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타임즈] 유리의 발명

FERRIMAN 2017. 8. 25. 15:54

명화 속에서 살펴본 유리창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

유리는 규사탄산나트륨, 탄산칼슘 등을 고온으로 녹인 후 냉각하면 만들어지는 투명도 높은 물체인데, 고대부터 제조법이 있었다. 유리를 창문에 끼워 사용한 최초의 민족은 로마인들이다. 하지만 그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으며, 대부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만드는 데에 사용됐다.

따라서 가정의 창문은 작을 수밖에 없었고, 겨울에는 창문을 완전하게 덮을 수 있는 나무 격자 덧문을 사용했다. 격자에는 밀납을 먹이거나 테레빈유에 담가 투명하게 만든 천이나 기름먹인 종이를 붙여 사용했다.

-1425~1430년경, 경첩 패널화, 64*63(중앙), 64*27(좌,우)

<수태고지>-1425~1430년경, 경첩 패널화, 64*63(중앙), 64*27(좌,우)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15세기 부유한 가정의 창문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로베르 캉팽의 <수태고지>다.

세 폭의 제단화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성경의 신비스러운 장면인 수태고지를 다루면서 1420년 대 북유럽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을 보여주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중앙 패널,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아 가브리엘 천사가 온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가브리엘 천사 뒤 나무 십자가를 맨 아기 천사는 둥근 창문에 햇살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둥근 창문 옆에는 놋쇠 주전자가 걸려 있고, 중앙 탁자에 피렌체산 마졸리카 꽃병에 흰 백합이 꽂혀 있다. 탁자에 놓여 있는 촛대에는 촛불이 커져 있다. 탁자 바닥에는 책이 펼쳐져 있으며, 성모 마리아가 앉아 있는 긴 의자 뒤로 격자무늬의 창문이 한 쪽만 열려 있다.

성모 마리아가 들고 있는 흰 수건은 순결을 상징하고 가브리엘 천사가 온 줄도 모르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꽃병에 꽂혀 있는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수와 순결을 암시한다. 가운데 봉우리만 있는 백합은 아기 예수가 성모 마리아의 배 속에 있는 수태고지를 의미한다. 촛불이 꺼져 있지만 심지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것은 세상에 빛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에 견줄 것은 없다는 뜻이며, 탁자에 놓음으로서 예수가 인간이 되는 성육신에 대한 암시다. 멀리 구석에 걸려 있는 놋쇠 주전자는 구세주의 강림이 세상의 죄를 씻어줄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브리엘 천사는 예수 탄생이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원형의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기 천사가 맨 나무 십자가는 예수의 죽음을 암시한다.

오른쪽 패널에는 요셉이 옆방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모른 채 쥐덫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작업대와 창가에 놓여 있는 쥐덫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주님의 십자가는 악마를 잡는 쥐덫과 같다. 악마를 유혹하기 위해 쥐덫을 달아놓은 미끼는 다름 아닌 주님의 죽임이었다.’는 말을 의미한다.

왼쪽 패널의 무릎을 꿇고 옆방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여자는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후원했던 피터 엥겔브레히트와 그레친 슈린메허스 부부다. 부부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은 그리스도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낸다.

로베르 캉팽<1375~1444>의 이 작품에서 열려 있는 문 위로 격자무늬 덧문이 열려 있다. 덧문이 열려 있는 것은 날씨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탁자 위의 책이 펼쳐져 있는 것은 창문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단의 격자무늬 덧문이 닫혀 있는 것은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성모 마리아 뒤에 있는 벽난로 앞에 병풍, 접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성모 마리아가 앉아 있는 등받이 부분은 접을 수도 있고 뗄 수도 있는 긴 의자이다. 이런 가구들은 모두 당시 부르주아들만 가질 수 있는 고급 제품이다.

기원 후 1000년, 10센티미터의 얇은 유리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으며, 1463년 이탈리아에서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때부터 건물들에 아치형 창문 대신 네모난 창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유리창이 많이 사용됐다.

16세기 유럽에서는 작고 둥근 유리들은 구식이 되었고, 네모난 모양의 여러 가지 색을 띤 유리가 인기를 끌면서 교회의 특권이었던 유리창이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부족으로 여닫이 창문을 만들 수 없어 유리를 끼운 부분은 붙박이로 고정하고 나무로 만든 부분은 여닫을 수 있게 했다.

-1658~1660년, 캔버스에 유채, 66*76

<포도주 잔>-1658~1660년, 캔버스에 유채, 66*76 ⓒ 베를린 국립미술관 소장

유리 제조업의 발전으로 일반 가정에서의 창문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베르메르의 <포도주 잔>다.

방안 색색의 유리로 장식한 창문이 조금 열려 있고, 옆에 나무 덧문이 닫혀 있는 창문에는 파란색 커튼이 쳐져 있다. 탁자 앞에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잔을 들어 포도주를 마시고 있고 입에 대고 있다. 탁자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는 흰 술병에 손을 댄 채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이 입에 대고 있는 포도주 잔이 비어 있는 것은 술을 다 마셨다는 것을 나타내며, 남자가 흰색의 술병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은 여인에게 두 번째 술을 권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암시한다.

탁자 위의 악보와 의자에 놓여 있는 류트는 두 사람이 포도주를 마시기 전 음악의 향연에 한바탕 벌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안쪽 창문 아래 나무 덧창과 푸른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것은 성서 ‘불의한 자들은 그 앞길이 캄캄하여 넘어져도 무엇에 걸렸는지 알지 못한다(잠언)’는 내용을 의미한다.

얀 베르메르<1633~1675>의 이 작품에서 반쯤 열려 있는 창문에는 가문의 문장 외에 직각자와 말굴레를 든 여인의 문양이 있다. 직각자는 올바른 행동을 나타내며, 말굴레는 욕정의 억제를 뜻한다. 따라서 직각자와 말굴레는 절제의 미덕을 상징한다. 따라서 말굴레 문양은 포도주를 마시는 여인을 향한 경고를 나타낸다.

창문이 조금 밖에 열리지 않는 이유는 당시 환기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기는 위생을 중요시했던 19세기 의사들에 의해 행해진 캠페인을 기점으로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 박희숙 미술평론가
  • 저작권자 2017.08.2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