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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치료로봇- 베이맥스

FERRIMAN 2015. 5.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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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이맥스, 나를 치료해줄래?

치료 로봇의 시대 '성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10점 척도 중에 너의 고통은 어느 정도야?” 올해 초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 ‘베이맥스’는 이 같은 대화로 인간의 증상을 파악해 진단한다. 성인 어른보다 조금 더 큰 키에 뚱뚱한 몸으로 뒤뚱거리며 걷는 베이맥스는 비닐 재질의 풍선과 같은 몽실몽실한 감촉을 가졌다.

차갑고 딱딱한 기존 로봇의 이미지와 판이하게 다른 이유는 그가 사람의 다친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료해주는 치료 로봇이기 때문이다. 베이맥스는 환자의 상태를 눈에 달린 카메라로 스캔하고,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함으로써 사람의 감정 상태까지 읽어낸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로써 병을 진단해 입력된 데이터에 의해 환자를 치료해준다.

귀여운 외모와 순수한 매력으로 베이맥스는 빅히어로의 주인공보다 관객들의 사랑을 더 받는 캐릭터로 부상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베이맥스 같은 치료 로봇이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상용화되고 있다.

영화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로봇 베이맥스처럼 인간을 치료해주는 치료 로봇의 상용화가 다가오고 있다.

영화 ‘빅히어로’에 등장하는 로봇 베이맥스처럼 인간을 치료해주는 치료 로봇의 상용화가 다가오고 있다. ⓒ 빅히어로 공식 사이트

최근 미국 텍사스대학 오스틴캠퍼스의 공학자들은 2개의 팔을 가진 외골격 재활로봇 ‘하모니’를 개발했다. 척추 및 신경 손상을 당한 환자들의 운동 능력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탄생한 하모니는 환자의 상반신 전체를 수용한다. 이는 단지 하나의 팔에 집중하거나 쌍방향 훈련용으로 제한되는 기존의 재활로봇 기술과는 차별화되는 최초의 기술인 셈이다.

하모니를 착용한 환자들은 식사하기와 옷입기 등과 같은 일상생활을 위한 행동력 회복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훈련의 난이도 수준을 점차 증가시킬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일단 20~30명 정도의 건강한 피실험자를 모집해 다음달부터 하모니 착용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실제 뇌졸중 및 척수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해 하모니와 통상적인 재활 치료에 대한 효과를 비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 환자를 위한 간호로봇

일본에서는 좀 더 베이맥스와 닮은 간호용 로봇이 등장했다. 이화학연구소에서 노인 환자들을 위해 제작한 ‘로베어’라는 로봇이 바로 그 주인공. 곰을 닮은 귀여운 얼굴과 특수 고무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팔을 가진 이 로봇은 침대 생활이 잦은 노인 환자를 번쩍 들어서 휠체어로 옮기거나 팔을 들어올리는 등의 재활 운동을 도울 수 있다.

1970년대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부족한 간병 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간호 로봇의 개발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이번에 개발된 로베어는 기존의 간호 로봇들보다 자신의 몸무게는 줄인 대신 환자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은 더욱 세어진 게 특징이다. 로베어 개발 연구진은 노인 환자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로베어의 동작 프로세스를 좀 더 간소화한 다음 상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카인드(RoboKind) 사가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개발해 올 1월에 출시한 ‘마일로’는 사회성이 부족한 자폐아들이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이다. 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을 한 키 60㎝의 마일로의 치료 효과는 놀랍다.

다른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 자폐아들이 치료사와 마주앉았을 때의 집중도는 3%에 불과하다. 그런데 마일로에 대한 집중도는 87%나 될 만큼 높게 나타난 것. 그 이유는 마일로의 경우 보통 사람보다 20% 정도 천천히 말하며, 표정도 크게 지어서 자폐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폐아들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답답해하지 않고 똑같은 말을 계속 천천히 반복해서 들려주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치료 로봇이 꼭 휴머노이드일 필요 없어

인간과 닮은 모습을 한 휴머로이드 로봇은 가장 적절한 치료 로봇의 유형으로 꼽힌다. 인간 형태를 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인간과 쉽게 감정을 나누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을 지지하고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치료 로봇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치료 로봇으로 가장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휴머로이드 로봇은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 사가 개발한 ‘나오(NAO)’다. 2족 보행을 하며 키 58㎝, 몸무게 5㎏인 ‘나오’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로봇이다. 코리그라피(choregraphe ; 동작을 기호와 그림으로 기록하는 기술)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래밍 되어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도 있다.

또한 ‘나오’는 팔과 다리의 관절을 사람과 흡사하게 움직이는 다관절체이므로, 환자들에게 연속적인 재활운동을 동작들을 자신이 직접 시연해 보이며 가르쳐줄 수 있다. 처음엔 교육용 플랫폼이 장착돼 전 세계 교육기관에서 활용되었지만, 자폐아의 치료를 돕는 버전과 간호용 버전도 선보였다. 최근엔 운동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재활 치료를 돕는 로봇 치료사로도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치료 로봇이 꼭 휴머노이드일 필요는 없다. 인간은 사물이 자신과 비슷할수록 호감을 갖지만, 그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오히려 혐오감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고 하는데, 어떤 물체가 사람과 닮을수록 심리적 호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좋은 예가 일본의 요양원에 설치되어 노인들의 벗이 되어주고 있는 애완용 로봇 ‘파로’이다. 파로는 털이 수북한 물개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람과 눈을 맞추거나 얼굴을 기억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위를 배움으로써 노인들의 우울증과 불안감을 없애주는 로봇 치료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한층 달콤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마츠바라 히토시 교수의 이 말 한마디는 치료 로봇의 역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힘든 일을 도와주는 산업 로봇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베이맥스’ 같은 로봇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5.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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