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사이언스타임즈] 못생겼다고 버려지는 농산물

FERRIMAN 2015. 1. 8. 13:04

- Sciencetimes - http://www.sciencetimes.co.kr -

완벽한 외형 찾는 소비심리…낭비의 요인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들(상)

 

인구학자들과 기후변화 학자들은 2050년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견한다. 인구가 지금보다 30%가 늘어난 90억을 돌파하는 시점이다. 식량부족으로 기아인구는 늘고,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도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는 예측이다.

식량증산대책은 많은데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어

그래서 학자들은 식량증산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가 강조한다. GM작물의 등장이 그런 이유에서다. ‘슈퍼잡초’가 등장하고, 잡초들의 진화가 눈에 뜨일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GM작물이 정당성을 갖는 데에는 바로 이 식량증산에 걸 맞는 기술이라는 이유가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구촌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단지 겉모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소비자에 외면당해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은 대단하다. 미국의 경우 생산 유통되는 식품의 40%가 식탁에 오르지 못한다.  식품낭비의 주 요인이다. 사진은 독일의 한 슈퍼마켓에서 헐값에 나온 호박들. ⓒ dw.de

단지 겉모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소비자에 외면당해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은 대단하다. 미국의 경우 생산 유통되는 식품의 40%가 식탁에 오르지 못한다. 식품낭비의 주 요인이다. 사진은 독일의 한 슈퍼마켓에서 헐값에 나온 호박들. ⓒ dw.de

그러나 흥미롭고 아쉬운 일은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묻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식량증산 대책은 자주 거론되면서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대책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나온다면 음식 폐기물로 바이오 연료를 개발한다는 정도다. 한번 높아진 소비성향은 내려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가 버리고 있는 음식물을 적절하게 잘 관리만 하면 산림을 훼손하고 숲을 갈아 엎어 토지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버려지는 음식물 가운데 70%만 절약한다면 2050년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 잘 관리하면 굳이 증산정책 필요 없어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의 인구가 기아상태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도 7명 중 한 명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쌀, 고기, 과일 등 주요 식료품의 치솟는 가격이다.

또 한가지는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 때문이다. 자원낭비를 막고 식료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음식 쓰레기를 대폭 줄이고 값비싼 식료품의 대체품을 적절히 선택하는 게 좋다.

미국의 경우 일단 식탁에 올랐다가 버려지는 쓰레기는 40%에 달한다. 다시 말해서 식탁에 마련된 음식은 다 먹지 않고 남겨 음식 폐기물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 적절하게 식단이 마련된다면 엄청난 음식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자원보호위원회(NRDC)에 의하면 미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1650억 달러에 달한다.

또 버려지는 다른 종류의 음식 쓰레기가 있다. 주범은 식품 유통기한 표기의 혼란 때문이다. 식품포장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맹신한 나머지 멀쩡한 음식물을 버리게 된다. 유통기한에 따른 이유 때문에 약 40%의 식품이 개봉도 하기 전에 버려지고 있다고 추산된다. 이 또한 어마어마한 양이다.

유통기한이란 것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한 장치란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 상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통기한이 식품의 낭비를 부추긴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식품 유통기간에 대한 연방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보통 표기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소비기한(expiration date)’이다.

그밖에 ‘판매허용 기한(sell by)’, ‘품질 유지기한(best before 또는 use by)’ 등의 표기는 식품의 안전과 큰 상관이 없다. 이 같은 경우 소비자가 눈과 코를 이용하여 음식물이 괜찮은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버려야 한다.

못생겼다고 버려지는 농산물도 상당량

버려지는 음식물은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못생긴 식품(ugly food)’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농산물 가운데 생김새가 못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상당량이 버려진다. 못생긴 것과 맛이나 영양하고 무슨 관계가 있길래?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모양이 반듯하지 않거나 시각적으로 흠이 있는 것은 슈퍼마켓 농산물 코너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소비자들은 완벽한 모양새를 갖춘 농산물을 고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처음부터 판매대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완벽한 외형의 식품을 찾는 소비자심리가 식품 낭비의 주 요인이”이라고 꼬집는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 유통되는 식품의 40%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오르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엄청난 양이다.

수확을 하는 원산지 농장에서 못생긴 농산물이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일반 상품과 규격이 너무 다르면 각종 포장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에 의해 외면당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의미다.

더그 라우치는 못생긴 농산물을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영양을 공급하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 consciouscapitalism.org

더그 라우치는 못생긴 농산물을 이용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영양을 공급하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 consciouscapitalism.org

유통업자야 소비자 구미에 맞는 상품을 골라 팔고, 나머지는 반송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생산업자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그러면 못생긴 농산물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든지 있다. 값이 싸면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양공급’ 힌트 얻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보도를 잠시만 빌려보자. 유기농 식품 전문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의 대표를 지낸 더그 라우치(Doug Rauch)는 외면 받는 못생긴 농작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여름 보스턴에 ‘데일리 테이블(Daily Table)’이라는 상점을 열었다.

그는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흠이 있는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시 탄생시킬 생각에서 이러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의 상점은 식료품점과 식당을 결합한 것으로 신선 식품과 조리된 식품을 모두 취급한다.

라우치가 개발한 ‘스피드-스크래치(speed-scratch)’ 제품은 썰어놓은 채소에 조리된 단백질 식품과 밥을 함께 포장해 소스와 양념만 더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상품이다. “이 상점은 신선하고 바람직하고 먹을만한 식품에 관한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주려는 시험적 프로젝트”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인 상당수,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 식품 섭취 못해

원래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라우치의 후원으로 2010년 시작된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그는 미국인 6명 가운데 한 명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필요한 식품을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가는 부족한 식품을 섭취한다” 그 후 미국인들의 건강관리 전반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것은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되었다.

칼로리는 많지만 영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특히 비만 인구의 증가로 향후 20년 동안 당뇨병과 심장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수조 달러의 의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라우치는 이러한 영양실조 문제와 슈퍼마켓 체인업체 트레이더 조스에서 목격한 식품 낭비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못생긴 농산물은 잘생긴 농산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철학 아닌 철학을 실천에 옮기기로 작정했다.

Copyright © 2014 Sciencetim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