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나 티타늄보다 더 강력하고 단단한, 거기에다 변형이 용이한 금속을 상상해 보자. 휴대폰 케이스에서 항공기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조하기에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환상적인 신물질은 현실이며 조만간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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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합금이라는 기술을 통해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 왔다. 앞으로 금속과 유리의 특징을 갖는 신물질이 곧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클릭 | 그렇다면 이 물질은 무었일까? 바로 금속성 유리라고 할 수 있는 ‘비정질 금속(Metallic Glass)’으로 알려져 있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다. 미래연구 전문지 글로벌 트렌드(Global Trend)가 이 물질이 일으킬 혁명적인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서 짚었다.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은 오로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산업용을 목적으로 금속과 유리 제품을 제작해왔다. 이 두 가지 물질은 그 사용처를 결정짓는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유리는 강하고 변형에 견딜 수 있지만, 깨지기 쉽고 잘 갈라진다.
이는 불규칙적인 원자 구조인 비결정질 때문인데, 비결정 구조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금속은 균열에 강하지만 구부러지고, 늘어나고, 납작해지기 쉽다. 금속의 결정질 구조는 금속이 갈라지지 않는 대신 구부러지는 미세 구조적 단점이 있다.
유리와 금속의 특징을 동시에
1960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는 ‘비정질 금속(metallic glass)’으로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물질을 발견했다. 유리를 생각하면, 우리는 그 즉시 창문 유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금속 역시 유리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유리는 결정체를 이루지 않고 액체에서 고체가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비정질 금속은 유리와 금속이 가지고 있는 많은 바람직한 특징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정질 금속은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물질보다 더 강하고 단단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응용분야에 폭넓게 적용되는 데 있어 두 가지 큰 장애가 있었다.
첫째는 생산할 수 있는 비정질 금속의 생산 규모이고, 둘째는 비정질 금속이 보이는 타고난 부서지기 쉬운 메짐성(brittleness)이다. 생산 규모의 제약은 비정질 금속 제조방식과 관련이 있다. 우선, 금속에 섭씨 500도 내지 600도의 열을 가해 유리 전이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에서, 금속은 주조하고 성형할 수 있는 액체 상태가 된다. 문제는 액체 상태에서 원자가 저절로 결정체 모양으로 배열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비정질성 구조를 만들려면 이 과정을 막아야 한다.
일반 유리는 굳는 데 여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리를 만들고 가다듬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비정질 금속은 대개 걸쭉한 액체 상태에서 거의 순간적으로 결정화된다.
이러한 결정화를 피하려면, 금속에 빠르고 일정하게 열을 가한 다음 틀에 부어 급랭(急冷)시켜야 한다. 금속 양이 많을수록 이렇게 빠르게 가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 결과,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된다.
하지만 현재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비정질 금속을 가열하는 과정을 엄청나게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금속이 결정화되기 전에 틀에 부어 급랭시킬 수 있다. 옴가열(ohmic heat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인해 금속은 전보다 1천 배나 빠르게 가열된다.
플라스틱 제조방식을 금속에
이 대학의 공학과 교수 윌리엄 존슨(William Johnson)은 “우리는 금속 처리 방법을 재정립했다. 플라스틱 제조방식을 우수한 공학적 성질을 가진 금속에 응용했다. 그래서 마침내 저렴하고, 고성능이면서도 플라스틱보다 20배나 강하고 단단한 정밀 금속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신기술은 상용화를 위해 특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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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는 투명하고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을 받아왔다. 그러나 쉽게 깨지는 결점이 있었다. ⓒ이미지투데이 |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장애가 있다. 균열 확산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비정질 구조로 인해 비정질 금속이 갖는 고유한 메짐성이다. 2009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공대와 함께 DH3라 불리는 비정질 금속 합금을 만들어 비정질 금속이 갖고 있는 낮은 피로저항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이 물질은 지르코늄, 티타늄, 니오븀, 구리, 그리고 베릴륨 이렇게 5가지 금속으로 만들어진다. 이 합금은 금속의 두 번째 단계를 유도한 결과로, 결정질 금속에 촘촘한 경로를 형성한다. 이 합금은 다른 많은 금속 합금보다 더 강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는데, 피로 한계가 초고장력강판 및 알루미늄 리튬 합금보다 30% 이상 뛰어났다.
따라서 앞으로 비정질 금속 응용 분야는 매우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스위스연방공과대학(ETH) 연구진은 의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활용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원래 외과의사는 부러진 뼈를 고정시키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나사와 철판을 활용했다. 그러나 치유가 되면 이들 금속을 제거하기 위해 2차 수술이 필요하다.
접합부분이 없는 매끈한 아이폰이 나올 수 있어
최근 시간이 지나면서 인체 내에서 금속이 용해되는 생체 분해성 금속 제작을 연구했다. 비록 마그네슘 합금에서 가능성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합금이 용해되면서 부산물로 수소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인체에 유해하다.
ETH 연구진은 마그네슘, 아연, 칼슘 합금을 토대로 비정질 금속을 만들었는데, 인체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용해되면서 수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합금은 차세대 생분해성 뼈 이식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강철처럼 단단하면서도 접합제처럼 성형이 가능한 물질의 특성은 많은 제조 기업들이 꿈꾸던 재료일 것이다. 접합부분이 없는 매끈한 구조를 만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취약한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이미 애플과 같은 기업들은 차세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제작하는 데 이런 물질의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