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한국 LCD…삼성·LG 서로 다른 고민
입력 2019-08-22 00:02:06
중국의 물량 공세에 한국산 액정(LCD) 디스플레이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공장 내 8.5세대 LCD 생산라인 가운데 일부(L-8-1라인)를 조만간 가동 중단한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경기도 파주 공장에 있는 같은 세대 LCD 라인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조사 결과, TV용 65인치 LCD 패널 평균가격은 지난달 기준 185달러(약 22만3500원)로 전년 같은 기간(245달러) 대비 24% 떨어졌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패널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10.5세대, 한국 8.5세대 LCD 경쟁 안돼
중국 내 1위 업체 BOE는 지난해 말 10.5세대 LCD 라인을 본격 가동한 이후, 한국 기업 대비 낮은 원가로 월 12만장의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BOE는 두 번째 10.5세대 공장인 ‘B17’, 중국 TV업체 TCL의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도 10.5세대 LCD 생산라인 ‘T6’을 연내 가동한다.
삼성·LG가 8.5세대 LCD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는 이유도 중국의 10.5세대와 비교해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0.5세대는 현재 가장 큰 사이즈(가로 2940㎜, 세로 3370㎜)의 LCD 기판인데, 65인치 TV 패널을 제작할 때 한국의 8.5세대에선 3개 생산할 수 있지만, 10.5세대에선 8개까지 나온다. TV가 대형화될수록 10.5세대의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금융 기관 지원 등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어 한국을 예상보다 빨리 추월했다. BOE만 하더라도 10.5세대 라인 건설에 들인 투자비(460억 위안·약 7조8200억원) 가운데 자체 자금이 6.5%(30억 위안)에 불과하다. 허페이시 산하 공기업이 45.5%(210억 위안), 공공투자펀드가 13%(60억 위안)를 투자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사항이나 중국 당국이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기업 밀어주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계획과 달리 파주 P10 신공장을 LCD가 아닌 10.5세대 OLED 라인으로 직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 과제는 TV용 OLED보단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의 수율(생산량 대비 결함 없는 제품의 비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올 상반기 기록한 5000억원대 영업 적자를 줄이려면 결국 큰 고객인 애플 잡기가 급선무다. 애플은 OLED를 처음 탑재한 ‘아이폰 X’ 때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모바일 패널을 사실상 단독 공급을 받아왔다.
모바일용 중소형 OLED가 ‘캐시카우’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진입을 놓고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를 대체하기 위해 퀀텀닷(QD) OLED를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모회사인 삼성전자는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덧댄 QLED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다. 올 상반기 QLED TV 판매량이 190만대로 OLED TV(130만대) 대비 60만대가량 많이 팔린 것도 모 회사인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수치다.
OLED 전환땐 인력 구조조정도 문제
OLED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기존 LCD생산라인에서 희망 퇴직을 받았다. 이때 전 직원의 6% 수준인 2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희망퇴직을 재차 검토 중이다. 삼성 역시 TV 시장이 브라운관에서 PDP를 거쳐 LCD로 전환된 이후, 옛 삼성전관인 삼성SDI를 배터리 제작 업체로 전면 구조조정했다.
김영민 기자
뒤집은 TV…한국 세계 1위 탈환, 중국 ‘석달천하’
입력 2019-08-22 00:02:08
수정 2019-08-24 17:27:58
수정 2019-08-24 17:27:58
한국이 지난 1분기에 잠시 중국에 내줬던 ‘글로벌 TV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저가 TV로 물량 공세를 하던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출하량(수량) 기준 점유율 31.9%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 한국을 제치고 세계 TV 출하 1위에 올랐던 중국은 점유율이 30.8%로 하락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경우 2분기 세계 점유율은 1분기보다 더 떨어져 12.2%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제조사들은 지난 1분기에 북미 유통점에 공급하는 출하량을 급격히 늘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우려가 커지자 중국 업체들이 그 전에 싼 가격으로 많은 물량을 밀어냈다는 얘기다. 실제 TCL은 1분기에 세계적으로 844만 대의 TV를 팔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2.5%나 늘어난 수치지만 영업이익률은 15.1%로 오히려 줄었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금액 기준으로 세계 TV 시장 점유율 31.5%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분기 이후 분기 점유율로는 6년 만에 최고치다. 대형·고가 TV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점유율 16.5%로 2위를 했고 일본 소니(8.8%)와 중국 TCL(6.3%), 하이센스(6.2%) 등이 뒤를 이었다. 수량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19.4%의 점유율을 기록해 LG전자(12.4%)와 TCL(9.4%), 하이센스(7.3%), 샤오미(5.5%) 등을 제쳤다.
특히 2500달러 이상 고가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점유율 53.8%(금액 기준)로 소니(24.5%)와 LG전자(17.8%)를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QLED TV의 판매량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를 큰 폭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세계 QLED TV 판매 대수는 삼성전자(109만대)를 포함해 총 1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5만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반면 올레드 TV의 2분기 판매는 LG전자 34만대, 소니 13만대, 파나소닉 6만대 등 61만대에 그쳤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올레드 TV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LG디스플레이뿐이라 공급에 제한이 있다"며 "이달 말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패널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 등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HS 마킷은 최근 ‘디스플레이 장기수요 전망’에서 전체 TV패널 중 올레드 TV 패널의 매출액 비중이 2019년 8.3%에서 2023년 20.2%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출하량(수량) 기준 점유율 31.9%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 한국을 제치고 세계 TV 출하 1위에 올랐던 중국은 점유율이 30.8%로 하락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경우 2분기 세계 점유율은 1분기보다 더 떨어져 12.2%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미국·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TV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32.6%로 치솟았지만 2분기에 20.5%로 급락했다.중국 TV의 아성이 ‘3개월 천하’로 끝난 것은 중국 TV의 대표 주자인 TCL이 북미 시장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TCL은 지난 1분기에 북미 시장 점유율 26.2%로 삼성전자(21.7%)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국내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당시 중국 업체들의 선전은 ‘밀어내기’ 전략의 효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제조사들은 지난 1분기에 북미 유통점에 공급하는 출하량을 급격히 늘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우려가 커지자 중국 업체들이 그 전에 싼 가격으로 많은 물량을 밀어냈다는 얘기다. 실제 TCL은 1분기에 세계적으로 844만 대의 TV를 팔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2.5%나 늘어난 수치지만 영업이익률은 15.1%로 오히려 줄었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금액 기준으로 세계 TV 시장 점유율 31.5%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분기 이후 분기 점유율로는 6년 만에 최고치다. 대형·고가 TV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점유율 16.5%로 2위를 했고 일본 소니(8.8%)와 중국 TCL(6.3%), 하이센스(6.2%) 등이 뒤를 이었다. 수량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19.4%의 점유율을 기록해 LG전자(12.4%)와 TCL(9.4%), 하이센스(7.3%), 샤오미(5.5%) 등을 제쳤다.
특히 2500달러 이상 고가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점유율 53.8%(금액 기준)로 소니(24.5%)와 LG전자(17.8%)를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QLED TV의 판매량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를 큰 폭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세계 QLED TV 판매 대수는 삼성전자(109만대)를 포함해 총 1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5만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반면 올레드 TV의 2분기 판매는 LG전자 34만대, 소니 13만대, 파나소닉 6만대 등 61만대에 그쳤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올레드 TV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LG디스플레이뿐이라 공급에 제한이 있다"며 "이달 말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패널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 등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HS 마킷은 최근 ‘디스플레이 장기수요 전망’에서 전체 TV패널 중 올레드 TV 패널의 매출액 비중이 2019년 8.3%에서 2023년 20.2%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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