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0㎞, 서울~부산 20분 주파 ‘꿈의 열차’ 나올까
입력 2020-11-12 00:03:08
튜브에 열차를 투입해 초고속으로 달리는 하이퍼튜브 교통시스템에서 앞서 가는 버진하이퍼루프의 조시 가이글 기술담당최고책임자(왼쪽)와 세라 루시엔 여객체험 담당자가 8일(현지시간) 하이퍼루프 유인 주행 시험에 참가했다. [EPA=연합뉴스]
2032년 11월. 서울에 거주하는 이지영(가명)씨는 오전 9시 부산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시간 전에 집에서 나섰다. 얼마 전 개통한 시속 1200㎞ 초고속 진공열차를 타면 부산까지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강변역까지 가는 시간에 부산까지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버진 하이퍼루프 수송 시스템 XP-2 차량. [EPA=연합뉴스]
위와 같은 상상이 십수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은 11일 초고속열차 ‘하이퍼튜브’를 17분의1로 축소해 만든 공력시험장치에서 시속 1000㎞ 이상의 속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축소형 주행시험이지만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상에서 비행기보다 빠르게 이동 가능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하이퍼튜브 주행시험을 위해 17분의 1 축소형 모델로 만든 튜브 공력시험장치. [EPA=연합뉴스]
하이퍼튜브란, 진공에 가까운 상태(0.001기압 이하)의 튜브에 시속 1200㎞의 열차를 투입해 달리게 하는 교통 시스템이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꿈의 운송수단’으로도 불린다. 현재 고속철도는 시속 600㎞ 안팎의 ‘속도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바퀴와 레일이 접촉하면서 생기는 마찰력과, 고속 운행 시 증가하는 공기 저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공과 유사한 상태에서 공중에 뜬 채로 움직이는 열차는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통상 국제선 항공기의 비행 속도가 시속 800~1000㎞ 점을 감안하면, 지상에서 국제선 항공기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철도연은 실제 크기의 17분의1인 튜브 공력시험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개발된 시험장치는 압력을 1기압까지 낮추는 것만 가능해 0.001기압의 아진공 상태를 구현하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이는 향후 실제 하이퍼튜브 개발 시에도 튜브 내부 압력 등을 결정하는 원천 기술로 쓰일 수 있다. 철도연은 이르면 2022년 실증 연구에 착수해 약 10년간 실제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트랙과 차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나희승 철도연 원장은 "하이퍼튜브는 지역통합을 가속화하는 초고속 육상교통 신기술"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초연결 미래사회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진그룹 ‘하이퍼루프’ 유인주행 성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튜브 공력시험장치의 캡슐 차량.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는 2013년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와 같은 개념이다. 공기가 없는 튜브 안을 달리게 해 마찰과 공기저항을 극복한다는 개념은 동일하다. 다만 하이퍼루프는 차량 아래에서 공기를 내뿜어 동체를 띄우고, 하이퍼튜브는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밀어내는 힘(척력)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초음속 진공열차 하이퍼루프. 그래픽=박경민 기자 mnn@joongang.co.kr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버진하이퍼루프는 8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 있는 테스트용 루프에서 첫 유인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버진하이퍼루프는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하이퍼루프의 유인 주행시험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주행에는 조쉬 가이글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와 세라 루시엔 여객 체험 담당자가 참여한 가운데 시속 172㎞의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루시엔은 "주행거리가 짧아 가속이 빠르게 느껴졌다"면서도 "멀미가 나거나 몸에 반응이 있지는 않았고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도 없었다"고 말했다. 버진 하이퍼루프는 2025년까지 안전 인증을 받은 뒤 2030년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험트랙에서 시속 387㎞까지 달성했으며 최종 목표 속도는 시속 1080㎞다.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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