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조선일보] 원자력발전, 탈원전

FERRIMAN 2019. 1. 25. 15:52

경주 지진 났다고, 주52시간 한다고… 새 原電 줄줄이 지연

조선일보

 

입력 2019.01.24 03:08

장기적으로 전력 수급 우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영향으로 원전 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원전은 완공까지 해놓고도 안전 점검을 이유로 1년 넘도록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23일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23기인데 이 중 6기가 정기 정비 중이고, 월성 3호기는 지난 21일 불시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됐다. 가동 중인 원전은 16기다. 5기를 추가로 짓고 있지만 모두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력 수급 문제와 건설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공론화에 5개월 허송… 주 52시간 탓에 15개월 또 지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고리 5·6호기 준공 시점을 2022년 10월에서 2024년 6월로 실시 계획을 변경한다고 지난달 28일 관보에 고시했다. 98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한 사업 기간이 118개월로 20개월 길어진 것이다. 산업부는 사업 기간이 연장된 사유에 대해 '(건설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로 공사 일시 중단 및 공사 재개 준비 기간이 소요됐고, 주 52시간제 근로기준법 시행과 근로 환경 변화 등으로 공정에 추가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는 2014년 9월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선언으로 사업 공정이 28%까지 진행된 2017년 7월 공론화를 위해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숙의 기간을 거쳐 10월 20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공론화와 공사 재개 준비 등으로 건설이 5개월 지연됐고, 작년 7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 영향 등으로 15개월이 더 늦어지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시 계획 변경은 수시로 있어 왔는데 이번에는 공론화와 근로시간 단축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로 원전 건설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정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한정된 공간에 한꺼번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에 제한이 있어 근로자를 더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간 공사도 한수원 감독 인력이 현장에 상주해야 하는데 인력이 한정돼 쉽지가 않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신고리 4호기, 완공 1년 넘도록 운영 허가 결론 안 내

산업부는 또 올 10월 준공 예정이던 신한울 1·2호기 사업 기간도 11개월 연장했다. '경주 지진과 관련해 부지 안전성 평가 등에 따른 기간 연장'을 사유로 들었다. 2010년 4월 시작된 신한울 1·2호기 준공 시점은 2020년 9월로 연장되면서 사업 기간은 114개월에서 125개월로 늘어났다.

신고리 4호기는 2017년 10월 사실상 완공됐다. 그러나 이 원자로는 원안위가 경주·포항 지진을 이유로 한수원에 추가 보완 지시를 내렸고 이후 1년이 넘도록 가동 승인을 미루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승인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하루 20억원씩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심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운영 허가 문제를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7000억원가량이 투입되어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새로 건설하려던 원전 6기는 이미 백지화됐다. 하지만 최근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공론화위 설치를 통해서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전력 수급 불안해지고, 비용 증가 우려"

원전 건설 지연으로 2017년 12월에 세운 8차 전력 수급 계획도 빗나가면서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불가피하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건설이 지연돼도 전력이 부족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추가로 석탄 발전이 가동되어 2026년까지 전력 예비율이 22%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계획대로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주민 반대로 송전탑 건설이 지연되고 작년 여름처럼 예상치 못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건설 비용 상승도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