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사이언스타임즈] 마리 퀴리의 위대한 유산(중)

FERRIMAN 2012. 4. 13. 11:40


마리 퀴리의 위대한 유산 (중) 농업혁명 및 우주탐사 가능하게 2012년 04월 12일(목)

▲ 1903년도의 마리 퀴리의 모습.  ⓒ위키피디아
마리 퀴리가 처음으로 명명한 ‘방사능(radioactivity)’에서 나온 방사선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오늘날 가장 큰 오해를 사고 있는 단어들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사선은 지구 나이보다도 더 오래됐으며 태초에 우주가 생성되는 단계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여러 가지 형태의 방사선과 그것의 발견이 이루어진 것은 단지 몇 백 년 전의 일이다. 가장 흔한 방사선은 태양광선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눈에 보인다. 자외선 혹은 적외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으로 주택의 난방이나 음식을 가열할 때 쓰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방사선이라는 것이 원자력 시대인 최근에 이르러서야 소개된 20세기의 새로운 에너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하늘에 떠올랐던 거대한 버섯구름을 생각하고 참담한 원폭 피해자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19세기 말 최고조에 달했던 과학혁명은 방사선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인류를 안내했다. 그 이후 과학연구자들의 실험연구를 통해 방사선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제 방사선은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각종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중요한 산업만을 살펴보자.

농작물 품종개량에 앞장서다

농축산업= 충분하고 안전한 식량의 확보보다 인간 생존에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역사기록 이전부터 인간은 살아가는 데 충분한 식량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당시에는 인구가 적었고 땅은 넓어 오늘날보다 식량문제가 덜 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오늘날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부패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관하여 신선한 상태의 식량을 공급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방사선이 농업에 얼마나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신약이 쏟아지고 있다. 효능과 부작용을 체크하는 데에도 방사선이 이용된다.  ⓒ이미지클릭
최대의 수확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영양분과 물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이다. 동위원소는 입자방출(또는 추적자) 특성을 이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종류의 화학비료를 구분해 준다. 각기 다른 종류의 화학비료에 부착된 추적자는 식물 내부의 결정적인 곳에 흡수되므로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같은 방법을 통해 물을 아낄 수도 있다.

새로운 농작물 품종개발을 위한 방사선 기술의 적용은 방사선의 특성 가운데 가장 경제적인 기여도가 높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배품종이라고 불리는 돌연변이 방사선을 통해 만들어진다. 식물의 DNA구조는 감마선, X-선, 그리고 중성자 충돌에 의해 변형된다.

축산업에서는 사료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연구자들은 탄소-14와 같은 특수 방사성 동위원소를 먹이에 표시했다. 그 다음 동물의 소화체계를 따라 음식의 경로를 추적했다. 그래서 사료가 어디에서 얼마나 빨리 분해돼 몸 조직으로 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액(우유)이 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신약이 출시하려면 방사선 테스트를 받아야

의약산업=
방사선에 의한 진단 기술과 치료는 역사도 길고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방사선이 신약실험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생소할 것이다.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질병과 이상징후를 치료하기 위해 신약들이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신약들이 정부기관의 승인을 얻어 의사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여러 가지 테스트가 선행돼야 한다. 

즉, 신약이 어떻게 목표질병을 공격하는지를 알아내고 잠재적인 부작용을 조사하는 등 많은 선행작업을 거쳐야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독특한 영상(방출) 특성 때문에 이러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약물이 몸의 어느 부분을 통과하고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물질의 흡수, 대사, 분포, 그리고 신체에 불필요한 잔여물의 제거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제공된다. 미국의 경우 신약의 80퍼센트 이상이 성공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방사선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고속도로, 교량, 고층건물, 주택 등의 건설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토대가 확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틈을 확실히 메워야 건물이 내려 앉지 않는다. 방사선측정기를 사용하여 토대 아래의 수분함량과 밀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사선 측정기는 보통 세슘-137 또는 코발트-60 등 감마선원으로 토양의 밀도를 측정한다. 토양에서 수분을 측정할 때는 캘리포늄-252 또는 아메리슘-241 및 베릴륨의 혼합물을 중성자원으로 사용한다.

항공기 접합부분도 방사선 검사를 받아

항공산업= 공중을 나는 비행기의 문제점은 거대한 참사로 이어진다. 항공기의 중요한 용접부위는 방사선 사진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다. 예를 들어 중성자나 감마선은 날개를 몸체에 붙이는 용접부위와 같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검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방사선의 또 하나의 응용분야는 공항의 이착륙 유도등에 에너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정전가능성에 대비한 특별한 안전대책으로 발광성을 일으키는 트리튬을 사용할 수 있다. 트리튬은 날씨나 그 밖의 혼란스러운 요인들에 관계 없이 24시간 내내 신뢰할 수 있다.

철도산업= 철도는 안전하게 보인다. 하지만 열차사고는 많이 일어난다. 방사선을 응용하면 레일 자체의 응력(應力, stress)을 측정할 수 있다. 심각한 열차사고들 가운데 치명적인 탈선사고는 구름접촉(rolling-contact) 피로균열로 인한 레일의 파단(破斷, fracture)이다. 프랑스에서는 60KeV(킬로전자볼트) 용량의 X-선이 응력패턴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방사선 없이는 우주탐사 불가능

우주탐사=
우주로 진입하는 모든 위성이나 우주선에서 사람과 기계를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열을 생성하는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차가운 진공상태에서 외부우주의 온도는 평균 섭씨 영하 204도에 이른다. 수년에 이르는 탐사위성의 경우 그 어떤 배터리도 이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방사선은 농업혁명을 비롯해 각종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우주탐사도 방사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하 200도에 가까운 우주에서 장비와 비행사가 견디려면 전기와 열이 필요한데 방사성 동위원소가 이를 해결하고 있다.  ⓒ이미지클릭

연료전지는 그 대안이 된다. 그동안 수 차례 비행에서 전기와 열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여 효과를 거뒀다. 이런 목적에 쓸 수 있는 것이 특정방사성동위원소다. 플로토늄-238이 이상적인 동위원소다. 플로토늄-238은 알파 방출을 통해 붕괴되며 감마선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쉽게 감쌀 수 있다.

우리가 우주시대에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마리 퀴리가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유산, 즉 현재 우리가 부르는 방사선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이처럼 마리 퀴리가 인류의 발전에 미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참고서적
<시대를 뛰어 넘은 여성과학자들>: 달렌 스틸 저, 양문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 시모나 체로토 저, 비룡소
<방사선과 현대생활>: 엘렌 월터 저, 미래의 창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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