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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FERRIMAN 2015. 6. 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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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vs 저녁형, 누가 유리할까

다수의 유전자가 생체리듬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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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저녁형 인간’보다는 ‘아침형 인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아침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라고 했으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는 잡는다’는 말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속담이다.

발명왕인 토마스 에디슨과 나폴레옹,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을 비롯해 천재 작곡자 모차르트,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등은 밤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저녁형 인간이었다.

아침형의 경우 공무원이나 회계사 등 논리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많이 속해 있으며, 저녁형에는 시인이나 예술가 등 창조적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철학자라도 칸트와 데카르트는 정반대였다.

‘걸어다니는 시계’로 불릴 만큼 시간 관념이 철저했던 칸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저녁 9시엔 반드시 잠자리에 드는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그에 비해 데카르트는 군인으로 복무할 때조차 오전 11시까지 잤다고 전해지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이었다. 그는 늦잠을 자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서야 학교에 다닐 정도였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선호 경향은 농업 사회에서나 필요했던 덕목이다. ⓒ morgueFile free photo

아침형 인간에 대한 선호 경향은 농업 사회에서나 필요했던 덕목이다. ⓒ morgueFile free photo

그런데 데카르트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이 그를 철학 과외교사로 초빙했는데, 새벽 5시에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데카르트는 그곳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공식 사인은 폐렴이었지만, 새벽 강의가 저녁형 인간인 그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저녁형 인간은 질병에 취약하며, 아침형 인간이 더 행복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고대안산병원 김난희 교수팀이 공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저녁형 인간이 비만 및 당뇨, 근육감소증 등의 위험이 더 높았으며, 여성도 대사증후군 가능성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 그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저녁형 인간의 경우 야식을 더 자주 먹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김세주 교수팀은 저녁형 인간에게서 우울증 및 조울증이 더 많이 나타나며, 명랑하고 쾌활한 기질은 아침형 인간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4월에 발표했다. 영국 로햄턴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에 비해 평소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IQ와 창의성은 저녁형 인간이 더 우수해

그러나 IQ와 창의력에서는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더 우수하다. 2009년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팀이 미국의 청소년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저녁형 집단의 평균 IQ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대학 연구팀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창의력 및 귀납추리능력, 문제해결능력에서 저녁형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 하지만 특이하게도 학업 성적은 아침형이 더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집중력의 정점을 찍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형의 경우 오전에 집중력이 좋다가 저녁 6시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저녁 6시에 정점을 찍는다.

이러한 현상은 직장인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연구팀은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분류했다. 그 후 아침형 직원은 야근에 배치하지 않고, 저녁형 직원은 이른 아침 근무에 배치하지 않는 등 개인에 맞는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한 결과, 두 유형 모두 업무 효율성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1993년에 전격 시행한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는 아침형 인간을 선호하는 기존 관념에서 비롯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달부터 하루 4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주 40시간 이내에서 직원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율 출퇴근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수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에서는 일찍이 도입한 제도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선호 경향은 농업 사회에서나 필요했던 덕목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의 장점 모두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유명인 중에서도, 또한 같은 직업군의 유명인 중에 아침형과 저녁형이 모두 포함된 것만 봐도 두 가지 유형을 구분해 누가 더 우월한지를 따지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80여 개 관련 유전자 발견, 맞춤 치료법 개발 기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을 결정짓는 건 바로 유전차의 차이 때문이라는 최근의 연구결과도 그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3년 영국 서레이대학 연구팀은 ‘PER3’라는 유전자의 길이가 길면 아침형 인간이고, 짧으면 저녁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PER3는 체내 단백질 생산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우리 몸에 시간을 알려주는 유전자다.

그런데 최근 영국 레스터 대학의 에란 타우버 박사팀이 아침형과 저녁형의 차이를 설명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80여 개의 관련 유전자를 찾아내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새벽에 부화하는 아침형과 저녁에 부화하는 저녁형의 두 초파리 집단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그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초파리와 인간의 생체시계 유전자 시스템은 매우 흡사하므로 이 연구결과는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전까지 밝혀진 아침형과 저녁형 관련 유전자는 2-3개뿐이었는데, 이번 연구로 인해 다수의 유전자가 생체리듬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가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에 따른 맞춤형 치료 방법 및 약물 개발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야간근무 등의 여러 가지 자의적․타의적 상황으로 인해 자신에 내재된 생체시계의 오작동을 겪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연구인 셈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5.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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