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대학 구조조정 헤게모니 싸움, 그 진실은
양영유
논설위원
논설위원
연합회는 교육부가 2011년 이후 부실대학으로 판정해 폐교 조치한 6개 대학 교수 180여 명 중 60여 명이 지난달 만들었다. 건동대·경북외국어대·명신대·벽성대·선교청대·성화대 등이다. 교수들이 “교육부의 강제 폐교로 일자리를 잃었으니 책임을 져 달라”고 하자 황 부총리가 희망을 부풀게 한 것이다. 과연 이들의 신분 회복이 가능할까. 현행법상 3년 이상 근무한 사립 중등교원은 폐교 시 전환복직이나 특별 임용 등을 통해 신분보장을 하지만, 이를 대학에 확대 적용할 근거는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고졸자 감소에 따른 대학 개혁의 핵심이 뭐냐는 점이다. 나는 교수와 직원의 일자리라고 본다. 구조개혁 이면에 어른들의 ‘밥그릇’ 문제가 숨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말 그럴까. 현재 62만 명인 고졸자는 2023년 39만 명으로 급감한다. 따라서 54만 명인 대입 정원을 확 줄여야 한다. 2023년에 고졸자 39만 명이 몽땅 대학에 진학해도 15만~16만 명이 모자란다. 이런 수치는 뭘 의미하는가. 학생들이 갑이 되는 것이다. 대학을 골라 가면 되고, 다니다 통폐합되면 더 좋은 곳으로 옮기면 된다. 학생 입장에선 피해 볼 게 없다. 직격탄은 교직원이 맞는다. 넘쳐나는 학생 덕에 안주하다 자초한 일이다.
대학들은 급하다. 교육의 질 개선보다는 정원 방어에만 열심이다. 학생 수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줄어들면 학교 살림이 홀쭉해진다. 그러면 교수와 직원의 일자리도 줄여야 한다. 국문과를 예로 보자. 전국 4년제 대학에 152개가 있다. 신입생 확보에 존폐가 달렸다. 여타 학과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전공별 부침이 심하고, 교수는 남아돌게 된다. 폐교대학교수연합회의 등장은 그 신호탄이다.
실제 그런 연구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펴낸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2013~2023)’을 보면 2013년 7만3400명이던 교수 수가 2023년엔 6만3200명으로 줄어든다. 대학은 자연감소분(퇴직자)을 메우지 않고 있는 사람도 내치려 할 것이다. 교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고 강사직이 더 초토화될 수도 있다. 잉여 고급인력의 흡수 방안이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이런 메가톤급 뇌관을 황 부총리가 가볍게 여겼다.
이처럼 대학 개혁 이면엔 ‘밥그릇’이란 뇌관이 숨어 있다. 당연히 대학 간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다. 상위권대·수도권대·지방대의 이해가 첨예하다. 특히 지방대는 상위권대의 ‘승자독식(winner-take-all)’을 경계한다. 전국 4년제 대학총장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구욱(영산대 총장) 회장이 앞장섰다. “2025년까지 상위권 20곳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대신 이들 대학이 학부 정원을 자율 감축해 다 같이 상생하자”고 총장들에게 제안했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면 다 망하니 희생의 품앗이를 하자는 뜻이다.
상위권대는 코웃음 친다. “우리가 정원을 줄이면 입시 경쟁만 치열해진다. 부 회장이 교육 생태계를 망가뜨리려 한다.” “부실대학까지 껴안는 게 상생인가. 시장원리에 맡겨라”는 등 입장이 강경했다.
이런 불협화음 속에 대학들은 뜨거운 여름을 맞고 있다. 인터넷에는 구조조정 1단계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30여 개 대학 명단이 떠돈다. 수도권 대학도, 지방 국립대도 들어 있다. 교육부 현장방문 평가단이 이번 주 2단계 심사를 진행하자 자존심을 팽개치고 굽실거린다. 결과적으론 교육부 힘만 커졌다. 성적표는 8월 말 발표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학은 반발할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실종됐다.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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