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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국 산업기반 다진 선구자들, 김철우 박사

FERRIMAN 2019. 1. 25. 15:48

반도체·바이오·철강… 한국 산업 기반 다진 선구자들

조선일보
입력 2019.01.24 03:08

백신 기업 키운 故 허영섭 회장, 원자력 권위자 故 한필순 박사 등 제2회 과학기술유공자 16人 발표

한국 최초의 가속기 물리학자인 고(故) 김호길 전 포스텍 총장과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장기려 복음병원 원장 등 16명이 2018년도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처음 유공자 선정을 시작해 올해로 2회째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민이 존경할 만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알리고 예우해 과학기술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에 지정된 유공자 16명은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제2회 과학기술 유공자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회에 비해 산업계에서 활동한 과학기술인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1회 선정 당시 32명의 과학기술 유공자 중 산업계 인사가 6%(2명)였지만 이번에는 31%(5명)로 늘었다. 유공자 심사전문위원에 산업계 인사 비중을 높였고,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융·복합 부문이 새롭게 추가했기 때문이다.

2018년 과학기술유공자
생명 분야 유공자로 선정된 고 허영섭 GC녹십자 회장은 GC녹십자를 세계적 백신 전문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허 회장은 1970년 독일 아헨공대 유학 도중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급히 귀국한 뒤 선친이 주주(株主)로 있던 극동제약(GC녹십자의 전신)에 입사했다. 그는 기획실장, 총무 담당 상무, 전무이사를 거쳐 1980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허 회장은 당시 대부분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복제해서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필수의약품은 우리 손으로 개발하자'며 특수의약품 분야 개척에 나섰다.

GC녹십자는 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1983년 미국·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 백신 '헤파박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수입 백신의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돼 백신 보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B형 간염 보균율은 13%에서 선진국 수준(2~3%)으로 떨어졌다. 허 회장은 이후 일본뇌염 백신,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개발도 잇따라 성공시켰다.

고 김철우 전 포항제철 부사장은 한국 철강 기술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아사히학술상과 일본철강협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박정희 정부에서 그를 포항제철의 건설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전 부사장은 고국으로 돌아와 103만t 규모의 포항제철 1고로(용광로)의 건설을 주도했다. 당시 국내 유일한 고로였던 삼화제철소(연간 8000t)의 120배가 넘는 규모였다.

고 여종기 전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은 리튬이온 2차전지 등 세계 최고 상품 개발에 앞장섰다. 고 강대원 박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 박사는 미국 벨연구소 석학연구원 시절 전기 소모가 적은 집적회로용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또 전원이 끊겨도 저장 능력을 지닌 비휘발성 메모리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고 한필순 박사는 한국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끈 최고 권위자다. 1982년부터 10년간 한국원자력연구소장과 한국핵연료 사장을 지내면서 중·경수로의 핵연료 국산화를 이끌었고, 한국 표준형 원자로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개발 사업도 성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