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을 먹거리" 대기업 너도나도 배터리 뛰어든다
입력 2020-02-18 00:02:02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측이 더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접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17일 익명을 원한 업계 전문가는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에게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린 사실이 알려진 뒤 낸 입장문에서 ‘LG화학을 선의의 경쟁 관계이자,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묘사해 놀랐다"며 "그룹 최고위층이 ‘화해 쪽으로 간다’는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는 사용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평했다.
사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LG 등 재계 1~4위 그룹뿐 아니라 유통·화학 중심의 롯데그룹도 눈독 들이는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을 통해 일본 히타치케미칼의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며 진출을 시도했었다.
재계 상위 10개 그룹 중 배터리 사업에 직·간접으로 뛰어든 곳은 7개 그룹에 달한다.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전남 광양에 연산 6000t 규모 양극재 광양 공장의 1단계 생산 설비를 준공했다. GS건설은 배터리 재생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포항에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도 이미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하우징 제품을 GM, 상하이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 중이다. 지난해 두산㈜으로부터 분사한 두산솔루스는 전지 동박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투자 중이다.
이처럼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배터리 관련 사업에 골몰하는 건 유망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량은 326GWh로 수요 예측치인 190GWh에 비해 공급 과잉 상태다. 하지만 3년 뒤인 2023년에는 수요가 916GWh로 공급(776GWh)을 앞지르게 된다. 3년 정도만 버티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단 얘기다. 2025년에는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1500억 달러)을 뛰어넘는 1670억 달러 대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대기업 간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과 조인트벤처(JV) 설립까지 논의하는 단계다. SK이노베이션도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 2024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수주를 지난해 말 따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만은 아니다. 당장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1~3위 업체 모두 배터리 사업에서 만성 적자다. 업계 1위인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배터리 부문에서 4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과 일본 업체 중 일부는 이미 이익을 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해 3분기 약 14억 위안(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과거 1위 업체였던 일본의 파나소닉도 지난해 4분기 1004억 엔(약 1조8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들 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다음에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치킨 게임’에 돌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때 200개에 달했던 중국 내 배터리 기업 중 이미 120여 곳이 도산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수기 기자
'환경과 에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피코리아] 배터리, 이차전지, 전고체 (0) | 2020.03.18 |
---|---|
[중앙일보] 전기차, 시장점유 (0) | 2020.03.09 |
[중앙일보]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시장 점유율 (0) | 2020.02.09 |
[중앙일보]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성능 (0) | 2020.02.09 |
[디지털타임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0) | 202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