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누리호 발사 성공해도 위성 독자발사 사실상 불가
입력 2021-03-30 00:04:02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종합연소시험 참관 및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서 고정환 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내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의 꿈을 이루겠다. 우리도, 우리의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민간이 혁신적인 우주산업을 주도하는‘뉴 스페이스’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종합연소시험 참관 및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서 밝힌 말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일까, 희망일까.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 해도,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한국은 실용 인공위성은 물론 달 착륙선 발사도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29일 "미국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을 통해 자국의 기술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을 한국 우주로켓에 실어 쏘아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우주로켓 기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이 국방 용도로 전용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며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인정해 줄 경우 브라질 등 제3국의 비슷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일본·프랑스 등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우주로켓 기술을 확보한 8개국은 예외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추진 로드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결국 문 대통령의 ‘달 착륙선’ 발언이 현실화하려면, 인공위성 기술의 완전한 독립이 우선돼야 한다. 더욱이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가능하다 해도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이 풀리지 않는 이상, 국산 위성 발사만 할 수 있다. 미국 스페이스X나 일본 H2 로켓처럼 외국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주는 발사 서비스도 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히고 있는 ‘우주탐사 추진 로드맵’에도 같은 고민이 숨어있다. 로드맵에는 달 착륙선 자력 발사의 ‘착수조건’으로 ▶한국형발사체 안정성 확보 ▶차질 없는 부품 수급 ▶선행기술 확보, 3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는 이미 개발 완료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달 착륙선용 부품 수급과 선행기술 확보는 미국과 협상 없이는 쉽지 않다. 과기정통부가 그간 착수조건이 갖춰지면 2030년쯤 달착륙선을 발사하겠다는 애매모호한 계획을 고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는 2040년까지 총 100여기의 민간 위성 발사 계획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인공위성 발사 중 미국 수출 통제를 받지 않는 소형위성을 제외하고는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 오는 10월 첫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는 인공위성 모형이, 내년 5월 2차 발사에는 과학실험위성의 일종인 200㎏ 미만의 성능검증위성과 대학생이 참여한 초소형 큐브셋 등이 올라간다. 2022년 발사 예정인 달 궤도선의 경우 미국 스페이스X가 운반을 맡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창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리 우주전략의 한계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본격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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