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무한질주 '설국열차' 허무맹랑한 것 아니다
핵융합로 상용화하면 가능
폐기물 적고 반감기 짧아
원전보다 효율 높고 안전
2030~40년대에 실현될듯
추석 연휴까지 920여만 명이 관람한 영화 ‘설국열차’에는 18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열차가 등장한다. 이런 무한질주가 실제로 가능할까. 봉준호 감독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굳이 과학적 근거를 찾는다면 윌포드(영화 속에 등장하는 열차 제작자)가 만든 엔진은 일종의 핵융합 원자로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핵융합로는 무엇이고 어떻게 동력을 얻는 걸까. 또 현실 속 핵융합로 개발은 어디쯤 와 있을까.
# 핵융합은 ‘인공 태양’의 원리
한국 등 세계 7개국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시에 공동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토카막 개념도. 아래 작은 사진은 건설현장의 토카막 설치 부지 기초 공사 모습. [자료 ITER]
핵융합은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지며, 줄어드는 질량만큼 에너지를 방출하는것을 가르킨다. 쉽게 말해 우라늄 등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받아 쪼개지며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의 반대현상이다. 태양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게 이런 핵융합 반응 때문인데, 핵융합로는 이를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장치를 말한다. 연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한 중수소와 노트북컴퓨터 배터리 등에 많이 쓰이는 리튬. 핵융합로 안에서 중성자로 리튬을 때리면 삼중수소로 핵변환이 일어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삼중수소가 중수소와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이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중성자가 나와 삼중수소를 만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또 중성자에 맞아 달궈진 동력변환장치(운동에너지→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다.
이런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화력발전은 물론 원자력 발전보다도 높은 에너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이론상 100만㎾급 발전소를 1년간 돌리는데 화력·원자력이 각각 150만t의 석유와 30t의 우라늄을 필요로 하는 데 비해, 핵융합은 10t의 연료면 충분하다.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와 노트북컴퓨터 배터리 1개 분량의 리튬이면 한 사람이 30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 주장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오영국 박사는 이런 점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설정도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영화 속 열차는 선로 위 눈을 끌어들여 물로 만들어 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쉽게 중수소를 얻을 수 있다. 열차칸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핵융합로와 노트북배터리 5000개 정도의 리튬만 있다면 수십 년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게 오박사의 설명이다.
핵융합 발전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전성이다.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는 방사능 물질이다. 하지만 노(爐) 내부에 연료봉을 장전하는 원전과 달리 외부에서 중수소 공급만 차단하면 운전이 자동중단된다. 나오는 핵폐기물의 양도 적고 반감기도 길어야 100년 이내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 관건은 플라스마의 유지·제어
핵융합은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고압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제 4의 물질 상태) 상태에서만 일어난다. 이 때문에 이런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고 융합로 안에 안전하게 가두는 게 핵심기술이다.
대표적인 게 토카막(Tokamak)이다.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에 D자형 자석을 넣어 플라스마가 용기 벽에 닿지 않도록 자기장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소련의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이고리 탐이 1950년대에 고안했다
미국·일본 등 에너지 선진국은 이 장치를 이용해 70~80년대 대형 핵융합 장치를 만들고 90년대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한국도 2007년 KSTAR를 개발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플라스마를 만든 뒤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다. 기존 토카막 자석은 전류가 흐르면 저항이 생겨 플라스마를 오래 잡아두지 못한다. 현존 최대 핵융합로인 유럽연합(EU)의 JET도 플라스마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30초 이내에 불과하다. 둘째, 초고온의 플라스마 내부에서 생기는 난류(turbulence)의 제어다. 학자들은 핵융합을 방해하는 난류가 생기는 이유를 아직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핵융합장치의 투입 에너지 대비 생산 에너지 비율(에너지 증폭률)은 1을 밑돈다.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에너지 증폭률이 30~50은 돼야 경제성이 있다.
# 세계 최대 핵융합장치, 건설 본격화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ER는 한국·EU·일본·러시아·미국·중국·인도 7개국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시에 짓고 있는 세계최대 규모의 핵융합로다. 이제까지 개발된 각국의 기술을 총동원해 에너지증폭률 10 이상, 플라스마 유지시간 400초, 열출력 500㎿(한국 표준원전의 6분의1 규모)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가늠하는 최종 기술 실증로인 셈이다. 성공한다면 2030~2040년대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시작됐다. 2020년 완공(예정) 때까지 건설비만 65억 유로(약 9조4505억원), 운영이 끝나는 2042년까지 운영·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로 112억 유로를 쏟아붓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애초 계획보다 일정이 계속 지연돼 왔다. 7개 참여국이 전체 재원의 67%를 현물로 분담하는 재원 조달 방식 탓이다. 토카막 등 주요 시설을 각국이 부분부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공사가 지연되며 각국의 경비 부담이 늘고 ITER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달 “ITER 프로젝트가 위태로운 국면(critical phase)을 맞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ITER 건설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0일 세계 각국에서 보내올 시설 부품을 항구에서 건설현장으로 수송하는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은 “완공이 1년쯤 늦춰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공사가 본격화되면 뒤처진 일정을 만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한별 기자
# 핵융합은 ‘인공 태양’의 원리

핵융합은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지며, 줄어드는 질량만큼 에너지를 방출하는것을 가르킨다. 쉽게 말해 우라늄 등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받아 쪼개지며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의 반대현상이다. 태양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게 이런 핵융합 반응 때문인데, 핵융합로는 이를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장치를 말한다. 연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한 중수소와 노트북컴퓨터 배터리 등에 많이 쓰이는 리튬. 핵융합로 안에서 중성자로 리튬을 때리면 삼중수소로 핵변환이 일어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삼중수소가 중수소와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이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중성자가 나와 삼중수소를 만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또 중성자에 맞아 달궈진 동력변환장치(운동에너지→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다.
이런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화력발전은 물론 원자력 발전보다도 높은 에너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이론상 100만㎾급 발전소를 1년간 돌리는데 화력·원자력이 각각 150만t의 석유와 30t의 우라늄을 필요로 하는 데 비해, 핵융합은 10t의 연료면 충분하다.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와 노트북컴퓨터 배터리 1개 분량의 리튬이면 한 사람이 30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 주장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오영국 박사는 이런 점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설정도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영화 속 열차는 선로 위 눈을 끌어들여 물로 만들어 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쉽게 중수소를 얻을 수 있다. 열차칸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핵융합로와 노트북배터리 5000개 정도의 리튬만 있다면 수십 년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게 오박사의 설명이다.
핵융합 발전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전성이다.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는 방사능 물질이다. 하지만 노(爐) 내부에 연료봉을 장전하는 원전과 달리 외부에서 중수소 공급만 차단하면 운전이 자동중단된다. 나오는 핵폐기물의 양도 적고 반감기도 길어야 100년 이내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 관건은 플라스마의 유지·제어

대표적인 게 토카막(Tokamak)이다.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에 D자형 자석을 넣어 플라스마가 용기 벽에 닿지 않도록 자기장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소련의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이고리 탐이 1950년대에 고안했다
미국·일본 등 에너지 선진국은 이 장치를 이용해 70~80년대 대형 핵융합 장치를 만들고 90년대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한국도 2007년 KSTAR를 개발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플라스마를 만든 뒤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다. 기존 토카막 자석은 전류가 흐르면 저항이 생겨 플라스마를 오래 잡아두지 못한다. 현존 최대 핵융합로인 유럽연합(EU)의 JET도 플라스마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30초 이내에 불과하다. 둘째, 초고온의 플라스마 내부에서 생기는 난류(turbulence)의 제어다. 학자들은 핵융합을 방해하는 난류가 생기는 이유를 아직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핵융합장치의 투입 에너지 대비 생산 에너지 비율(에너지 증폭률)은 1을 밑돈다.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에너지 증폭률이 30~50은 돼야 경제성이 있다.
# 세계 최대 핵융합장치, 건설 본격화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ER는 한국·EU·일본·러시아·미국·중국·인도 7개국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시에 짓고 있는 세계최대 규모의 핵융합로다. 이제까지 개발된 각국의 기술을 총동원해 에너지증폭률 10 이상, 플라스마 유지시간 400초, 열출력 500㎿(한국 표준원전의 6분의1 규모) 이상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가늠하는 최종 기술 실증로인 셈이다. 성공한다면 2030~2040년대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시작됐다. 2020년 완공(예정) 때까지 건설비만 65억 유로(약 9조4505억원), 운영이 끝나는 2042년까지 운영·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로 112억 유로를 쏟아붓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애초 계획보다 일정이 계속 지연돼 왔다. 7개 참여국이 전체 재원의 67%를 현물로 분담하는 재원 조달 방식 탓이다. 토카막 등 주요 시설을 각국이 부분부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공사가 지연되며 각국의 경비 부담이 늘고 ITER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는 지난달 “ITER 프로젝트가 위태로운 국면(critical phase)을 맞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ITER 건설은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0일 세계 각국에서 보내올 시설 부품을 항구에서 건설현장으로 수송하는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은 “완공이 1년쯤 늦춰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공사가 본격화되면 뒤처진 일정을 만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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