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45만원 넘으면 기초연금 싹둑, 이런 어르신 42만명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입력 2021-04-21 00:42:00
수정 2021-04-21 08:00:01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민연금 수령자, 왜 기초연금을 감액하는가"라는 장문의 호소가 올라왔다. 그는 국민연금이 일정액 넘으면 기초연금을 깎는 ‘연계감액’ 제도를 조목조목 성토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젊어서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받는 사회보험이고,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지급하는 노인수당이다. 제도가 다른데 둘을 연계해서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강제로 가입하는데 과거 납입한 보험료를 소급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 행위이자 역차별"이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노인(지난해 12월 566만명)에게 월 30만원 지급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때문에 깎인다는 걸 알게 되면 황당할 수도 있다. 이런 노인이 42만1713명이다. 두 연금 동시 수령자 238만여 명의 18%에 달한다. 노인 인구와 국민연금 수령자가 늘고, 국민연금 액수가 올라가면서 연계 감액당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연계감액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기초연금을 시행할 때 도입했다. 국민연금이 많은데 기초연금까지 다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에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들어있으니 기초연금은 좀 덜 받으라는 취지였다. 당시 "왜 죄 없는 국민연금을 걸고넘어지느냐"는 반대가 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돈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다. 이용호(무소속) 의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4119억원 덜 들어간다.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의 1.5배(45만원) 넘으면 삭감한다. 지난해 12월 월평균 국민연금이 54만1033원이라 기준선이 낮다. 삭감액 계산식은 난수표에 가깝다. 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A값)과 가입시기와 기간을 따져 A급여를 산정해 계산한다. 정부는 2014년 "탁월한 발명"이라고 했지만 너무 복잡해서 수용성이 떨어진다. 다만 최대 15만원까지만 깎는다.
기초연금
예를 들어보자. 본인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올해 254만원)에 해당할 경우 연금액의 절반이 A급여다. 연금액이 50만원이면 25만원이다. 이 사람은 기초연금이 1만6670원 깎인다. 같은 방식으로 60만원이면 5만원, 70만원은 8만3330원, 80만원은 11만6670원 삭감된다. 90만원 넘으면 최대치 15만원 삭감된다.
기초연금 감액이 또 있다. 소득역전방지 감액이다.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선정기준(노인 단독가구 169만원, 부부 270만4000원)에 근접하면 삭감한다. 삭감자가 36만1783만 명이다. 독거노인은 소득인정액(재산 포함)이 169만원을 넘지 않아야 기초연금 대상이 된다. 그런데 139만~169만원에 있으면 삭감된다. 만약 150만원이면 기초연금은 19만원(169만원-150만원)이다. 깎는 이유는 30만원 다 받으면 180만원이 돼 기준 초과 노인(가령 171만원)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부이면 각각 20% 감액된다. 연계감액 대상이 아니어도 60만원이 아니라 48만원만 받는다. 부부 감액은 연계감액이나 소득역전방지 감액과 별개로 깎는다. 240만 명이 해당한다. 가령 소득인정액이 250만4000원인 부부가 있는데, 연계감액을 적용한 기초연금이 남편 25만원, 아내 20만원으로 나왔다 치자. 부부의 기초연금은 45만원이 아니라 20만원으로 줄어든다(270만4000원-250만4000원). 둘 중 낮은 금액을 주기 때문이다. 대개 소득역전방지에 걸려 기초연금이 확 깎인다.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연구위원은 ‘연금포럼’(2020 겨울호)에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국민연금이 전액 반영되고 연계감액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소득 보장을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다. 이로 인해 저소득자의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 약화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앞으로 기초연금이 인상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의원은 올 1월 "연계 감액 대상자가 점점 늘어나 2030년에는 지금의 약 두 배가 된다. 연계감액이 얼마나 국민의 공감을 얻고 지속할지 고민할 때"라며 "폐지가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대상과 금액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하 전 정의당 의원도 2019년 국감에서 연계감액 폐지를 주장했다. 2018년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가입 유인 저해, 복잡성 등을 지적하면서 폐지를 권고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서 이중으로 혜택을 보는 걸 줄이려는 취지에서 연계 감액을 도입했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할 경우에는 폐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연금학회 토론에서 "연계 감액 대상자가 늘고 있는데, 앞으로 기초연금을 올리게 되면 연계 감액이 장점을 더 발휘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해도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옥금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로는 연계감액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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