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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IMAN 2021. 2. 26. 19:22

2년째 원격수업…저소득‧맞벌이 취약계층 교육격차 더 벌어진다

입력 2021-02-22 05:00:08

 

지난해 9월 20일 수도권 학교 등교 재개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문이 굳게 닫혀있다. 연합뉴스

초4 딸이 서울의 한 사립초에 다니는 박모(43‧서울 노원구)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이가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지만 큰 불만이 없었다. 학교 온라인 수업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국‧영‧수 같은 주요과목은 물론 미술‧체육 같은 예체능까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다. 

전업주부인 박씨는 아이의 수업과 과제를 꼼꼼하게 챙겼다. 그는 "공립초에서는 대부분 수업을 동영상 시청으로 대체한다는데, 아이 학교는 거의 모든 과목이 쌍방향으로 이뤄져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올해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특수학교·학급을 대상으로 우선 등교 추진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천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개학한 아이들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충북 충주에서 부부가 맞벌이하는 김모(48)씨는 초3 아들에게 거의 신경을 못 쓴다. 주중에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 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 담임에게 온라인 수업 안내를 받았지만, e학습터 회원가입부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담임이 영상통화로 회원가입 방법을 알려줬지만, 이후 아이가 수업을 잘 듣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며 "아이가 휴대폰으로 동영상 수업을 본다는데 제대로 하는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소득 차이 학력격차로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환경이나 부모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맞벌이와 같은 취약계층에서 학습결손 문제는 더 치명적이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지역에선 학교 수업의 빈자리를 사교육이 대체하고 있다. 오전부터 학원에 모여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일대일 과외를 받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교육 취약계층은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4월 2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이 엄마와 함께 온라인 입학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부모의 소득 차이가 자녀세대의 학력격차로 이어지는 ‘케이(K)자 형’ 양극화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이전에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면서 가정환경의 영향력이 커졌고 교육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며 "원격수업은 가정‧학교에 따라 인프라가 다르고, 학교‧교사별로 질이 천차만별이라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득 낮은 가정, 온라인 학습 환경도 열악

부모 소득에 따라 온라인 수업 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7월 경기도 내 800곳의 학생(2만1064명)에게 온라인 수업 환경에 관해 물은 결과,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 학생의 22.6%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한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3명은 ‘기기가 낡아 방해받고 있다(29.3%)’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 불편을 느꼈다’(35.9%)고 응답했다. 이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생들보다 2~3배 높은 비율이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학생들은 같은 질문에 각각 6.2%, 11.5%, 18.3%만 ‘그렇다’고 답했다. 

(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한터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8.19/뉴스1

  

또 학교 온라인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소득수준이 높은 학생은 보호자에게 도움받는 비율이 34.2%였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은 혼자 해결하거나(26.5%),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비율(22.4%)이 높았다. ‘평일 등교수업하지 않는 날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질문에도 소득수준이 높은 학생은 보호자와 함께 보내는 비율이 절반 이상(52%)이었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은 이 비율이 3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학습이나 돌봄에서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한모(39·서울 성동)씨는 "맞벌이라 아이를 할머니가 봐주시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잘 안돼 수업을 못 듣는다고 연락이 오면 어찌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며 "못 챙겨주는 부모나 컴퓨터를 잘 모르는 할머니나 모두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문이 닫혀있고,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동안 취약계층 아동은 집에 홀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이 상황에서 학습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는 만큼 이제라도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안전망을 세심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는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선에서 학교 문을 열거나 지역아동센터 등에 학생들을 불러 모아 학습을 돕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