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중앙일보] 2013년 노벨 화학상

FERRIMAN 2013. 10. 12. 19:21

입력 2013.10.10 01:40 / 수정 2013.10.10 13:47
 

복잡한 화학반응 예측 프로그램 개발 … 미 카르플루스·레빗·와르셸 노벨화학상

화학자들 연구 필수도구 만들어

단백질은 덩치가 큰 분자다. 아미노산이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가 결합돼 있다. 화학 논문·교과서를 보면 이런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상세하게 그린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그림은 어떻게 그렸을까. 특수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다. 이런 프로그램 덕에 화학자들은 신약을 개발할 때 약물과 사람 몸 속 단백질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반응하는지를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현대 화학자들의 ‘필수 도구’가 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론화학자들에게 올해 노벨 화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 노벨화학상위원회는 9일 마르틴 카르플루스(83) 하버드대 화학과 명예교수와 마이클 레빗(66) 스탠퍼드의대 교수, 아리에 와르셸(73) 남캘리포니아대 특훈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고, 오늘날 대부분의 화학 분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학은 분자의 성질, 분자 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옛날 학자들은 플라스틱 구슬과 막대기로 분자 모델을 만들어 연구했다. 반면에 요즘 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한다. 존 포플(2004년 사망) 전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그 물꼬를 텄다. 그는 현대물리학 이론인 양자역학을 이용해 분자의 성질을 알아내는 가우시안(GAUSSIAN)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포플은 이 공로로 199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이용한 계산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가우시안은 원자 20~30개로 이뤄진 작은 분자만 분석이 가능하다. 단백질과 같은 큰 분자를 연구하는 데 쓰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낸 사람이 카르플루스다. 그는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을 절반씩 섞는 방법을 찾아냈다. 카르플루스는 이런 계산법에 바탕을 둔 참(CHARMM)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PC를 이용해 단백질과 같은 큰 분자의 구조를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해 낼 수 있다. 카르플루스와 함께 상을 받은 레빗과 와르셸은 카르플루스의 분자동력학에 양자화학을 연결시켜 계산하는 방법(QM/MM)을 찾아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노벨위원회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상을 준 것은 연구의 실용성을 강조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