정부들은 교통체계 및 법규를 손질하고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전기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2차전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대중의 환경의식과 관련 활동이 증가한 것도 전기자동차의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자동차 개발에 다시 뛰어들만큼 강력한 동기를 얻었다.

특정 기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널리 통용되려면 그 기술의 우월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정책적, 경제적인 필요성, 즉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 기술이 사회에 받아들여진다. 전기자동차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의 부활을 겪고 나서야 드디어 전기자동차는 사회에 중요한 기술로 정착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관계망을 형성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전기자동차를 구매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롯이 개인의 경험, 대중들이 전기자동차에서 어떤 의미와 용도를 발견하느냐에 달렸다.

제공: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과 |

글 오선실(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수료, 한양대 강사) 사진 동아일보 DB

저작권자 2010.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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