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LNG는 친환경? 석탄보다 낫지만 원전엔 한 수 아래
입력 2019-03-07 00:02:03
수정 2019-03-07 00:58:59
최근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배출이 늘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해명자료를 내고 "LNG 발전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3분의 1,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원전 발전 비중을 감축한 만큼 신재생 발전 비중이 증가하고 석탄 발전 비중이 감소하면서 미세먼지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미세먼지 논란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먼저 연료별 발전 비중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국전력 전력 통계 속보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9.9%에서 지난해 23.4%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중은 39.5%에서 41.8%, LNG 발전 비중은 22.3%에서 26.8%로 늘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장은 "정부가 원전 발전을 줄이기로 했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줄어드는 전력 수요를 곧바로 충당할 수 없다"며 "청정 에너지로 평가받는 LNG 발전이 ‘에너지 가교’ 역할을 맡아 발전 비중이 늘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LNG는 미세먼지를 덜 발생시키는 친환경 에너지일까.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맞지만, 원전과 비교하면 아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석탄 발전을 통해 1㎿h의 전력을 생산할 경우 오염물질(황산화물·질소산화물·먼지 등) 561g, 초미세먼지 120g이 발생한다. 반면 LNG 발전은 오염물질 171g, 초미세먼지 15g이 나온다. 최우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2017년 기준 석탄 발전의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만7000t이지만 LNG 발전은 1690t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LNG 발전도 연료를 연소시켜 얻어낸 에너지로 회전기(터빈)를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얻어내는 ‘화력’ 발전의 일종이다. 다만 연료가 석탄인지, 가스인지의 차이다. LNG도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과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발전소 노후도에 따라 석탄 발전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기도 한다. 2017년 기준 경기도 분당LNG 발전소는 1㎿h 전력을 만드는 데 초미세먼지 46g을 배출했다. 석탄 발전소 중 미세먼지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삼척그린파워(16g)의 3배 수준이다.
반면 우라늄 핵분열을 통해 만드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원전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0’이다. 또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이 가장 적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1㎾h 전력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석탄 발전은 약 1000g, LNG는 490g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15g으로 나타났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대기 오염 측면에서 LNG가 석탄 발전과 비교해 친환경적이지만, 원전에 비해선 떨어지기 때문에 ‘무공해’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량을 추산할 때 쓴 ‘미세먼지 전환계수’도 논란거리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배출량에 전환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그런데 이 계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질소산화물 전환계수가 0.079인데 유럽연합(EU)은 0.68일 정도로 편차가 커서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의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LNG 발전소에서 질소산화물 1000g이 나올 때 한국에선 초미세먼지가 79g, EU는 680g 배출된다고 보는 식인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유럽 미세먼지 전환계수를 적용하면 LNG 발전은 미세먼지 해결사가 아니라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용 환경부 미세먼지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은 "미세먼지 전환계수는 국가별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 미세먼지 농도, 기상 조건 변화를 반영하는 식으로 전환계수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