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중앙일보] 로봇, 서비스 로봇, 로봇 시장 규모, 로봇 사용 분야

FERRIMAN 2020. 11. 13. 10:59

요리 도와주고 맥주 따라주고…물만난 서비스 로봇

입력 2020-10-17 00:20:00

 

LG전자의 클로이 서브봇. 음식점 등에서 주문 음식을 정확하게 갖다준다. 김성룡 기자

직장인 신준수(41)씨는 최근 회사 근처의 음식점에 갔다가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주문을 하고 10분 정도 기다리자, 마스크를 쓰고 음식 그릇을 든 사람 직원 대신에 얼굴과 바퀴가 달린 ‘로봇’이 다가왔다. 로봇의 복부엔 신씨 일행이 주문한 음식이 차곡차곡 놓여 있어서 직접 꺼낼 수 있었다. 신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사람 간 접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고객들을 위해 음식점 사장님이 새로 들인 로봇이라고 했다"며 "요즘 같은 때에 유쾌하면서도 실용적인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낳은 비대면 열풍에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이 수요 증가로 들썩이고 있다. 신씨처럼 일반 음식점에서도 서비스 로봇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로봇은 크게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제조용 로봇은 제조업 현장에서 공장 자동화 등에 쓰는 로봇이다. 이와 달리 일반 소비자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은 각 가정에서 간단한 요리나 청소 등의 가사를 돕거나, 서비스업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등에 쓰는 로봇이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억 달러에서 연평균 29%씩 성장, 2024년 1220억 달러(약 14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전체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만 현재 40%가량에 이른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은 그간 제조용 로봇에 비해 서비스 로봇 수요가 많지 않아 이 비중이 15% 정도에 불과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의 관련 행보와 주요 성과에서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은 지난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국제 표준 ‘ISO 13482’ 인증을 받으면서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 엉덩이에 착용할 수 있게 만든 젬스 힙은 이용자의 힘을 24% 정도 보조해 보행 속도를 14%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보행할 때 주요 근육에 무의식적으로 걸리는 부하를 덜어줘 고령층이나 장애인의 쉽고 빠른 보행을 돕는다. 

삼성전자는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반려 로봇 ‘볼리’와 요리를 돕는 셰프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 볼리의 경우 올 초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0’ 기조연설 자리에서 직접 시연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름 10㎝ 남짓의 동그란 로봇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판단해 청소를 하거나, 무료해 하는 반려동물이 좋아할 만한 TV 채널을 검색해 틀어준다. 이들 로봇은 코로나19 여파를 겨냥(?)해서 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휴일에도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수요가 당초 기대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로보티즈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김현동 기자

서비스 로봇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LG전자 역시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나섰다. 2017년부터 SG로보틱스와 로보스타 등 관련 스타트업을 차례로 인수해 기술력 강화에 나섰던 LG전자는 지난 7월 자율주행 서빙 로봇 ‘클로이 서브봇’을 출시, 서울대병원과 CJ푸드빌의 ‘제일제면소’ ‘계절밥상’ 등 음식점에 공급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0㎝ 키의 이 로봇은 서랍형과 선반형으로 나뉘는데 이용자가 15~20㎏의 물건을 실어 원하는 곳까지 보낼 수 있다. 배송 중 도난·분실을 방지하는 보안 기능, 관제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로봇 상태를 점검하고 배송 스케줄을 관리하는 기능 등을 갖췄다. 

특히 AI가 다수 목적지를 설정해 순차적으로 물건을 배송할 수 있고, 보행 중에 장애물을 감지하면 "잠시만 양보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접촉을 피하는 등 사람 직원 못잖은 효율성을 과시한다. 노진서 LG전자 전무는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있는 시기에 병원·호텔·레스토랑 등 다양한 장소에 활발하게 도입돼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는 호텔 뷔페에서 생맥주를 따라주는 로봇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직원이 주문을 받아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 로봇은 맥주 종류에 맞는 잔을 잡고 디스펜서 쪽으로 옮겨 맥주를 따른다. 이어 잔을 서빙 테이블에 내려놓는 식으로 움직인다. 

서비스 로봇 수요 증가에 신바람이 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모바일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월 한화건설과의 업무협약(MOU)으로 배달 로봇의 본격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가 내년 2월 입주하는 한화건설 ‘포레나 영등포’ 오피스텔 공동현관까지 음식을 배달, 로봇에 전달하면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각 가정에 배달해준다. 



지난 15일 판교자율주행모빌리티쇼에서 소개 된 서빙 로봇과 소독 로봇. [연합뉴스]

#이 로봇은 음식이 도착하면 이를 주문자의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윤용상 한화건설 본부장은 "배달 로봇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건물 내 모든 여닫이문을 자동문으로 구성하는 등 기반 인프라를 마련했다"며 "비대면 시대에 배달 로봇으로 보안·전염 우려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KT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처음으로 AI 로봇 사업 전담 조직을 최근 신설하고 다양한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앞서 KT는 현대로보틱스와 협업해 만든 호텔용 로봇 ‘엔봇’을 서울시내 일부 호텔에 투입한 바 있다. 호텔 투숙객이 객실 안에서 단말기로 수건과 칫솔 같은 비품을 요청하면 이 로봇이 가져다준다. 내년 상반기엔 가정용 반려 로봇도 선보일 계획이다. 

■ 맥 짚고 혀 상태 확인, 한의사 역할 로봇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역은 로봇이 될 것이다’. 최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같이 보도하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등 중화권의 로봇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빙과 소독, 간호 등의 서비스 로봇이 중심에 있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지역을 위주로 이들 로봇이 많게는 수백대씩 투입되면서 민간에서 도우미 역할을 쏠쏠히 해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시장이 계속 커지고 기술도 진화하면서 서비스 로봇의 종류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업체 캔봇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한의사 로봇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사람처럼 손가락 다섯 개가 달린 로봇의 손이 참관객의 손목 안쪽으로 향하더니 맥을 짚고, 체질 검사와 건강 관련 컨설팅 등 서비스를 진행했다. 참관객이 내민 혀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달 도쿄에서 신사옥을 공개했는데 임직원들에게 커피를 배달해주는 로봇, 보안을 책임지는 경비 로봇, 구석구석 깨끗이 치우는 청소 로봇 등을 고루 배치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려 로봇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와 플로리다주 등은 반려 로봇 제조사 에이지리스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코로나19 때문에 장기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고령층에게 반려 로봇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에 나섰다. 이 로봇은 실제 반려동물과 비슷한 외형에 사람의 손길이나 소리, 빛 등에 반응한다. 먹이를 주거나 배설물을 치울 필요 없이 어느 정도 교감이 가능해 지역사회 노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범 사업 참가자의 70%가량이 "반려 로봇을 통해 고립감이 해소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혁렬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거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르면서 서비스 로봇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제조용 로봇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한국도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서비스 로봇 분야 발전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각 서비스 분야별 맞춤형 빅데이터 축적과 활용, 물리적 편의성을 더해줄 자율주행 관련 세부 기술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창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