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토요일, 경기 파주영어마을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 경기창조학교(명예교장 이어령)가 주관한 제 1회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이 개최됐다. 지난번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인천교육심포지엄과 KAIST에서 열린 교과연구회에 이어 이번에 열린 현장 포럼까지, 교과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의·인성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행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현장포럼에는 교과연구회 교원 및 창의·인성 교육에 관심 있는 교원과 장학사,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연구원 및 간부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약 2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그간 창의·인성 교육에 관련 심포지엄, 세미나에 참석한 교사들은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반복해 듣기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 등을 모색하길 원해왔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현장의 부담과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청중과 패널이 함께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는 포럼을 개최했으며, 그 외에도 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창의·인성 교육의 효과적인 실현을 꾀했다.
창의·인성은 ‘끄집어 내는 교육’으로 실현
기조강연을 맡은 문용린 서울대학교 교수는 창의·인성 교육을 ‘끄집어내는 교육’이라 말했다. 문용린 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돼 왔던 주입식 교육에 대해 “우리나라는 집어넣는 교육은 세계최고지만 끄집어내는 교육은 세계 최하”라 말하며 “집어넣는 교육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집어넣었으면 끄집어내야 훌륭한 교육이며 좋은 인재로 탈바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창의·인성과 같은 요소는 집어넣는 교육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끄집어내는 교육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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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린 서울대학교 교수가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문 교수는 또한 “요즘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영재교육’과 같은 방법으로 특출하게 키우려는 것도 잘못된 관습”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출세해 영웅이 되는 것 보다는 ‘평범하되 질 높은 아이’로 키우라는 것이 문 교수의 주장이다. 평범하지만 높은 창의성과 품성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인재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에 대해 “모든 사람은 창의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 교사 그리고 사회가 이를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것을 어떻게 풀어 줄 것인가가 창의·인성 교육의 핵심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이와 같은 평범하면서도 뛰어난 인성을 갖춘 세 명의 대표적 글로벌 인재들을 소개 했다. 유럽연합(EU)를 만든 장본인이 된 ‘장 모네’, 세계 2차 대전 중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힘쓴 ‘스기하라 지우네’, 미국에서 창업해 억만장자가 됐지만 세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한국인 ‘스티브 김’. 이 세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일들을 자신들이 갖춘 품성을 통해 이루어낸 위인이라 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이런 예들을 통해 글로벌 인재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뛰어난 인성을 갖추고 용기가 있으며 많은 사람의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자’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런 창의성과 인성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포럼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 공유
기조강연 이후 벌어진 포럼에선 많은 교원과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의·인성 교육의 방향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패널들은 현직 교사와 교수, 연구원 등으로 구성돼 자신이 생각하는 창의·인성 교육과 앞으로의 계획, 구체적 실현 방안 등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과 답변들이 이어졌다.
특히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창의·인성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힘들다는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 창의·인성 전문가 파견을 통한 정보 전달 교육 등의 방안 들이 제시됐다. 또한 이미 일부 교사들은 현장에서 훌륭한 창의·인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따라 창의·인성 교육의 사례를 공모해 우수 세례를 선정하고 포상하며 많은 교사들이 이런 좋은 정보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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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포럼은 교원, 연구원,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 포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안건은 평가의 문제와 현직 교사들의 이해부족이었다. 우선 현재의 입시제도 안에서 창의·인성 교육은 취지는 좋으나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 많았다. 많은 시간적 여유와 교사, 학생, 학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며, 현재 대학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겐 그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인재기획단 단장은 학업성적은 부족하지만 꿈을 가지고 노력한 과정과 열정을 인정받아 희망하는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예를 들면서 “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능의 비중은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기조강연을 한 문용린 교수도 “입학사정관제는 창의·인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지렛대”라 밝히면서 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포럼이 폭넓게 이뤄지면 많은 도움 될 것
끝으로 이어진 워크숍에서는 현장에서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교사들이 직접 실습과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창의·인성 교육을 체험하고 이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자리가 됐다. 창의성 실현과 표현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화가, 시인, 미디어 아티스트 등의 예술가와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된 워크숍은 큰 의미가 있었다.
교사들은 총 6개의 분과로 나눠 진행된 본 워크숍에서 창의·인성 교육 현장전문가들의 색다른 강연을 경험했다. 이는 창의·인성 교육을 직접 학생들에게 적용하기에 앞서 몸소 체험하고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그 실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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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의 분과에서 교사가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이 창의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