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은 과연 가능할까
과학기술 넘나들기(59)
영국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가 1726년에 선보인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에는 아주 작은 사람들이 사는 소인국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온다. 소인국과 아울러 대인국 등도 나오는 이 소설은 원래는 인간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풍자적인 것이었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하여 SF소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적인 SF나 판타지 영화, 또는 가족 코미디 물 등을 보면,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처럼 아주 작은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사람을 인위적으로 아주 작게 축소시키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들 영화들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과연 그처럼 작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을 듯하다.
아주 작게 축소된 인간들의 모험을 다룬 영화로서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인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 1987)’가 있다. 죠 단테 감독에 데니스 퀘이드, 마틴 숏, 멕 라이언 등이 출연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초소형화된 잠수정을 타고 사람 몸속을 돌아다니는 이 영화는 기발한 착상 뿐 아니라 인체의 내부와 장기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장면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최근의 나노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영화에 나오는 초소형 잠수정 비슷한 기기가 실제로 각국에서 개발된 바 있다. 자체 추진 프로펠러가 달린 초소형 의료기기를 사람의 혈관 속에 투입하여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걸리버 여행기 정도의 작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상당히 많다.
코믹한 가족 모험극인 ‘애들이 줄었어요(Honey, I shrunk the kids; 1989)’는 국내에도 개봉된 바 있는데, 괴짜 교수가 발명한 축소기계 옆에서 놀다가 실수로 아주 작은 크기로 줄어버린 아이들이 온갖 위험과 고생을 겪은 끝에 결국 원래의 크기로 무사히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SF영화는 아니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에서도 아주 작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작은 전시 인형들이 밤마다 사람처럼 살아나서 온갖 소란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 등이다.
아주 작은 인간은 슈퍼영웅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게 되었는데, 개미처럼 작은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SF액션영화 ‘앤트맨(Ant-Man)’이 몇 년 전 국내외에서 개봉된 바 있다. 페이튼 리드 감독에 폴 러드 주연의 영화로서,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역대 슈퍼영웅들 중에서 ‘가장 작은’ 캐릭터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과학기술의 힘으로 사람을 아주 작게 만들거나, 그처럼 작은 인간들이 사람과 유사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 앤트맨에서는 원자의 크기를 제어하는 핌 입자라는 신기술을 개발하여 물체 또는 사람 몸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그럴듯한 얘기가 나오지만,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원자의 크기는 가운데의 원자핵과 그 주변의 전자들 사이의 간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원자핵과 전자의 상대적 크기와 간격은 태양계의 태양과 행성들에 비견될 정도로 간격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자핵과 전자의 간격을 수십, 수백분의 일 이하로 좁힌다면 물체 자체가 작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의 위치나 궤도, 즉 오비탈은 양자역학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마음대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나 생물을 인위적으로 작은 크기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만약 아주 작은 사람이 처음부터 존재한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생물체의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량의 변화, 소화능력의 관계 등을 감안한다면 역시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오래 전에 연구한 과학자로는 놀랍게도 바로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있다. ‘신과학대화’ 등 그의 저서에는, 사람이 아주 작게 축소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서 불가능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갈릴레이가 걸리버 여행기가 나오기 훨씬 전에 이미 소인국 사람들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였다는 점을 들어서 스위프트를 비판하거나, 그의 소설은 SF작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예를 들어서, 사람이 만약 키를 기준으로 1/10 정도의 크기로 갑자기 줄었다면, 표면적은 약 1/100 정도로 줄어들고 부피는 거의 1/1,00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피부 면적에 비해 부피는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게 되는 셈인데, 이는 에너지 대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부를 통한 열의 손실 등은 피부의 면적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큰 반면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은 부피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에너지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더욱 작아지게 된다.
또한 거의 비슷한 신체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소화능력이 갑자기 몇 배 이상 늘어날 리도 없을 것이므로, 아주 작은 인간들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기가 무척 힘들게 된다. 물론 지구상에는 생쥐, 곤충 등 인간보다 훨씬 작은 동물들도 무척 많지만, 이들은 신체의 구조나 에너지 대사 등이 인간과 매우 다르므로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성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작았던 사람은, 약 55cm 정도의 키에 약 5kg 정도의 몸무게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한다.
사람이나 물체를 마음대로 축소시키는 기술이나 소인국처럼 작은 사람들은 SF로만 만족해야할 듯하다.
- 최성우 과학평론가
- 저작권자 2018.05.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