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에 그쳤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는 대전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중앙포토]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의 장래 인구 특별 추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9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2016년 추계 때는 2032년이었는데 3년이나 앞당겨졌다. 우리는 인구란 항상 증가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막상 곧 줄어든다는 통계가 발표되니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말로 큰일이 생긴 것일까? 최근 인구 변동과 관련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때가 2029년이라지만 여기에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경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국인보다는 국내 거주 한국인이다. 이들만을 대상으로 인구를 예측해 보면, 올해 약 5001만 명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감소세로 들어간다.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가 내년부터 줄어들게 된다는 말이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국내 거주 내국인의 수가 2100년 약 180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5000만 시대에 태어난 2019년생은 80세가 되면 인구가 절반도 안 되게 준 것을 된다. 인구가 내년부터 빠르게 줄어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내년부터 국내 거주 내국인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과 사망률이 지속하면 8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실제로 약 1800만 명이 된다. 그런데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은 내년부터가 아니다.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 인구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2030년 국내 거주 내국인의 수는 약 4940만 명 정도다. 2019년 대비 약 1.3% 줄어드는 수준이다.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든다는 말은 앞으로 30년 뒤에나 적용된다. 2050년부터 인구는 매년 거의 50만 명씩 줄어든다. 그러니 인구가 당장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말은 오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인구가 앞으로 10년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말은 우리가 인구 감소를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갑자기 출산율이 2.0이 되지 않는 한, 2050년쯤부터 시작될 매년 50만 명의 인구 감소는 막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사회 각 분야는 대비가 필요하다. 군대는 병력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줄어들 내수 시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방 행정 조직과 선거구는 어찌할지, 세수가 줄어든 정부는 어떻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할지, 각종 연금과 건강보험은 어떨지 등 사회 모든 분야가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 인구가 거의 줄지 않는 2020년대야말로 국가의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나온 장래 인구 특별 추계가 이전 추계보다 인구 변동이 더 극적으로 나온 이유는 2002년부터 지속하는 초저출산 현상이 예상보다 더 악화한 데에 있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0.98이 되었고, 약 32만 명이 태어났다. 초저출산이 시작된 2002년 출생아 수가 약 49만 명이었으니, 16년 만에 17만 명이나 줄었다.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앞으로도 출산율이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 앞으로도 한국 종(種)의 소멸이 시작된 것처럼 보이는 낮은 출산율이 계속되면 신생아 수는 매년 줄어들까? 재작년이 36만 명, 작년이 32만 명이었다니, 올해 30만, 2025년 25만, 2030년 10만 명처럼. 그렇지 않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 여성들의 출산만을 고려할 때, 작년에는 약 31만500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올해는 약 30만 명, 내년에는 약 29만 명대가 태어날 것이다. 그 이후 아무리 출산율이 종의 소멸 수준으로 10년간 유지된다 하더라도 내국인 여성으로부터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매년 28만 명을 웃돌 것이 분명하다. 주로 아이를 낳는 연령대에 있는 여성들의 수가 2020년대에 거의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40대 출산이 조금만 더 늘어난다면 30만 명대의 출생도 가능할 수 있다. 최소한 2030년까지는.
2020년부터 10여년간 신생아 수가 최소 28만 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많은 의미를 지닌다. 만일 내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산업에 종사한다고 생각해 보자. 최근 신생아 수가 크게 주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위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추세가 이러니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고, 그러면 괜히 관련 시장에서 어슬렁거리느니 그냥 포기하고 손을 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매년 신생아 수가 28만~30만 명을 유지할 것을 안다면 어떨까? 게다가 아이가 줄었으니 정부는 아이에 대한 투자를 더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 출산율이 줄었다는 것은 준비된 사람들이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 부모들도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더 해줄 여력이 있다면? 상황이 이렇다면 그냥 손을 털고 나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일 것이다. 아이의 수가 28만~30만 명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니 그에 맞추어 적응하고, 10여년간 버티면서 미래의 출생아 수 추이를 살피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 인구는 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유입은 불가피한 해결책이라 믿는다. 출산율이 낮아도 인구가 별로 줄지 않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외국인이 인구 감소를 막아주고 있다. 그것도 주로 젊은 외국인들이 유입되어 고령화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외국인 이민자에 아주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2018년 10월 말 현재 약 150만 명의 외국인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한다. 또 앞으로 5년간 최대 34만 명의 외국인을 더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이주가 위기에 봉착한 인구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답은 단기적으로는 오해고, 장기적으로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최소한 2030년까지 큰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출생아 수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매년 약 85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은퇴 연령인 60세 도달하게 된다. 현직에 있을 때의 삶이 은퇴 이후의 삶과 같을 수가 없으니, 매년 증가하는 누적 은퇴 인구는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85만 명이 모두 노동시장에서 당장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또 높은 실업률이 보여주고 있듯이 당장 일할 수 있는 청년인구도 적지 않다. 여기에 출산 이후에도 여성 취업률이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 등장한다면 앞으로 10년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위축될 개연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오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인은 유입될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어 일할 사람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 인구가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의 이동은 언제나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원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외국인을 언제나 쉽게 유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감소해서 외국인을 원하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야만 하고, 국제 노동시장에서 비교 우위에 있어야 한다. 2030년 이후에도 경제가 좋아야만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당연히 쉽지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이 극복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내년부터 국내 거주 내국인의 수도 줄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한국 사회가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2020년부터 10년의 세월이 놓여있다.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