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올] 텔레비전의 개발

FERRIMAN 2012. 2. 28. 21:01

텔레비전의 개발


 

사진 제공 : 동아일보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 텔레비전을 가진 집이 많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동네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도 흑백텔레비전이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많은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구입해서 지금은 흔한 물건이 됐다. 요즘엔 자동차나 컴퓨터가 없는 집은 있어도 텔레비전이 없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텔레비전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니프코브 원판과 브라운관의 조합, 기계식 텔레비전의 탄생

 

텔레비전은 19세기 이후 인류가 성취한 과학과 기술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텔레비전의 역사는 1817년에 셀레늄 원소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셀레늄은 소량의 빛이 닿으면 전류가 흐르는 민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셀레늄이 발견되자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화상을 먼 곳까지 보낼 수 있는 장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884년에 독일의 발명가인 파울 니프코브(Paul G. Nipkow, 1860~1940)는 ‘니프코브 원판’이라는 장치를 설계해 특허를 받았다. 니프코브 원판은 두 개의 동일한 원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원판에는 24개의 작은 구멍이 나선형으로 뚫려 있다. 회전하는 원판의 작은 구멍을 통해 화상을 주사하면 그 구멍을 통과한 빛이 셀레늄 전지에 전기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화상을 복원했다. 그러나 니프코브 원판은 너무 느리게 작동해서 제대로 된 화면을 얻을 수 없었다.
 
1897년에는 독일의 과학자인 카를 브라운(Karl F. Braun, 1850~1918)이 ‘브라운관’이라는 수상기를 개발했다. 그것은 진공으로 된 유리구 안쪽에 형광물질을 발라 전기신호를 영상으로 나타내는 장치였다. 브라운관의 표면에는 ‘화소’라고 불리는 수많은 점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전자와 충돌해 빛을 발하는 방식이었다. 브라운은 무선전신 분야에 크게 공헌한 업적을 인정받아 1909년에 굴리엘모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1874~1937)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림1> 베어드의 기계식 텔레비전. 사진 제공 : 위키피디아

 

텔레비전을 최초로 상업화한 사람은 영국의 기술자인 존 베어드(John L. Baird, 1888~1946)이다. 그는 1925년에 니프코브 원판과 브라운관을 활용해 ‘텔레바이저’로 불린 기계식 텔레비전을 개발했다. 그의 설득을 바탕으로 1929년에는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가 세계 최초로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실험을 전개했다. 베어드는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방영하기도 했고, 그의 텔레비전은 1,900대 정도 팔렸다.
 
그러나 베어드가 누린 영광은 잠깐이었다. 그의 기계식 텔레비전으로는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없었다. 당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좋은 화질에 익숙해져 있었고 BBC의 기술자들도 기계식 텔레비전의 상업화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전자식 텔레비전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전자적 방법은 기계적 방법보다 훨씬 더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즈보리킨과 판즈워즈의 전자식 텔레비전에 대한 경쟁

 

전자식 텔레비전의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러시아 출신의 미국 기술자인 블라디미르 즈보리킨(Vladimir K. Zworykin, 1889~1982)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23년에 ‘아이코노스코프’(Iconoscope)라는 송신기를 개발해 특허를 신청했고1924년에는 ‘키네스코프’(Kinescope)라는 카메라 튜브를 발명해 이듬해 컬러텔레비전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비슷한 시기에 전자식 텔레비전에 도전한 사람은 미국의 기술자인 필로 판즈워스(Philo T. Farnsworth, 1906~1971)였다. 그는 고등학생이었던 1922년에 이미 전자식 텔레비전에 대한 설계도를 작성한 천부적인 발명가였다. 그는 투자가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1926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해 ‘영상분해기’(Image dissector)라는 송신기와 ‘영상수상기’(Image oscillator)라는 수신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판즈워스는 즈보리킨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욱 우수한 전자식 텔레비전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자식 텔레비전 개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기업은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였다. RCA에는 방송가의 황제로 불리는 데이비드 샤노프(David Sarnoff, 1891~1971)가 있었다. 그는 1930년에 즈보리킨을 고용해 라디오 사업을 대신할 텔레비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했다. 즈보리킨은 판즈워스의 연구실을 찾아가 영상분해기를 관찰한 후 그것을 모방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샤노프는 판즈워스의 특허권을 돈으로 사려고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림2> 한 눈에 보는 텔레비전의 역사와 원리. 그림 제공: 동아사이언스

 

RCA는 1932년에 120줄짜리 전자식 텔레비전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120줄은 판즈워스의 장치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이었다. 그는 판즈워스의 장치를 모방하면서도 특허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두 개의 진공관을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즈보리킨이 판즈워스의 전자식 텔레비전의 성능을 개선시킨 것이다.
 
 
오늘날까지 텔레비전의 발달과 영향

 

1960년을 전후로 텔레비전은 가장 인기 있는 매스미디어로 부상했다. 라디오가 가정의 필수품이 되기까지 두 세대가 걸렸지만 텔레비전은 한 세대밖에 걸리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에는 케이블 방송이 널리 활용되면서 텔레비전 수신 상태가 개선되고 전문성을 띤 프로그램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위성에서 직접 가정의 소형 안테나로 전달되는 위성 방송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공간의 범위도 한층 더 넓어졌다. 텔레비전을 매개로 “지구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림3> LG전자의 3D TV. 사진 제공 : LG 전자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텔레비전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실물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고선명 텔레비전”(High Definition TeleVision, HDTV)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그것은 디지털 신호를 사용해 기존의 방식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많은 줄로 주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화면 속 영상이 3차원으로 펼쳐지는 3D TV기술이 개발돼 2차원 스크린에서 입체적인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3D TV 기술은 새로운 영상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풍부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신속하고 현장감 있는 보도로 시청자들의 사회적 안목을 넓혀 주고 바쁜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교양을 쌓을 수 있게도 해준다. 즐거운 오락거리를 제공하여 시청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도 텔레비전의 중요한 몫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텔레비전은 공동체적인 경험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간주되기도 한다. 텔레비전으로 화면을 통한 접촉이 강화되면서 실제적인 만남과 대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인간의 사고 방식을 획일화하고 상상력을 제약한다고 해서 ‘바보상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텔레비전이 이미 우리의 일상 생활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을 보다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시청자로서의 주권을 회복하고 발휘하는 데 있다.

 

[교육팁]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지는 3차원 영상을 보여주는 3D 텔레비전은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손가락을 이용한 간단한 실험으로 원리를 이해해 보자. 5~10m 떨어진 곳에 친구를 가만히 서 있게 하고, 자신의 팔을 뻗어 검지 손가락을 한번 펴 보자.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 검지 손가락을 겹치도록 방향을 조절한 뒤,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본다. 그럼 손가락 너머에 있는 친구가 어떻게 보이는가? 아마 2개로 보일 것이다. 이제 검지 손가락 너머에 있는 친구에 초점을 맞춰 보자. 이번엔 손가락이 몇 개로 보이는가? 아마 이번엔 손가락이 2개로 보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3D 텔레비전의 원리다.
 
사람의 눈은 2개가 각각 다른 시각을 찍은 것을 겹쳐서 3D 입체로 만든다. 그럼 3D 텔레비전 영상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가 2대일까? 그렇다. 2개의 렌즈로 화면을 동시에 찍은 다음, 두 화면을 겹쳐지게 화면을 출력하면 3D 영상이 된다. 이 영상을 사람의 눈으로 하나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바로 3D 안경의 역할이다.
 

[교육 과정]

-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우리 생활과 전기 전자
- 중학교 2학년 과학, 전기
- 중학교 3학년 실과, 전기 전자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