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080626 [일본중소기업에는 흔한데 우리한테는 드문것] |
[글 : 나가오카대학 환경경제학과 준교수
권오경] 중국은 바짝 추격해 오고 일본은 자꾸 앞으로 달아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무엇으로 밥벌이를 해야 할까? 여기서는 수년간 일본의 중소기업을 접하면서 일본의 제조업이 왜 강한가라는 물음을 설정하고 나름대로 고민하여 내린 중간과정의 결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한테는 드물고 어색하지만 일본의 중소기업에는 당연하고 흔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한일 간의 격차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하이테크분야의 역사와 체화된 기술력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수출상품인 휴대전화기의 경우, 부품의 상당부분을 일본의 중소기업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안하면 수익을 보장 받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신제품을 세계시장에 신속하게 내놓아야 하고 거기에 부응할 수 있는 일본의 중소기업과 협력을 해야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모양이다. 굳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인기상품 iPod의 뒷면표면처리를 거울처럼 하는 기업은 포크, 나이프, 스푼 등의 양식기로 유명한 니이가타현 츠바메시의 중견기업이다. iPod 또한 일본시골마을의 중견기업의 기술을 빌렸기 때문에 날개달린 듯 팔렸다는 점이다. 우리도 못할 게 없지만 츠바메시의 금속가공산업은 약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iPod의 거울과 같은 표면처리는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기계로 한다면 그 기계를 사와서 뜯어보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만 사람에게 체화된 것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매일하는 밥도 질기도 하고 되기도 하는데 복잡한 기술의 경우 우리 기술자가 체득하기가 오죽 힘들겠는가? 둘째로, 급격한 엔고와 같은 불리한 경제 환경에 대한 기업과 정부차원의 대책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의 중소기업과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본이 더 지독히 대책을 세워 실행해 왔다는 것이다. 1985년의 급격한 엔고는 일본중소기업의 방향성을 명시하였다. 즉, 더 이상 국제시장에서 가격으로 승부할 수 없으며, 기술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엔고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워 버렸다. 일본의 중소기업 가운데 세계적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엔고이후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며 그 중의 하나가 iPod의 표면처리를 한 기업이다. 일본에는 이런 기업군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기술개발 이외의 기업 측의 노력으로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이 있는데 바로 기업 내의 효율화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토요타의 간판방식이며, 수많은 중소기업에 이식되어 있다. 기업내의 효율화는 다름 아닌 마른 행주 짜기이다. 정부부문의 대책도 대단하다. 신용보증기관을 제외한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정부계 대출금융기관만 세 곳이 있다(올해 10월 통합확정). 일본중소기업금융의 최대의 특징으로서 과다채무를 들 수 있는데, 민간은 물론이지만 정부도 너무 많은 지원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기술관련정책으로 현재 일본정부가 공을 들이는 정책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6년부터 일본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력강화를 위하여 19개 부문의 집중육성을 목표로 한 법률(특정모노즈쿠리고도화법)을 정비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행하고 있다. 한국, 대만, 중국의 기업과의 격차를 두기 위한 대책이다. 필자는 이 분야에서의 한국기업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그 근거로 일본의 경우, 특정산업분야의 기업층이 우리나라에 비하여 매우 두텁다는 것이다. 일례로 츠바메시는 금속표면처리기업의 집적지이다. 서양인의 식사에 쓰이는 포크와 칼에 무슨 대단한 기술이 필요할까 하고 의심하겠지만, 노벨상 수상식 이후의 만찬 때 식탁에 오르는 금속양식기는 이지방의 중소기업의 제품이었다. 기술을 운운하기 전에 벌써 그 분야에서 최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표면처리 기술하면 츠바메시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말이다. 층이 두텁다보니 경쟁도 활발하고 기술개발도 빨리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도나 야구에서 일본선수층이 아무리 두텁더라도 한국이 절대적으로 약하냐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 집중적으로 육성해 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중소기업을 다녀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의지만으로도 상당부분은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능올림픽에서 활약하는 기능공처럼 기업의 집중적 육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이 로테크분야에서의 완제품기업이다. 이 예로는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츠시를 들 수 있다. 토요타, 혼다는 물론이며 경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스즈키, 악기와 발동기의 야마하, 피아노의 카와이이악기, 신디사이져의 롤랜드와 같은 굴지의 기업이 하마마츠에서 출발하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완제품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산업화초기에 시작했으니 당연하다는 결론으로 쉽게 귀결될 수도 있으나, 꼭 그리 쉬운 얘기만도 아니다. 토요타의 창업자인 사키치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나무로 자동베틀을 만들어 부를 형성하였고 토요타자동차의 초석을 다졌다. 하마마츠에는 완제품기업이 많다보니 기술수준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납품을 위하여 고정적이며 장기간에 걸친 거래를 통한 중소기업의 육성도 필요해졌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마마츠의 기업만큼 거창하지는 않아도 완제품을 만들어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많다. 아지오카라는 가죽제품회사는 GANZO라는 브랜드로 세계의 어떤 제품보다도 뛰어난 지갑과 가방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천만다행히 자동차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괄목할 만큼 성장하였다. 하지만 만년필 등의 필기구, 가죽제품과 같은 경공업제품 가운데서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마치 수험생이 어려운 문제는 풀었는데 쉬운 문제는 대강하다가보니 틀려버린 꼴이다. 시험치고 나서 화가 나는 것은 모르는 문제를 틀린 것 때문이 아니라 아는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다. 부품소재기업의 경우, 로테크, 하이테크의 문제가 아니라 남이 쉽게 모방하지 못하는 기술의 개발에 매진하고, 제품구조가 덜 복잡한 완제품분야에서 세계의 고급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기를 쓴다면 우리 머리 위의 먹구름은 옅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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